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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팹리스 기업들 “엔비디아 넘어서겠다” 자신감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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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도체 업계가 뜨겁다. 특히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국내 팹리스 산업을 현재의 10배 규모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12월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AI 반도체 컨퍼런스에서 국내 주요 팹리스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가장 눈에 띄었던 건 기업들의 자신감이었다. 딥엑스의 김정욱 부사장은 “온디바이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대신 딥엑스가 제패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CPU 시장을 제패했던 것처럼 자신들도 온디바이스 AI 분야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퓨리오사AI가 내놓은 레니게이드의 비밀

퓨리오사AI의 김한준 CTO는 이날 실물 칩을 들고 나왔다. SK하이닉스의 HBM을 탑재한 신경망처리장치 레니게이드다. 그동안 과기정통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해왔는데 드디어 다음달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한다.

레니게이드의 핵심은 전력 효율성이다. 최대 열 설계 전력이 180W에 불과하다. 엔비디아 GPU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김 CTO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에서 15kW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퓨리오사 서버는 최대 3kW를 소모하기 때문에 5개를 장착할 수 있다. 반면 엔비디아 서버는 최대 파워 사용량이 높아서 1개 정도만 설치 가능하다는 것이다.

팹리스 산업의 특성상 고객이 많아질수록 제품도 좋아진다. 퓨리오사는 이미 LG AI 연구원과 함께 작업하면서 실력을 입증받았다. LG의 대규모 언어모델인 엑사원 개발 과정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GPU와 경쟁할 수 있는 성능에 더 나은 가성비까지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리벨리온이 선택한 칩렛 전략

리벨리온의 오진욱 CTO도 자신들만의 전략을 소개했다. 엔비디아처럼 큰 칩을 만드는 건 생산성과 구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칩렛이다. 반도체를 작은 조각으로 쪼개서 만든 다음 다시 조립하는 방식이다.

리벨리온의 AI 가속기 리벨쿼드는 2PF 성능을 갖췄다. 국내 가속기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절대 수치로만 비교하면 엔비디아의 H200급이라고 볼 수 있다. 오 CTO는 엔비디아의 B200보다 전력이나 가격 면에서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딥엑스의 버터 벤치마크가 뭐길래

딥엑스는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기술력을 증명하고 있다. 바로 버터 벤치마크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열 문제는 정말 중요한 이슈다. 딥엑스는 칩 위에 버터를 올려놓고 AI 모델을 작동시킨다. 버터는 36도 이상에서 녹기 시작하는데, 이걸 이용해서 발열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김정욱 부사장에 따르면 딥엑스 NPU는 1% 내외의 열화만 발생했다. 글로벌 경쟁사는 열화가 훨씬 심하고 편차도 크다고 한다. 발열로 봤을 때 경쟁사보다 약 25도 정도 온도가 낮다는 게 딥엑스의 설명이다.

딥엑스는 지난 7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300개 업체와 기술검증을 진행했고 20개 업체와는 실제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작년에는 CES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반드시 살펴봐야 할 부스로도 선정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 지원이 만드는 변화

정부가 팹리스 산업을 10배로 키우겠다는 건 단순한 말이 아니다. 실제로 여러 지원책이 준비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NPU 스케일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고, 차세대 피지컬 AI 예비타당성조사 사업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다. 구글이 직접 설계한 TPU 같은 전용 반도체 칩이 등장하면서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우리나라 NPU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K-퍼프 협의체도 출범했다. AI 반도체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하이퍼엑셀 같은 공급 기업과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SK텔레콤, LG AI연구원 같은 수요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 성능지표를 함께 논의하고 표준을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다.

전력 효율성이 게임 체인저가 될까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전력 효율성이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게 전력 소비다.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이 전기료이기 때문이다.

퓨리오사는 같은 데이터센터에 더 많은 서버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딥엑스는 발열 관리 기술을 내세웠다. 리벨리온도 B200 대비 전력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성능은 비슷한데 전기를 덜 쓴다는 메시지다.

실제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게 큰 차이를 만든다. 같은 성능이라면 전기료가 적게 나오는 걸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 여기에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온디바이스 AI라는 새로운 시장

딥엑스가 주목하는 온디바이스 AI도 흥미롭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AI 처리가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기기 자체에서 AI를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센터용 대형 GPU보다는 작고 효율적인 NPU가 필요하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기기에서는 전력 효율이 더욱 중요해진다. 딥엑스가 이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제치겠다고 나선 이유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했고, 소프트웨어 지원도 탄탄하다. 개발자들이 익숙한 CUDA 같은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새로운 기회도 계속 생기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국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제는 시스템 반도체, 특히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팹리스 기업들의 성장은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튼튼하게 만든다. 설계 역량이 강해지면 파운드리 산업도 함께 발전한다. 삼성파운드리 같은 국내 생산 시설의 활용도도 높아질 수 있다.

정부가 10배 확대를 목표로 잡은 건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퓨리오사, 리벨리온, 딥엑스 같은 기업들이 보여주는 기술력은 상당하다.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기업들이 보여준 자신감은 근거 없는 허풍이 아니다. 실제 제품이 나오고 있고, 고객들의 검증도 받고 있다. 양산 단계에 접어든 기업도 있다. 앞으로 몇 년간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어떤 성과를 낼지 지켜볼 만하다.

엔비디아를 넘어서겠다는 목표가 과연 현실이 될까.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도전할 만한 기술력과 전략은 갖춘 것 같다. 전력 효율성, 가격 경쟁력, 특화된 시장 공략 같은 차별화 전략도 명확하다. 한국 팹리스 기업들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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