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자산운용이 한국 증시에 대해 흥미로운 전망을 내놨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금 하는 대로만 꾸준히 하면 코스피는 더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15일 열린 JP모건자산운용 아시아 리서치 서밋에서 박남석 JP모건자산운용 한국 대표는 밸류업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밸류업 정책은 해외 자금을 유지하기 위한 옳은 방향이고, 해외 투자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바로 10~20년 동안 시스템적으로 꾸준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 증시는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바이 코리아 랠리를 반복해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왔다가 다시 빠지는 일이 되풀이됐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이런 패턴을 깨려면 기업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꾸준히 지속되지 않으면 돈이 들어왔다가도 다시 시들해질 것”이라는 그의 지적은 정책의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타이후이 JP모건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 시장전략가도 한국 시장에 긍정적이었다. 그는 한국과 대만을 AI 반도체와 하드웨어 수요 증가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았다. 여기에 일본과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 모멘텀까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다수 기업이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동의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할 경우 한국은 전망이 밝은 아시아 시장에서도 특출난 결과를 낼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JP모건은 어떤 업종에 주목하고 있을까. 타이후이 전략가는 반도체, 방산, 조선, 금융주를 추천했다. 먼저 반도체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 즉 HBM을 중심으로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I 붐이 계속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 기업들도 유망하다.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어서 한국 방산 업체들이 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 산업 역시 미국과 유럽의 전략 재편 속에서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선박과 LNG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주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건 금융주에 대한 전망이다. 타이후이 전략가는 중공업의 호조가 금융 섹터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반도체, 방산, 조선 같은 중공업이 잘되면 대출과 환거래 같은 금융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그게 은행과 증권사의 수익 개선으로 연결된다는 논리다.
한편 JP모건자산운용은 아시아 ETF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필리프 엘아스마르 JP모건자산운용 아태 지역 ETF 총괄은 현재 2조 달러인 아시아 전체 운용자산이 연 25%씩 늘어 3년 뒤 4조 달러, 5년 뒤 6조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운용사들의 진입과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의 채택 확대, 상품 출시 증가가 이런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자산운용은 특히 액티브 ETF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들의 액티브 ETF 비중은 전체 ETF의 75%에 달한다. 엘아스마르 총괄은 내년에도 채권형 ETF와 인컴형 ETF 수요가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공모시장 자산과 부동산, 사모대출 같은 사모시장 자산을 융합한 상품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ETF 피더펀드, ETF 현지 등록, 현지 상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댄 왓킨스 아태 지역 CEO는 올해 초 아태 지역 운용자산이 3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이는 2019년의 두 배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5년간 운용자산을 다시 두 배로, 장기적으로는 1조 달러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결국 JP모건이 말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한국 증시는 AI 반도체 수요, 방산과 조선의 글로벌 수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호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런 긍정적 흐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10년, 20년 지속될 때 비로소 한국 증시가 아시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 이벤트가 아닌 장기 시스템 개선, 그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진짜로 해소하는 방법이라는 게 글로벌 투자은행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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