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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發 5.6조 환매 폭탄 “2007년 BNP파리바 데자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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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요약

  • 블랙스톤 BCRED, 사상 최초 순유출 17억 달러 기록 — 임직원 자금까지 긴급 투입
  • AI가 소프트웨어 기업 뒤흔들자, 대출 물린 사모펀드도 도미노처럼 흔들려
  • 블루아울→블랙스톤으로 번진 환매 공포 — 월가 “탄광 속 카나리아” 경보음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블루아울 캐피털의 환매 중단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블랙스톤의 주력 사모대출펀드(BCRED)에서 5조 6,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갔다. 사모대출 시장 전반을 덮친 불안감이 ‘업계의 가늠자’로 불리던 블랙스톤까지 강타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한도를 넘어선 환매: 임직원 자금까지 ‘긴급 수혈’

820억 달러 규모의 블랙스톤 비상장 신용 펀드 BCRED는 올해 1분기 전체 자산의 7.9%에 달하는 환매 신청을 받았다. 이는 블랙스톤이 환매를 제한할 수 있는 기준선인 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문제는 규모만이 아니었다. 환매 요구 규모가 지난해 3분기 1.8%이던 것이 4분기 4.5%로 늘었고, 이번에 8%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다. 불과 반년 만에 4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블랙스톤은 투자자들의 불안이 시장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례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고위 리더 25명 이상이 BCRED에 약 1억 5,000만 달러를 투입했고, 회사 자본 2억 5,000만 달러를 추가해 총 4억 달러를 수혈했다. 분기별 환매 한도를 규정상 최소치인 5%에서 7%로 늘렸음에도 요청분을 다 소화하지 못하자, 임직원들이 직접 지갑을 열어 나머지 0.9%를 메운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 조치를 ‘신뢰의 증거’보다 ‘불안의 방증’으로 읽었다. 블랙스톤 주가는 사모대출 업황 둔화 우려 속에 올해 들어 약 25% 하락했으며, 최근에도 추가 하락세를 보였다. 블루아울(-32.92%),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26.96%), 아레스매니지먼트(-32.27%) 주가도 올해 들어 30%가량 급락했다.


AI가 쏘아 올린 ‘소프트웨어 붕괴론’

이번 사태의 핵심 도화선은 인공지능(AI)이다. 사모대출 펀드들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이유로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에 집중 투자해왔는데, AI의 파괴적 혁신이 그 논리를 정면으로 뒤흔든 것이다.

BCRED의 경우 포트폴리오의 4분의 1 이상이 AI·소프트웨어 기업에 노출돼 있다. 소프트웨어 구독료를 통해 꾸준한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적용된 결과였지만, 지난해 말부터 AI로 인한 소프트웨어 기업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소프트웨어 기업 비중을 높인 게 악수가 됐다.

앤트로픽의 AI 에이전트가 기존 SaaS의 사업 모델을 위협하고 있고, 이들에 대출을 많이 한 사모신용펀드들이 함께 흔들리고 있다. 나아가 펀드들이 환매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중인 다른 우량 자산을 강제 매각하기 시작하면 주식 시장의 유동성이 마르는 ‘신용경색’이 나타날 수도 있다.

UBS그룹은 AI 위기론으로 인해 대출 시장에서 공격적인 변화가 나타날 경우 사모대출 부도율이 최대 1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루아울에서 블랙스톤으로

이번 사태는 홀로 일어난 돌발 사건이 아니다. 지난 1월 사모대출업체 블루아울이 먼저 뇌관을 건드렸다. 블루아울은 기술기업 대출에 특화된 블루아울 테크놀로지 인컴 펀드에 대한 환매 한도를 순자산의 5%에서 17%로 대폭 상향했고, 결국 환매 중단을 결정하며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BCRED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첫 번째 메이저 펀드다. 시장은 이제 아레스(Ares), 아폴로(Apollo), 블랙록의 HPS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등 유사한 구조를 가진 경쟁사 펀드들의 환매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은 신규 유입 자금으로 환매 요구를 충당해왔으나 순유출로 돌아설 경우 업계의 유동성 방어막이 빠르게 잠식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월가의 거물들도 이미 오래 전부터 사모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JP모건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CEO는 사모대출 시장을 향해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실제로는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은 이를 “쓰레기 대출”이라 일갈한 바 있다.


1조 8,000억 달러 시장: 규제 사각지대의 민낯

사모대출 시장이 이토록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된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강화된 규제’에서 비롯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금융당국들은 고위험 대출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은행들은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 대출에서 대거 철수했고, 그 빈자리를 블랙스톤 같은 펀드들이 사모대출을 통해 기업에 대출을 내주며 채웠다. 현재 전 세계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1조 8,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시장은 은행 대출과 달리 당국의 감독이 느슨하다.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 캐피털매니지먼트 공동설립자는 “지난 10년간 사모대출 시장이 크게 확장되면서 전문성이 매우 낮아졌다”며 “일부에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이 균열이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7년의 기억” 탄광 속 카나리아가 울고 있다

지난달 경제학자 무함마드 엘에리안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블루아울의 환매 중단 소식을 접한 뒤 “2007년 8월과 유사한 ‘탄광 속의 카나리아’ 순간일까”라는 말을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2007년 8월 프랑스 BNP파리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펀드 3개의 환매를 전격 중단한 것이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서막이었음을 상기시킨 발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들은 비록 이번 환매는 소규모 비즈니스 개발회사(BDC) 투자자들의 움직임으로 시작됐지만, 소매 투자자들이 민간 대출 시장에서 빠르게 발을 빼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일부 펀드에서는 1월 신규 자금 유입이 전월 대비 크게 감소하며 투자 심리 악화가 가시화됐다.

블랙스톤은 여전히 “펀드는 건강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임직원 자금을 총동원해 환매를 방어해야 했던 현실, 사상 최초로 기록된 순유출, 그리고 쉼 없이 이어지는 주가 하락은 그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게 만든다.

카나리아는 이미 노래를 멈췄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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