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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사우디 세금 논란…증권가가 ‘과도한 우려’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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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DL이앤씨 주가는 5만91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전일 대비 17% 넘게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약 10% 가까이 급락하고 건설업종 전반이 큰 폭으로 밀리는 가운데, 전날 밤 공시된 사우디아라비아 과세당국(ZATCA)의 법인세 추징 통보(8533억 원)가 추가 악재로 작용하며 업종 평균(-9.8%)을 크게 웃도는 낙폭이 나타났다. 하루 만에 줄어든 시가총액은 약 6000억 원에 달한다.

사우디 세금 이슈가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시장 전체 급락 흐름과 건설업종 전반의 약세 역시 이날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튿날 증권가 반응은 달랐다. 한화투자증권, 하나증권, 유진투자증권, iM증권 등 4개 증권사가 같은 날 분석 리포트를 내놓으며 공통된 판단을 제시했다. “추징 세액 8533억 원 가운데 대부분은 법적으로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과세 가능 금액은 160억 원 수준까지 축소될 수 있다. 현재 투자심리 위축은 과도하다.”

시장이 주목한 숫자와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한 숫자 사이에 큰 간극이 생긴 셈이다.


왜 160억으로 줄어들 수 있나

이번 세무 분쟁의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 과세당국은 DL이앤씨가 2006~2019년 수행한 플랜트·건설(EPC) 프로젝트에서 한국 본사 인력이 국내에서 담당한 설계(E)·조달(P) 업무를 사우디 현지에서 수행한 것으로 간주하고 과세 통보를 했다. EPC란 설계·조달·시공을 일괄 수행하는 대형 건설 계약 방식으로, 통상 설계와 조달은 본사가, 시공은 현지 법인이 맡는 구조다. 서울 본사에서 수행한 업무를 현지 공사 현장에서 한 것처럼 재분류해 세금 고지서를 보낸 셈이다.

4개 증권사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법적 하자는 세 가지다.

첫째, 시효 문제다. 사우디 소득세법은 과세 가능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한다. 이번 추징 대상에는 2006~2015년 사업연도가 포함돼 있으나, 이 기간은 이미 법적 시효가 소멸한 상태다. 해당 연도분을 제외하면 과세 가능 금액은 160억 원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징 통보액 8533억 원의 98%가 시효 문제로 무효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둘째, 이중과세 문제다. 설계·조달 업무 소득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에서 법인세 납부가 완료됐다. 한국-사우디 조세조약 제7조는 기업 이윤에 대해 상대국 내 고정사업장—기업이 현지에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한 거점—이 없는 한 본국에서만 과세한다고 명시한다. 같은 소득에 두 나라가 동시에 과세하는 것은 이 조약의 정면 위반 소지가 있다.

셋째, 과세 근거 부재다. 사우디 당국은 세액 산출 기준, 한국·사우디 간 업무 배분 방식, 고정사업장 인정 근거 등 과세의 기초가 되는 산정 논리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iM증권은 이를 “근거과세 원칙 위반으로 독립적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납부 의무, 최소 5년은 없다”

투자자 관점에서 당장 중요한 사실이 있다. 불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DL이앤씨는 현지 이의신청을 시작으로 조세심판, 양국 정부가 직접 협의하는 국가 간 상호합의절차(MAP)까지 단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4개 증권사 모두 전체 절차 완료까지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그 기간 동안 현금 유출은 없으며 유동성이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iM증권은 회계 측면도 짚었다. 과세 처분의 최종 확정 가능성과 금액 추정에 불확실성이 높아, 대규모 충당부채—미래 손실 가능성을 미리 반영하는 비용 항목—를 재무제표에 인식해야 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이번 이슈가 단기 실적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 역시 낮다는 결론이다.


증권가 4곳이 공통으로 보는 핵심 논리

업종과 관점이 다른 4개 증권사가 이처럼 일관된 결론을 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논리는 세 축으로 수렴한다.

  • ① 본업과 무관한 과거의 세무 분쟁이다. 수주 감소도, 원가율 악화도 없다. 현재와 미래의 사업 구조에 변화가 없다.
  • ② 법적 하자가 명확하다. 시효 소멸, 이중과세, 과세 근거 부재라는 세 가지 쟁점은 모두 추징 세액을 대폭 축소시킬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한다.
  • ③ 단기 재무 영향이 없다. 불복 절차 기간 동안 현금 유출이 없고,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목표주가는 4개사 모두 기존을 유지했다.

증권사투자의견목표주가현재가 대비 상승 여력
한화투자증권BUY 유지110,000원+86%
하나증권BUY 유지120,000원+103%
iM증권BUY 유지120,000원+103%
유진투자증권BUY 유지144,000원+144%

(기준: 6월 23일 종가 59,100원)

유진투자증권은 업종 내 탑픽 의견을 재확인했고, 하나증권은 현 주가가 26년 추정치 기준 PER 5.8배 수준으로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은 12개월 선행 PBR 0.42배를 언급하며 역사적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세무 분쟁 너머, 남은 성장 동력

증권가가 높은 목표주가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세무 이슈와 별개로 작동하는 성장 모멘텀이 있다.

하나증권은 이란 재건 사업 수주 기대감, 영국 엑스에너지(X-energy)와의 소형모듈원자로(SMR) 파트너십,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 확대를 핵심 모멘텀으로 꼽았다. 유진투자증권도 업종 내 최상위 수준의 재무구조와 SMR 시장 확대에 따른 중장기 성장성을 강조했다. 다만 하나증권은 “이란-미국 간 종전이 공식 확정된 이후 매수를 적극 추천한다”며 매크로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도 유지했다.


어느 숫자가 실체인가

이번 사태를 관통하는 핵심은 두 숫자 사이의 간극이다. 시장은 공시에 적힌 8533억 원에 반응했다. 자기자본의 16%를 넘는 규모, 생소한 해외 세무 분쟁,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시장 전반의 급락 흐름과 맞물리며 건설주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증권가가 분석을 통해 도달한 숫자는 160억 원이었다. 사우디 세법상 시효가 유효한 연도만 추리면 실제 다툼의 대상이 되는 금액이 그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이중과세 논리와 과세 근거 부재 쟁점까지 감안하면 최종 부담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물론 조세 분쟁은 결론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주가에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렇다. 8533억 원은 사우디 과세당국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숫자이고, 160억 원은 한국과 사우디 양국의 세법과 조세조약을 근거로 애널리스트들이 산출한 숫자다. 두 숫자 중 어느 쪽이 실체에 더 가까운지를 판단하는 것이 지금 DL이앤씨 투자 판단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투자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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