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85만원까지 올릴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2024년 9월에 12만원이라고 했던 곳이 14개월 만에 목표가를 7배 넘게 올린 것이다.
솔직히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작년에 반도체 겨울이 온다면서 SK하이닉스 목표가를 3분의 1로 떨어뜨렸던 모건스탠리가 이제는 85만원이라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작년 9월엔 반도체 겨울을 경고했는데
2024년 9월, 모건스탠리는 ‘Winter looms(겨울이 온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하고 소비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저조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낮췄고, 당시 주가는 장중 15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모건스탠리를 ‘반도체 저승사자’라고 부를 정도였다. 많은 투자자들이 공포감에 주식을 매도했고, 외국인 자금도 빠져나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저조는 사실 삼성전자가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소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건 SK하이닉스였고, 모건스탠리는 바로 그 종목의 목표가를 크게 떨어뜨렸다.
이번엔 73만원, 아니 85만원까지 가능하다고
2025년 11월 10일, 모건스탠리는 ‘Memory-Maximum Pricing Power’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73만원으로 제시했고, 강세장 시나리오에서는 85만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봤다.
이 목표가는 2025년 주가순자산비율 2.9배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강세장 시나리오에서는 주가이익비율 8배를 적용했는데, 이건 최근 SK증권이 SK하이닉스 100만원 목표가를 제시할 때 사용했던 방식과 비슷하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목표주가를 14만 4천원으로 올렸고, 강세장에서는 17만 5천원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사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에도 한 번 목표가를 올린 적이 있다. 10월 9일에 삼성전자 11만원, SK하이닉스 48만원으로 상향했는데, 두 종목의 주가가 계속 오르자 한 달 만에 또 목표가를 올린 것이다.
HBM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
이렇게 극적인 변화가 생긴 이유는 간단하다. HBM, 즉 고대역폭메모리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실적이 급상승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고점을 경신하는 상황에서 모건스탠리도 전망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다. 작년 9월에도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은 분명히 존재했다. AI 시장이 성장할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왜 그때는 겨울이 온다고 했을까?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비밀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증권사와는 다른 평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한국 증권사에서는 애널리스트가 쓴 종목 보고서로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고 해서 인센티브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외국계는 다르다. 영업기여도가 애널리스트 평가 항목 중 하나다. 파격적인 리포트가 나와서 실제로 매매가 발생하면 수수료의 상당부분을 애널리스트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매를 일으키는 파격적인 리포트가 발간되어 실제로 약정이 발생하면 수수료의 상당부분을 애널리스트에게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과감한 목표가 변경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에서 핫한 종목, 수급이 꽉 찬 종목에 대해서만 보고서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외된 종목이나 관심 없는 종목에 대해서는 외국계 보고서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투자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
결국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는 참고는 하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14개월 만에 목표가가 7배 넘게 바뀔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자극적인 제목의 보고서가 나왔을 때 공포감이나 과도한 기대감을 갖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작년에 겨울이 온다는 보고서를 보고 패닉셀을 한 투자자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물론 모건스탠리의 분석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전망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반영하는 편이고, 그만큼 목표가 변동성도 크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의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원래 변동성이 큰 업종이다. 지금의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자 판단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여러 증권사의 리포트를 참고하되, 한 곳의 의견에만 의존하지 말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봐야 한다.
외국계 증권사의 자극적인 목표가에 휘둘리기보다는, 차분하게 기업의 실적과 시장 상황을 살펴보는 게 현명한 투자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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