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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0원의 배당, 이제는 끝났다” 고배당 분리과세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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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3가지

  • 감액 배당(Capital Reduction Dividend) 이란 주주가 납입한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배당하는 방식으로, 세율이 0%인 비과세 배당이다.
  • 정부는 대주주가 합법적으로 배당을 늘리도록 유인하는 고배당 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를 2025년 세제개편안에 신설했다.
  • 이 제도는 주가 부양, 시장형 경영권 승계, 세수 확대라는 ‘1석 3조’ 효과를 노린 설계로, 2025년 기준 532개 기업이 고배당 기업으로 분류되며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세금 0원짜리 배당은 어떻게 가능한가

2023년 말, 국내 증시에서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비과세 배당’을 공식 선언하자, 수십억 원대 자산가들이 다투어 주식을 사들였고 주가는 단기간에 폭등했다. 당시 2만 원대였던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4배 이상 뛰었다.

도대체 어떤 배당이기에 세금이 0원일 수 있을까.

감액 배당의 구조: ‘번 돈’이 아닌 ‘맡긴 돈’을 돌려준다

일반적인 배당은 이익잉여금, 즉 회사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재원으로 한다. 주주가 회사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므로 세법은 이를 ‘소득의 실현’으로 보아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

반면 감액 배당(Capital Reduction Dividend) 은 다르다. 유상증자나 합병 등의 과정에서 쌓인 자본준비금(주식발행초과금 등)을 재원으로 삼는다. 쉽게 말해, 주주가 처음에 회사에 ‘납입’한 원금을 돌려받는 개념이다.

세법은 이를 ‘수익 실현’이 아닌 ‘투하 자본의 회수’ 로 본다. 원금을 돌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이것이 세율 0%의 근거다.

상법 제461조의2는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계가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초과분을 감액해 배당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2011년 이명박 정부가 상법을 개정하며 이 조항을 신설했고,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을 통해 ‘자본잉여금 감액은 배당소득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못박았다.


메리츠금융지주, 1,800억 원의 절세

감액 배당의 현실적 위력은 숫자로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신주를 대규모로 발행했다. 이때 발행가와 액면가(500원)의 차이가 2조 7,500억 원에 달하는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쌓였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를 신속히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뒤, 2022~2024년에 걸쳐 총 6,890억 원의 감액 배당을 실시했다.

지분 51.25%를 보유한 조정호 회장이 수령한 배당금은 3,626억 원. 세금은 단 한 푼도 없었다. 만약 일반 배당이었다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 49.5%)이 적용되어 약 1,800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과세 배당 열풍’이 시장을 휩쓸었다. 기업분석업체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감액 배당을 실시한 상장사 수는 2022년 31개에서 2023년 38개, 2024년 79개, 2025년 4월 기준 130개로 불과 3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왜 대주주는 배당을 꺼렸는가

그렇다면 왜 많은 기업이 오랫동안 배당을 꺼려 왔을까.

핵심은 세율의 역설이다.

회사가 영업으로 번 돈, 즉 이익잉여금을 배당으로 지급하면 주주는 배당소득세를 낸다. 연간 금융소득(이자+배당)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에 합산되어 최고 45%(지방세 포함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대기업 오너들은 대부분 이미 높은 급여와 기타 소득으로 최고 세율 구간에 있다. 즉, 배당금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대주주 입장에서 이익잉여금 배당은 매력이 없었고, 오히려 사내에 현금을 쌓아두는 편이 유리했다.

이것이 한국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였다. 감액 배당은 이 세제 장벽을 우회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급속히 퍼진 것이다.


우회로를 막는 대신

이런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2025년 7월 31일 세제개편안을 통해 대주주 등에 한해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감액 배당에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자본준비금 감액 배당 전체를 비과세 처리하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였다. 일본조차 반환된 자본이 주주의 취득원가를 초과하는 부분은 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한다.

그러나 정부는 단순히 혜택을 빼앗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사실상 동시에 새로운 당근을 꺼냈다.

고배당 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 신설

202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제도의 핵심은 간단하다.

“고배당 기업의 주주에게 배당소득세를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낮은 세율로 따로 과세하겠다.”

적용 대상 — 고배당 기업 요건:

  • 배당성향 40% 이상 인 기업, 또는
  •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액을 10% 이상 증가시킨 기업

(최종 국회 통과안 기준으로 일부 조건은 정부 원안에서 수정되었으며, 2026년 1월 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 귀속 배당분부터 적용된다.)

분리과세 세율:

종합소득 최고세율(49.5%) 대신, 배당소득 규모에 따라 14%~30%의 4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종전 대비 최대 20~30%포인트 낮은 세율이다.


여야가 손잡은 이유

이 제도가 흥미로운 점은 극명히 갈리는 여야가 이례적으로 합의해 처리했다는 사실이다.

보수 진영의 논리는 명확하다. 최고 세율 구간에 묶인 대주주가 배당을 꺼리는 현실을 세제로 풀어주면, 자연스럽게 주주환원이 늘고 주가가 오른다.

진보 진영의 계산도 맞아떨어졌다. 소액주주도 같은 조건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기업이 사내에 현금을 쌓아두지 않고 주주에게 돌려주면 소득 재분배에도 긍정적이다.

여야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 법안은 큰 마찰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1석 3조 정책 효과

① 주가 부양

대주주가 낮아진 세 부담으로 현금 배당을 늘리면,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된다. 배당수익률 상승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를 유인하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작동한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사례가 이미 이를 증명했다.

② 시장형 경영권 승계

한국 재계의 오랜 숙제인 ‘경영권 승계’ 문제에도 새로운 경로가 열린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인 구조에서, 낮아진 세율의 배당금을 매년 모아 시장에서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의 승계가 현실적 대안이 된다. 세금 폭탄 없이, 시장 논리에 따라 경영권을 이전할 수 있는 길이다.

③ 세수 증대

역설적으로 세율이 낮아지면 세수가 늘 수 있다. 배당 자체를 꺼리던 대주주들이 분리과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배당 규모를 대폭 늘리면, 파이 자체가 커진다. 낮은 세율 × 큰 규모 = 정부가 걷는 총 세금은 오히려 증가하는 구조다.


지금 시장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한다.

2025년 기준 고배당 기업으로 집계된 상장사는 532개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주주들이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앞다퉈 배당을 늘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논란도 남아 있다. 분리과세 혜택이 거액 배당을 받는 대주주에게 더 집중된다는 ‘부자 감세’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감액 배당 과세 역시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부과되는 구조여서, 주식을 오래 보유해 취득가액 자체가 높은 대주주는 실질적 세 부담이 거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였던 낮은 배당성향,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 세제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

배당성향 40% 이상 기업, 또는 매년 배당을 10% 이상 늘리는 기업이 앞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분리과세 혜택을 노린 대주주의 배당 확대 의지가, 소액주주에게도 실질적인 이익으로 돌아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감액 배당은 줄어들고, 이익잉여금을 통한 정상적인 배당 확대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 흐름을 이해하는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 사이에, 결정적인 기회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세금 0원의 마법은 막혔다. 하지만 그 자리에 더 큰 판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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