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에서 꽤 큰 인사 발표가 나왔다. 오너 3세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가 시작된다. 그동안 HD현대를 이끌어온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됐다.
10월 17일 발표된 이번 인사는 예년보다 좀 빠른 편인데, 연말과 내년 초에 예정된 대규모 합병을 앞두고 조직을 정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2월에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쳐지고, 내년 1월에는 건설기계 쪽도 통합된다.
정기선 신임 회장은 어떤 사람일까
정기선 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이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서 스탠퍼드에서 MBA를 했고, 2009년에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올해로 16년차 정도 되는 셈이다.
경력을 보면 꽤 알찬 편이다. HD현대 경영지원실장을 거쳐서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도 했고,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도 지냈다. 지금은 지주회사인 HD현대와 조선 쪽 중간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2016년에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한 게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가 지금은 시가총액 11조원 규모의 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으니까.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작업도 이끌면서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만드는 데 힘썼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변화들
정기선 회장 승진 외에도 여러 보직 변경이 있었다. HD현대중공업 이상균 사장과 HD현대사이트솔루션 조영철 사장이 부회장으로 올라갔다. 조영철 부회장은 내년 3월 주총 이후 HD현대의 새 대표이사가 될 예정이다. 정기선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게 되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쪽에서는 금석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서 이상균 부회장과 공동 대표를 맡는다. 경영지원이나 재경, 자산, 동반성장 같은 분야를 총괄할 예정이라고 한다.
12월에 HD현대중공업으로 통합되는 HD현대미포의 김형관 사장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정기선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게 된다. 기존에 대표를 맡았던 김성준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해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로 가게 됐다.
건설기계 쪽도 변화가 있다. 내년 1월 통합되는 HD건설기계 대표에는 문재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내정됐고,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회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에는 송희준 부사장이 내정됐다. HD현대로보틱스의 김완수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한 단계 올라갔다.
정기선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들
이번 인사에서 정기선 회장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공동 대표도 겸임하게 됐다. 이건 좀 의미심장한 부분인데, 최근 건설기계 사업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신임 회장이 직접 나서서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요즘 정기선 회장이 신경 쓰고 있는 분야를 보면 미래 지향적이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혁신, 친환경 원천기술 확보 같은 것들이다. 조선업 재건에 적극적인 미국과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어서 미국 주요 인사들과 만남도 자주 갖고 있다고 한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점점 치열해지고 다변화하고 있는 국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간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구 경영진이 조화롭게 협력하면서 기존 사업도 키우고 새로운 성장 동력도 찾아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의 일정
이번에 발표된 대표이사 내정자들은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서 정식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HD현대는 조만간 각 계열사별로 인사심의위원회를 열어서 후속 임원 인사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새로운 임원진 구성이 끝나면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해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목표 달성에 나선다고 한다. 권오갑 명예회장의 탄탄한 기반 위에 정기선 회장의 젊은 리더십이 더해지면 HD현대가 세계 최고의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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