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양대 핵심 기업인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주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강조해온 ABC 전략, 즉 인공지능과 바이오, 클린테크 중심의 성장 계획이 실제 숫자로 증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LG전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방하다
10월 13일 LG전자가 공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21조 8,7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889억원으로 8.4% 줄었다. 숫자만 보면 감소세로 보이지만, 시장에서 예상했던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10%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 발표 이후 LG전자 주가는 2.53% 상승하며 8만 1,000원에거래를 마쳤다.
[차트] LG전자 주가(일봉, 최근 6개월)

(자료: 키움증권 영웅문)
사실 LG전자는 2022년부터 계속된 실적 정체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왔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353억원까지 떨어지면서 주가도 함께 약세를 보였다. 그런데 이번 3분기 실적은 그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이 좋았던 이유로 가전과 냉난방공조 사업에서 관세 문제를 잘 대응했다는 점을 꼽았다. 게다가 전장 사업부의 실적 개선 효과도 예상보다 컸다고 분석했다. 물론 TV 사업 쪽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해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LG전자가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와 중남미, 중동,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내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LG전자는 10월 14일 인도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최대 1조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 자금으로 추가적인 인수합병이나 새로운 사업 진출을 추진할 수 있게 되어,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시장 우려를 날려버리다
LG에너지솔루션도 3분기에 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를 잠재웠다. 매출은 5조 6,9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34.1% 증가한 6,013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었다.
더 의미 있는 부분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보조금을 빼고도 2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는 점이다. 3분기 보조금은 3,655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약 1,000억원 줄었는데, 이는 9월 말 북미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가 종료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발주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그럼에도 실적을 지켜낸 건 회사의 탄탄한 수익 구조를 보여준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렇게 선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에 있다. 전기차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해서 일찍부터 북미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공략해왔다. ESS는 전력망을 안정화하고 재생에너지 확산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전기차 외에 다른 매출원을 확보하면서 실적 방어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용 원통형과 파우치형 배터리의 고객 물량도 늘어나면서 소형 전지 사업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자재비를 줄이는 등 고정비 관리와 비용 구조 최적화에 힘쓴 것도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이날 0.14% 오른 36만원을 기록했다. 한때 60만원대까지 올랐다가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26만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실적 반등세와 함께 다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차트] LG에너지솔루션 주가(일봉, 최근 6개월)

(자료: 키움증권 영웅문)
회사 측은 하반기에도 자원 재배치와 비용 효율화를 통해 고정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ABC 전략, 결실을 맺기 시작하다
구광모 LG 회장이 강조해온 ABC 전략은 인공지능과 바이오, 클린테크를 중심으로 그룹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3분기 실적을 보면 이 전략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사업을 통해 클린테크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기존 사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앞으로 LG전자는 인도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진출 소식이 나올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만큼 이 분야에서 더 큰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LG전자는 TV 사업의 경쟁 심화와 글로벌 관세 부담이 여전히 부담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우려와 글로벌 경쟁 심화를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3분기 실적을 보면 두 회사 모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LG전자의 인도 IPO 이후 전략과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ESS 매출 성장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숫자보다는 ABC 전략이 실제로 어떻게 사업화되고 있는지를 중장기적으로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LG그룹의 두 핵심 기업이 보여준 이번 3분기 실적은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사업 체질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시장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비용 구조를 개선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구광모 회장의 ABC 전략이 숫자로 증명되기 시작하면서, LG그룹의 앞날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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