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다. 12월 24일, 많은 SK하이닉스 투자자들은 기다렸다. 투자경고종목 해제 여부가 결정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아쉽게도 불발. 그것도 단돈 1000원 차이로 말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4000원 오른 58만 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문제는 이 가격이 지난 12월 10일에 기록했던 최고가 58만 7000원보다 1000원 높았다는 점이다. 투자경고종목에서 해제되려면 최근 15거래일 동안의 종가 중 최고가를 기록하면 안 되는데, 딱 그 조건에 걸려버린 것이다.
사실 다른 조건들은 다 통과했다. 5거래일 전보다 45% 이상 오르지 않았고, 15거래일 전보다 75% 이상 오르지도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조건 하나 때문에 투자경고 해제가 미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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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경고종목이 뭐길래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월 11일 SK하이닉스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12월 10일 기준으로 주가가 1년 전보다 200% 넘게 올랐고, 최근 15일 중 최고가를 찍었기 때문이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주식을 살 때 위탁증거금을 100% 내야 한다. 쉽게 말해서 미수거래나 신용융자 같은 레버리지를 쓸 수 없다는 뜻이다.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지만, 실제로는 거래에 제약이 생기는 것이다.
올해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실적도 좋아졌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쏟아졌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낸 회사가 투자경고종목이 된 것이다.
투자경고종목 지정 이후 주가는 횡보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에서 불거진 AI 버블 우려도 있었고, 투자경고종목이라는 꼬리표가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다른 대형주들도 마찬가지였다
SK하이닉스만 투자경고종목이 된 게 아니었다. 현대로템,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대형주들도 줄줄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쯤 되니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펀더멘털이 좋은 대형주들이 단지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투자경고종목이 되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투자 제약이 생기면서 오히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비판이 쏟아지자 한국거래소도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단순히 수익률만 보는 게 아니라 주가지수 대비 초과수익률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시가총액이 큰 종목은 아예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그나마 좋은 소식도 있었다. 같은 날 현대로템은 투자경고종목에서 해제됐다. 주가가 전날보다 5100원 떨어진 18만 3600원에 마감하면서 해제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투자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투자주의종목으로 내려갔다.
다음 기회는 26일
한국거래소는 매일 장이 끝나면 종가를 기준으로 투자경고종목 해제 여부를 다시 계산한다. SK하이닉스의 다음 판단일은 12월 26일이다. 크리스마스를 넘겨서 결정되는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점이 있다. 거래일이 지날수록 최근 15거래일 기준도 함께 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높은 가격이 15거래일 범위를 벗어나면, 그만큼 기준이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주가가 조금 오르더라도 해제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SK하이닉스 투자자라면 26일을 주목해야 한다. 해제되기 전까지는 미수거래나 신용거래를 쓸 수 없으니 매수할 때 현금을 100% 준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SK하이닉스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 HBM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엔비디아 같은 주요 고객사들과의 관계도 탄탄하다. 실적 개선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경고종목 지정은 단기적인 이슈일 뿐,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와는 별개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1000원 차이로 해제가 불발된 건 좀 아이러니하다. 현행 제도의 기계적인 적용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약속한 제도 개선이 빨리 이뤄져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좋은 회사인데 투자하기가 불편해진 셈이니까. 26일에는 좋은 소식이 들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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