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벌크선 사업 확장을 위해 폴라리스쉬핑 인수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MM은 2030년까지 5조 600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투입해서 현재 38척인 벌크선을 110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컨테이너선이 주력이었던 HMM으로서는 꽤 큰 방향 전환인 셈이다.
벌크선 운영이 주력 사업이 아니다 보니 HMM은 효율적으로 사업을 키우기 위해 기존 해운사를 인수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해왔다. 그래서 지금 다시 폴라리스쉬핑이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폴라리스쉬핑은 초대형 광탄선을 주력으로 운영하는 벌크 전문 선사다. 국내에서 재화중량톤수 기준으로 3위 선사이고, 현재 34척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로만 보면 HMM이 이 회사를 인수하면 110척 목표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한 번에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벌크선 시장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중고 선박을 살 때 그 선박이 하던 운송 계약까지 함께 가져오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HMM 입장에서는 배 한 척 한 척 따로 사서 사람도 새로 뽑고 계약도 새로 따내는 것보다, 이미 잘 돌아가는 회사를 통째로 사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노하우도 있고 고객사와의 관계도 이미 형성되어 있으니까.
사실 HMM은 이런 전략으로 SK해운 사업부 인수도 시도했었다. SK해운은 석유화학 제품 운반선, LPG선, 건화물선, 벙커링선 등 54척이나 되는 벌크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가격 협상이 결렬되면서 무산됐다.
폴라리스쉬핑과는 인연이 꽤 있는 편이다. 2023년에도 HMM이 폴라리스쉬핑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당시 최대주주인 해양진흥공사와 HMM이 합쳐서 1000억원을 출자하려고 했는데, 마침 HMM 자체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던 시기라 결국 무산됐다.
그때 폴라리스쉬핑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결국 매각을 철회하고 회사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했다. 지금은 차입금도 거의 다 갚아서 재무 상태가 꽤 안정적이다. 그래서 현재는 적극적으로 회사를 팔려고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최대주주는 94.13% 지분을 가진 폴라E&M이다.
HMM이 폴라리스쉬핑을 인수하면 얻는 게 많다. 일단 선박 34척으로 목표치의 44%를 채울 수 있고, 폴라리스쉬핑이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 대기업 발레와 맺어놓은 장기 운송 계약도 자연스럽게 넘어온다. 발레는 세계적인 광산 기업이니까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폴라리스쉬핑 인수의 효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K해운 인수가 무산된 만큼 다른 벌크선 중심 해운사들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HMM 측은 폴라리스쉬핑 인수와 관련해서는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는 공식 입장이다.
컨테이너선 중심이었던 HMM이 벌크선 사업으로 확장하는 건 꽤 의미 있는 변화다. 해운 시장이 워낙 변동성이 크다 보니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110척이라는 목표를 실제로 달성할 수 있을지, 그리고 폴라리스쉬핑과의 협상이 이번에는 성사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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