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요즘 인도에 꽤 공을 들이고 있다. 그냥 단순히 배 몇 척 팔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인도 정부의 국가 프로젝트에 파트너로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지난 13일,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판교에 있는 글로벌 R&D센터에서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을 만났다. 하딥 싱 푸리라는 분인데, 그냥 오신 게 아니라 인도 조선업계 관련된 주요 인사들을 다 데리고 왔다. 주한 인도대사, 석유천연가스부 차관보, 해운수로부 차관보, 인도 석유천연가스공사 회장, 코친조선소 회장까지. 이 정도면 그냥 인도 조선업계 올스타팀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인도가 지금 뭘 하려고 하는 건데?
인도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게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이라는 프로젝트다. 이름이 좀 길긴 한데, 간단히 말하면 인도를 조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금 인도가 가지고 있는 상선이 1500척 정도인데, 이걸 2500척으로 늘리겠다는 거다. 그래서 세계 5위권 조선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여기에 투입하는 돈이 약 2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32조 원 정도 된다. 지난달에는 신규 선박 건조 사업에만 8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운, 항만, 조선, 해양플랜트까지 산업 전반을 키우겠다는 건데, 규모를 보면 인도가 꽤 진지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프로젝트라는 걸 알 수 있다.
HD현대는 왜 인도한테 러브콜을 받는 걸까?
이번에 인도 대표단이 HD현대를 찾아온 건 그냥 구경하러 온 게 아니다. 정기선 회장이 직접 안내하면서 HD현대가 어떻게 배를 설계하고 만드는지, 스마트 조선소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보여줬다고 한다.
한국 조선업이 세계 1위라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고, 그중에서도 HD현대는 선박 설계부터 건조까지 전 과정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요즘 조선소들이 자동화하고 디지털화하는 게 대세인데, HD현대는 이런 스마트 조선소 운영에서도 앞서 있다.
인도 입장에서는 자기네 조선소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이런 기술이 필요한데, HD현대가 딱 맞는 파트너인 셈이다.
사실 협력은 이미 시작됐다
HD현대와 인도의 인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7월에 이미 인도 최대 국영 조선사인 코친조선소와 양해각서를 맺었다. 설계랑 구매를 지원해주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알려주고, 사람들 교육도 시켜주기로 했다.
최근에는 13조 원 규모의 인도 상륙함 사업에도 협력하기로 했다고 한다. 13조 원이면 작은 금액이 아닌데,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를 같이 추진한다는 건 이미 신뢰가 쌓였다는 증거다.
이게 HD현대한테 뭐가 좋은데?
요즘 조선업계 보면 중국 조선사들이 엄청 치고 올라오고 있다.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붙이는데, 한국 조선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 인도라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240억 달러짜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고, 단순히 배만 파는 게 아니라 설계도 해주고 컨설팅도 해주면서 고부가가치 수익을 낼 수 있다.
게다가 이건 국가 단위 프로젝트니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다. 한두 건 배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일감이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인도 시장을 선점하면 다른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도 마련할 수 있다. 인도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놓으면 다른 나라들도 관심을 가질 테니까.
양측 반응은 어떤가?
정기선 회장은 인도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최고의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조선해양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계속 발휘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딥 싱 푸리 장관도 HD현대가 인도의 해양 비전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동반자가 될 거라고 화답했다. 정기적으로 교류하면서 협력 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자는 얘기도 덧붙였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들
당장은 코친조선소와의 협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13조 원짜리 상륙함 사업을 실제로 따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인도 프로젝트에서 구체적인 수주 소식이 나오면 HD현대 입장에서는 큰 호재가 될 것이다.
좀 더 길게 보면 인도 조선시장 안에서 HD현대가 얼마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기술 이전이나 컨설팅 사업도 제대로 수익화할 수 있는지도 봐야 한다.
HD현대가 인도에 진출하는 건 단순히 새로운 시장 하나를 개척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거고, 그게 성공하면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HD현대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인도라는 카드를 쥐게 됐다는 건 분명 긍정적이다.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앞으로 HD현대와 인도의 협력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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