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핵심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다우지수 404포인트 폭락 등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흔들렸다
- 금·원유 ETF는 급등한 반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며 전통적 ‘위기의 공식’이 무너지는 이례적 장세가 펼쳐졌다
- AI 효율화 구조조정(Block 40% 감원)부터 클로드 iOS 1위(Anthropic)까지, 테크 업계는 전쟁과 무관하게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세계 시장이 멈췄다
전쟁은 숫자로 먼저 말한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하루 아침에 글로벌 에너지 수급 지형이 뒤집혔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13%까지 치솟으며 배럴당 82달러를 돌파했고, 브렌트유도 6.7% 급등한 77달러대를 기록했다. United States Oil Fund(USO)가 뛰어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뱃길이 아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 해협을 통과한 원유·석유제품은 세계 석유 소비의 약 5분의 1 수준이며, 2024년과 2025년 1분기에는 글로벌 해상 원유 교역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LNG 역시 전 세계 교역량의 약 20%가 이 좁은 수로를 통해 흐른다.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보좌관은 “해협은 봉쇄됐다. 통과를 시도한다면 해당 선박들을 불태워버릴 것”이라고 공언했고, “단 한 방울의 석유도 이 지역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선박 추적 플랫폼 마린트래픽 데이터에 따르면 대다수 선박이 유턴하거나 우회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량이 70% 급감했으며, 최소 150척의 유조선이 해협 양쪽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특히 한국이 가장 위태롭다
지정학적 충격의 진원지는 중동이지만, 가장 깊은 타격은 아시아에서 터진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목적지가 중국(38%), 인도(15%), 한국(12%), 일본(11%), 기타 아시아(14%)로 아시아 국가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수치만 봐도 이번 위기가 ‘중동 문제’가 아닌 ‘아시아 문제’임이 명백하다.
한국은 원유 도입량의 약 70%, LNG의 약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송 선박 대부분은 이 해협을 경유한다. 정유, 석유화학, 운송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본의 3대 해운사인 닛폰유센, 상선미쓰이, 가와사키기선은 이미 자사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운항을 중단했고, 일본종합연구소는 해협 봉쇄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경고는 더 가혹하다. 바클레이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고, UBS는 심각한 안보 차질 발생 시 12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미 외교협회(CFR) 에드워드 피시먼 소장은 국제 유가가 “매우 실질적이고 급격하게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이 바꾼 투자 지형도 — 금은 오르고, 국채는 팔렸다
위기의 시대, 자금은 ‘안전’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이번엔 고전적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SPDR Gold Shares(GLD)는 중동 전쟁 우려를 타고 상승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수록 금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hevron(CVX), Exxon Mobil(XOM), ConocoPhillips(COP) 등 미국 정유 메이저들은 공급 우려 속에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런데 국채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TLT)는 하락했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4.06%를 돌파했다. 원유값 급등이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부추기면서, 전통적인 ‘위기 = 채권 매수’ 공식이 깨진 것이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채권 대신 금과 원유를 선택한 셈이다.
변동성 지수(VIX)는 3개월 최고치를 기록했고, 다우지수는 404포인트 급락 마감했다. SPDR S&P 500 ETF Trust(SPY)와 Invesco QQQ Trust(QQQ)도 동반 하락하며 증시 전반에 공포가 드리웠다.
테크 업계는 전쟁과 무관하게 자기 속도로 달린다
증시가 출렁이는 사이, 테크 업계는 자체적인 격동을 겪고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Block(SQ)에서 나왔다. CEO 잭 도시는 AI 효율화를 명분으로 전체 직원의 약 40%, 약 4,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Square Mafia’라는 이름의 3,800명 규모 동문 슬랙 채널이 구성되어 피해 직원들의 재취업을 돕고 있다는 소식은 AI 시대의 냉혹한 단면을 보여준다.
Anthropic은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클로드(Claude)가 iOS 무료 앱 1위에 오르고, 무료 메모리 기능과 경쟁사에서 전환하는 이용자를 위한 데이터 가져오기 도구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사용자 확대에 나섰다. 미국 국방부와의 갈등이 오히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역설적 효과도 낳았다.
Amazon(AMZN)은 UAE의 AWS 데이터센터 2곳이 직접 피격되고 바레인 시설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전쟁이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위협하는 시대가 현실이 됐다. 다행히 피해는 일부 지역에 국한됐고, 고객들에게 워크로드 우회를 권고했다.
유통 공룡들의 고통 — 타겟의 부진, 베스트바이의 반전
소비재 섹터도 분주했다. Target(TGT)은 4분기 동일매장 매출이 2.5% 감소하면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에 대응해 2026년 설비투자를 약 25% 늘린 50억 달러로 확대하고, ‘바쁜 가정(Busy Families)’을 핵심 타깃으로 삼는 턴어라운드 전략을 제시했다. 2026년 매출 전망은 약 2% 성장으로, 기대치를 낮춘 현실적인 목표다.
Best Buy(BBY)는 달랐다. 4분기 EPS 2.61달러로 예상치(2.46달러)를 상회하며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매출이 138억 1천만 달러로 소폭 예상치를 밑돌았음에도 불구하고 발표 직후 주가는 상승했다. 비용 통제와 마진 관리에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Hershey(HSY)는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시즌 한정 제품에 ‘초콜릿 캔디’와 ‘땅콩버터 크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품질 저하 논란이 불거졌고, 창업자 가문마저 공개 비판에 나섰다. 정통 Reese’s 컵은 여전히 밀크 초콜릿과 땅콩버터를 사용한다는 해명에도 소비자 신뢰는 흔들리는 분위기다.
기타 주목 이슈 — 독점 재판, 신용 강등, 예측 시장
Live Nation(LYV)은 Ticketmaster를 통한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로 DOJ의 반독점 소송에 정식으로 직면했다. 회사 측은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아티스트 가치를 창출한다”고 반박했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티켓팅 산업 전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Fitch는 Paramount Skydance(PSKY)의 신용등급을 BB+(정크)로 강등했다. Warner Bros. Discovery(WBD)와의 1,100억 달러 규모 합병에 따른 레버리지 부담이 이유다. 미디어 업계의 규모 경쟁이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란 관련 뉴스와 연동된 55만 3천 달러 수익 사례로 예측 플랫폼 Polymarket이 도마에 올랐다. 규제 당국과 여야 의원 모두 잠재적 내부자 거래 위험성을 지적했다. 예측 시장이 ‘정보 거래 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이 보내는 신호
호르무즈의 봉쇄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마땅한 대체 경로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일부 산유국은 파이프라인으로 해협을 우회할 수 있지만, 처리 용량과 연결성 한계로 전체 물량을 흡수하기 어렵다.
시장은 이미 다음 국면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의 무기화.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고 금을 사며, 정유주를 매수한 이날의 흐름은 단순한 공포 반응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대한 냉철한 베팅일 수 있다.
전쟁은 시장 바깥의 사건이 아니다. 호르무즈가 막힌 날, 그것은 이미 포트폴리오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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