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 코스피 역대 최대 하락(-12.06%) 속, 외국인이 10거래일 만에 순매수 전환, ‘저점 인식 신호인가?’
- 삼성전자 우선주·셀트리온·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가치주 집중 매수
- 환율·외국인 매도 속도·에너지 가격, 이 세 가지가 반등의 열쇠
외국인, 10거래일 만에 ‘매수’로 돌아서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촉발한 중동 위기가 한국 증시에 최악의 충격을 안겼다. 3월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98.37포인트(12.06%) 급락한 5,093.54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다음 날 기록한 12.02%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하락률이다. 코스닥 역시 159.26포인트(14.00%) 폭락하며 978.44에 거래를 마쳤고, 이 역시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그러나 이 공포의 장세 한복판에서 눈길을 끄는 흐름이 포착됐다. 외국인 투자자가 10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2월 27일 7조 원, 3월 3일 5조 원 넘게 쏟아냈던 외국인은 이날 장 마감을 앞두고 매도 물량을 급격히 줄이더니 결국 유가증권시장에서 2,400억 원 순매수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1조 2,000억 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왜 한국 증시는 유독 더 세게 맞았나
한국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므로 유가 상승은 경제 전반에 외생적 비용 부담처럼 작동한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하자 인플레이션 및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매도세를 자극했고, 국내 증시는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 유가 급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설상가상으로 코스피는 급락 전까지 2026년 수익률이 약 +48%에 달하는 등 글로벌 강세장의 대표 주자였다. 이처럼 과열된 시장에서는 거시 충격이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리스크 한도·레버리지·헤지를 강제 재조정시키며 하락을 증폭시키기 쉽다.
원화 약세도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했다. 원화가 약해지면 외국인은 달러 기준 수익률이 훼손되기 때문에 손실에 더 민감해지고, 이는 추가 매도를 유발한다. 이는 신흥 아시아에서 흔히 나타나는 통화 약세 → 자금 유출 → 변동성 확대의 피드백 루프다.
외국인이 담은 종목들
이날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 우선주로 3,173억 원을 매수했다. 이어 셀트리온(904억 원), 삼성SDI(755억 원), LG에너지솔루션(644억 원), 한화솔루션(595억 원), 미래에셋증권(594억 원), 삼성전기(585억 원), NAVER(579억 원), HD현대중공업(546억 원), 한국항공우주(536억 원)이 상위 10위를 채웠다.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일관된 전략이 읽힌다. 반도체·2차전지·바이오·방산·플랫폼 등 국내 대표 수출 대형주를 중심으로 골고루 담았다는 점이다. 단순한 투기적 반등 베팅이 아닌, 저점 인식 하에 우량 자산을 저가에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1조 1,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에코프로비엠(461억 원)을 가장 적극적으로 매수했고, 삼천당제약(421억 원), 로보티즈(361억 원), 에이비엘바이오(323억 원), 휴림로봇(316억 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2차전지·바이오·로봇 등 미래 성장 섹터에 대한 선호가 코스닥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반등의 조건, 세 가지 시그널
시장의 시선은 이제 ‘외국인 귀환이 지속될 것이냐’에 쏠려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가격결정력은 PER(주가수익비율)보다 환율·외국인·변동성에 더 크게 좌우된다”며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① 환율이 1,480원대에서 고착되지 않고 되밀릴 것
② 외국인 매도 속도가 둔화될 것
③ 에너지 가격이 추가 급등에서 안정으로 전환될 것
노 연구원은 “이 세 조건 중 두 가지가 확인될 때부터 밸류에이션 하단이 실제 하방경직성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환율 고착과 선물 매도 재확대, 에너지 고공행진이 함께 온다면 밸류에이션 하단에 접근해도 추가 하방 테스트가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인 투자자에겐 기회인가, 함정인가
급락장 속에서 ‘저가 매수’를 외치며 레버리지 ETF에 과감하게 베팅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1,460원을 넘어 변동성이 극대화된 국면에서는 공포에 질린 매도보다 철저한 분할 대응과 거시지표 확인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외국인의 ’10일 만의 귀환’은 분명 주목할 신호다. 그러나 이것이 추세 반전인지, 일시적 저점 매수에 그칠 것인지는 중동 전황, 환율, 유가라는 세 변수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투자자라면 지금 이 순간, 외국인이 어떤 종목을 담았는지보다 ‘어떤 조건이 충족될 때 그 포지션을 유지할 것인지’ 에 더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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