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난리다. 그런데 막상 증시를 들여다보면 좀 이상한 현상이 보인다. K-뷰티 상장사가 14개나 되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진짜로 돈을 쏟아붓는 곳은 딱 두 곳뿐이라는 거다.
2024년 말과 비교해서 올해 외국인 보유 비중이 확 늘어난 회사를 보면, 에이피알이 압도적이다. 14.04%에서 27.68%로 뛰었으니까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달바글로벌도 상장하자마자 외국인들이 몰려들어서 0.12%에서 16.08%까지 올라갔다.
그 외에 아이패밀리에스씨나 에이블씨엔씨도 외국인 비중이 조금 늘긴 했는데, 2%포인트, 1%포인트 수준이라 사실상 의미 있는 증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우리가 아는 대형 화장품 회사들은 어떨까. 아모레퍼시픽은 27.22%에서 22.86%로 줄었고, LG생활건강도 28.23%에서 24.98%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이 오히려 빠져나간 거다.
에이피알, 미국에서 제대로 터졌다
에이피알이 외국인 돈을 끌어모은 이유는 명확하다. 해외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해외 매출 비중이 55.3%였는데, 올해 3분기까지 76.9%로 올라갔다. 특히 미국 시장이 대박이었다.
미국 매출이 작년에는 21.9%였는데 올해 3분기에는 32.4%까지 올라갔다. 심지어 국내 매출을 제치고 에이피알의 제 1시장이 됐다. 3분기까지의 미국 매출만으로도 작년 한 해 미국 매출의 두 배를 찍었다는 게 증권사 보고서에 나와 있다.
에이피알 쪽 말로는 올해 상반기에 아마존 대형 프로모션에서 제로 모공 패드가 뷰티 카테고리 전체 1위를 했다고 한다. 8월에는 미국의 큰 뷰티 편집숍인 얼타 뷰티에도 입점했다. 메디큐브라는 브랜드가 미국에서 제대로 자리 잡은 셈이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도 에이피알은 강했다. 11월 26일 아마존 뷰티&퍼스널케어 부문에서 메디큐브 제품 7개가 상위 100위 안에 들었고, 그중 4개는 10위권에 올랐다. KB증권 분석이다.
달바글로벌은 전 세계에 골고루 팔린다
달바글로벌도 해외 매출이 확 늘었다. 작년에는 45.6%였던 해외 매출 비중이 올해 3분기에는 61.6%까지 올라갔다. 교보증권 분석에 따르면 일본이 18.4%로 가장 크지만, 러시아 12.2%, 북미 10.7%, 아세안 10.7%, 유럽 4.5%, 중화권 3.8% 이런 식으로 여러 지역에서 고르게 매출이 나온다.
특정 지역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게 달바글로벌의 강점이다. DB증권은 4분기에 미국 코스트코와 얼타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고 분석하면서, 해외 성장이 계속 이어질 거라고 봤다.
대형 화장품사는 왜 외면받았을까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대형사들은 K-뷰티 열풍의 수혜를 못 받는 걸까. 외국인 보유 비중이 줄어든 걸 보면 그렇게 보인다. 사실 이 회사들도 해외 매출이 있긴 하지만, 에이피알이나 달바글로벌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단순히 K-뷰티라는 테마만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 실제로 해외에서 얼마나 팔리는지, 매출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를 본다. 에이피알은 3분기까지 미국 매출만으로 작년 전체의 두 배를 찍었고, 달바글로벌은 여러 나라에서 골고루 성장하고 있다. 이런 실적이 있으니까 돈이 몰리는 거다.
K-뷰티 투자할 때 뭘 봐야 할까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그게 모든 화장품 회사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외국인들이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에만 집중한 걸 보면, 투자자들은 몇 가지를 확실히 체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첫째는 해외 매출 비중이다. 에이피알은 76.9%, 달바글로벌은 61.6%다.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이 훨씬 많다. 둘째는 실제 성장률이다. 에이피알의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숫자로 증명된 성장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글로벌 유통망이다. 아마존이나 얼타, 코스트코 같은 큰 채널에 입점해 있으면 브랜드 신뢰도가 올라간다. 넷째는 특정 시장 의존도다. 달바글로벌처럼 여러 나라에 골고루 팔리면 리스크가 분산된다.
결국 K-뷰티 투자는 테마주 접근보다는 실적주 접근이 맞다. 외국인들이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에만 돈을 쏟아붓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두 회사는 K-뷰티 열풍을 실제 매출로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존 1위, 얼타 입점, 코스트코 진출 같은 구체적인 성과가 있다.
반대로 말하면 K-뷰티라는 단어만 붙어 있다고 다 좋은 투자처는 아니라는 얘기다. 해외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어느 나라에서 얼마나 팔리는지, 실제로 매출이 늘고 있는지를 꼼꼼히 봐야 한다. 외국인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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