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KG그룹주는 총 6개입니다. 그런데 이 6개 종목이 모두 특이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 ‘저평가’입니다.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는지 판단하는 여러가지 지표 중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지표가 PER(주가순이익배수)인데요. 6개 종목 중 PER이 가장 높은 종목인 KG모빌리티 PER이 13배입니다. 나머지 5개 종목은 모두 3~4배 수준이고요.
PER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이 PBR입니다. KG그룹주 중 PBR이 1배가 넘는 종목이 한 군데도 없고요. KG그룹주는 시장에서 가진 자본만큼의 평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표] KG그룹 시가총액·실적·밸류에이션 데이터
* 단위: 억원, 12일 시가총액 기준, 2분기 연환산 기준
(자료: 인리치타임스, 전자공시시스템, 한국거래소)
그런데 말입니다. KG그룹 주주들은 이러한 저평가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KG그룹 곽재선 회장과 그의 아들 곽정현 사장입니다. 소액주주들의 주장은 크게 2가지입니다. 먼저, 곽재선 회장의 KG케미칼 지분을 아들 곽정현 사장에게 넘기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주장입니다.
또 다른 주장으로는 KG그룹이 대기업 집단에 들어가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KG그룹은 현재 중견기업으로 분류됩니다.
소액주주들이 주장하는 2가지 의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정말 KG그룹은 일부러 상장사 주가를 누르고 있는 걸까요?
먼저, 지분 승계입니다. 현재 KG그룹의 핵심 회사는 KG제로인인데요. KG그룹 지배구조는 KG제로인 → KG케미칼 → KG에코솔루션(구, KG ETS) → KG모빌리티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핵심인 KG제로인은 곽재현 사장이 34.84%로 최대주주입니다. 곽재선 회장은 15.4%로 2대 주주고요.
참고로, KG케미칼 최대주주는 KG제로인입니다. 2분기 기준 지분율은 20.91%입니다. 다음으로 곽재선 회장이 16.29%로 2대 주주고요.
정리해보겠습니다. 소액주주들이 주장하는 “지분 승계를 위해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주장은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다’로 평가할 수 있어요. KG그룹은 곽재선 회장의 아들인 곽정현 사장이 KG제로인을 통해 KG그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곽재선 회장이 들고 있는 KG케미칼 지분 16%를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넘기기 위해 주가를 누르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의심할 만합니다. 특히 실적을 보면 더욱 그런 의심이 커지죠.
KG케미칼은 2분기 연환산 기준 영업이익으로 4140억원을 벌었습니다. 이런 회사 시총이 2500억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소액주주들의 의심을 키우기에 충분한 상황입니다.
참고로 12일 시가총액 기준 곽재선 회장이 가지고 있는 KG케미칼 지분 가치는 약 400억원 수준입니다. 만약 KG케미칼 PBR이 1배로 올라간다면 곽재선 회장 지분 가치는 3.7배 증가한 1480억원이 됩니다. 지분 가치가 커지면 그만큼 세금과 비용이 많이 들죠. 지분을 승계하는 입장에서는 불리해지는 겁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KG그룹은 대기업 집단에 들어가 여러가지 번거로운 일과 감시를 받기 싫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KG그룹은 이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들어간 ‘대기업’입니다. 2024년 순위는 총 88개 기업 중 56위고요. 즉, 두 번째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주장은 제기할 수 있으나, 근거가 약합니다. 사실과 틀린 주장도 있었고요. 이에 말도 안되게 낮은 밸류에이션이 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 증시에는 ‘밸류업’이 유행이었는데요. 이 밸류업을 기준으로 한다면, KG그룹은 낙제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단, KG그룹 자회사 중 배당을 꾸준히 지급했으며, 배당수익률이 꽤 높은 수준을 보이는 기업도 있다는 점에서 밸류업을 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애매합니다.
KG그룹주가 저평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분명한 답을 찾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현금흐름이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 저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분기 연환산 기준 잉여현금흐름을 살펴보면 KG스틸을 제외한 모든 그룹주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표] KG그룹 시가총액·실적·밸류에이션 데이터
* 단위: 억원, 12일 시가총액 기준, 2분기 연환산 기준
(자료: 인리치타임스, 전자공시시스템, 한국거래소)
추가로 생각해 볼 한 가지는 KG그룹 성장 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어요. KG그룹은 위기에 빠진 기업을 인수해 되살리면서 성장해왔는데요. 이러한 활동이 현재 KG모빌리티에 쏠려 있는 것으로 파악합니다. 또, KG그룹은 위기에 빠진 기업을 살리는데 재주가 있으나, 기업을 꾸준히 성장시키는 재주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도 있어요. 주가 상승은 결국 성장 스토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니깐요.
앞서 살펴 본 ‘KG그룹 주가 부진한 이유에 대한 주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아들에게 넘겨주고 싶은 지분, 주가 낮아야 유리
② 최근 좋은 못한 현금흐름
③ 기업 살리는 데 특화된 경영자 능력
④ 부족한 성장 스토리
주가 흐름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회사가 많은 정보를 가진 것은 사실이나 회사도 ‘정답’을 알진 못합니다. 이에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에 의심하고 집중을 하기 보다는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KG그룹주를 살펴보는 것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G그룹주가 단순히 싸다고 투자하는 것은 좋은 투자 판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각 그룹사가 가진 실적과 현금흐름, 성장 스토리, 경영진의 목표와 능력 등을 복합적으로 생각해야할 것입니다. 그 이후 밸류에이션 등 주가를 판단해야할 것입니다.
물론, 소액주주 활동도 응원합니다. 그들은 주주로서 회사에 의견을 낼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행동주의 펀드가 나선다면 극적인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