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과세당국이 DL이앤씨에 8,533억 원의 법인세 추징을 통보했다. 시장은 즉각 공포로 반응했고, 주가는 장중 20% 넘게 빠졌다. 그러나 같은 날 증권사 4곳이 공통적으로 분석한 실제 리스크는 전혀 다른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효 문제와 이중과세 논란을 감안하면 실제 과세 가능 금액이 160억 원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본 숫자와 증권가가 분석한 숫자 사이에 큰 간극이 생겼다.
사우디 과세당국(ZATCA)의 이번 추징은 DL이앤씨가 2006~2019년 수행한 플랜트 공사(EPC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으로, 한국 본사에서 수행한 설계·조달 업무를 사우디 현지에서 수행한 것으로 간주해 과세한 것이다. 추징 통보 다음 날 주가는 장중 20% 넘게 하락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6,000억 원이 줄었다. 다만 해당 거래일 코스피 전체가 10% 가까이 급락하고 건설업종 전반이 동반 약세를 보인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화투자증권, 하나증권, 유진투자증권, iM증권 등 4개 증권사는 이번 과세에 세 가지 법적 하자가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첫째, 시효 문제다. 사우디 소득세법은 과세 가능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하는데, 이번 추징 대상에는 이미 시효가 소멸한 2006~2015년 사업연도가 포함돼 있다. 증권사들은 시효 주장이 인정될 경우 실제 과세 가능 금액이 160억 원 수준까지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8,533억 원의 대부분이 제척기간을 초과한 세액일 수 있다는 추정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분석상 추정치로 최종 결론이 아니다. 둘째, 이중과세 문제다. 해당 소득은 이미 한국 정부에 법인세 납부가 완료된 상태로, 한국-사우디 조세조약상 동일 소득에 대한 중복 과세는 조약 위반 소지가 있다. 셋째, 과세 산출 근거 부재다. 세액 계산 기준과 업무 배분 방식 등 과세의 기초 논리가 제시되지 않아 처분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유지한 배경에는 이번 이슈가 회사 펀더멘털과 무관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번 세무 분쟁은 현재 진행 중인 수주나 공사 원가율과 아무 관련이 없는 과거 프로젝트에 대한 분쟁이다. 불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세액 납부 의무가 발생하지 않아 단기 현금 유출 가능성도 낮다. 전체 절차 완료까지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동성과 실적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공통된 판단이다. 4개사의 목표주가는 11만 원에서 14만 4,000원으로, 현 주가 대비 최대 두 배 이상의 상승 여력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조세 분쟁은 결론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160억 원이라는 수치는 증권사 분석에 기반한 추정치일 뿐 확정된 금액이 아니며, 해외 세무 분쟁 특성상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남아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시장의 반응이 과도한 것인지, 아니면 증권가가 간과한 리스크가 있는지는 불복 절차의 진행 경과를 지켜보며 판단할 필요가 있다.
본지는 이번 DL이앤씨 세금 추징 이슈를 투자자 관점에서 심층 분석한 영상을 제작했다. 사우디 세법상 시효 문제의 구체적 근거, 이중과세 논란의 법적 쟁점, 증권사 4곳의 분석 논리와 그 한계까지 —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세부 내용을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DL이앤씨 8533억 세금 폭탄…그러나 증권가가 본 숫자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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