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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기 전에’ 월가가 먼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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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 핵심

  • 메타·AMD·엔비디아 동시 폭풍
  • 에이전틱 AI 공포가 현실로
  • JP모건 다이먼의 경고

단 하루였다. 월가에서 AI를 둘러싼 공포와 흥분, 경고가 한꺼번에 쏟아진 것은.

2월 어느 날 뉴욕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서브스택에 올라온 한 편의 “AI 둠스데이” 시나리오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면서 우버,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도어대시가 줄줄이 4~6%씩 빠졌다. 에이전틱 AI—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차세대 AI—가 플랫폼 경제와 금융 중개업의 핵심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전문가들의 분석 보고서도, 공식 발표도 아니었다. 개인 블로그 한 편이 수십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증발시켰다.

같은 날 오후, 앤트로픽이 ‘Claude Code Security’를 공개했다. 코드베이스를 자동으로 스캔해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고 패치까지 제안하는 AI 도구다. 발표 직후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지스케일러, 옥타, 팔로알토 네트웍스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시장은 즉각 계산기를 두드렸다. 사람이 하던 보안 점검 업무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체한다면, 사이버보안 기업들의 수요 기반은 어떻게 되는가.

그러나 장이 마감될 무렵,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메타-AMD 동맹, 반도체 판도를 흔들다

메타 플랫폼은 AMD와 최대 6GW 규모의 Instinct GPU를 배포하는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단순한 부품 조달 계약이 아니었다. 메타는 AMD에 성과 기반 워런트 최대 1억 6천만 주를 부여했고, 차세대 MI450 칩의 초기 물량도 연내 공급받는다. AMD 주가는 당일 8.8% 급등했다.

의미심장한 것은 타이밍이다. 불과 며칠 전, 메타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를 발표한 바 있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면서 동시에 AMD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인프라를 공급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가격 협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엔비디아는 이 구도 속에서 실적 발표를 맞이한다.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660억 달러, 전년 대비 68% 성장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압도적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이 시점이 설비투자의 정점인가, 아니면 시작에 불과한가. 모건스탠리는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맞춤형 ASIC 경쟁 심화를 리스크로 명시했다. 낙관론과 경계론이 공존하는 이 긴장감이 오늘 엔비디아 실적 발표의 진짜 관전 포인트다.


“지금이 2007년과 닮았다”— 다이먼의 일침

장중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가 입을 열었다. AI 열풍, 역대 최고 수준의 밸류에이션, 신용 시장의 과감한 위험 추구가 “2005~2007년 상황과 유사하다”는 발언이었다. 현재의 강세 흐름은 인정하면서도, 그 너머에 사이클 전환의 씨앗이 심어지고 있다는 경고였다.

공교롭게도 JP모건은 같은 날 자사의 AI 전략도 공개했다. 자동화로 인해 역할이 축소된 직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새로운 포지션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AI 시대에 은행이 취할 수 있는 모범적인 접근처럼 보이지만, 수십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형 금융기관이 실제로 ‘대규모 재배치’를 얼마나 원활하게 실행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영진의 80% 이상이 지난 3년간 AI가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향후 3년에 대해서는 고용이 0.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은 조용하다. 그러나 물은 끓기 직전이 가장 고요하다.


소프트웨어 업계: AI가 무기이자 적

앤트로픽의 이날 행보는 이중적이었다. 한편으로는 Claude Cowork를 슬랙, 지메일, 인튜이트, 도큐사인, 팩트셋과 연동하는 기업용 통합 서비스를 출시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돕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발표는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등 소프트웨어 주가 회복을 이끌었다.

반면 보안 AI 도구 발표는 사이버보안 섹터를 강타했다. 시장은 같은 회사의 두 발표를 서로 다른 신호로 읽었다.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AI는 환영받고, 기존 전문 서비스를 대체하는 AI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오픈AI도 이날 흐름에 합류했다. 액센추어, 캡제미니와 다년 제휴를 체결해 대기업의 AI 에이전트 도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오픈AI COO 브래드 라이트캡은 “AI가 아직 핵심 기업 프로세스에 전면 적용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이 2024년 약 128억 달러에서 2030년 33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의 폭발적 성장 전망과 “아직 초기”라는 현실 사이의 간극—바로 그 지점에서 막대한 투자와 불확실성이 공존하고 있다.


IBM의 경고, 그리고 COBOL의 아이러니

가장 극적인 주가 충격은 IBM에서 나왔다. AI 도구가 수십 년 된 COBOL 레거시 시스템을 현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부각하자 주가가 13% 급락했다. 이후 애널리스트들은 서둘러 “AI가 IBM의 메인프레임 비즈니스를 전면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공포는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

아이러니가 있다. COBOL은 1959년에 개발된 프로그래밍 언어다. 60년 넘게 금융과 행정 시스템의 근간을 이뤄왔고, 수차례 “이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비웃으며 살아남았다. 그런 COBOL을 마침내 AI가 밀어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단 하루 만에 시가총액 수조 원을 날린 것이다.


데이터센터: 공실률 1%, 텍사스의 부상

화려한 주가 변동 뒤에, 조용하지만 강력한 데이터가 있었다. 부동산 기업 JLL이 발표한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 보고서다. 공실률 2년 연속 1%. 건설 중인 용량의 92%가 이미 사전 임대 완료됐다. 그리고 텍사스가 버지니아를 제치고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

이것이 오늘의 AI 붐을 뒷받침하는 물리적 토대다. 서브스택 시나리오도, 주가 등락도, CEO들의 경고도 결국 이 뜨거운 서버 랙들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 AI가 두렵든, 기대되든, 이 인프라는 계속 지어지고 있다.


결론: 공포와 기회가 같은 날 왔다

이날 시장은 하나의 진실을 보여줬다. AI 혁명은 선형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누군가의 위기가 다른 누군가의 기회가 되고, 오전의 공포가 오후의 반등으로 뒤집히며, 같은 기술이 동시에 파괴자이자 구원자가 된다.

딜로이트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AI로 인한 실제 감원은 전체 감원의 극히 일부였으며,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같다”는 표현으로 AI발 대규모 실업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다이먼의 경고는 무겁다. 현재가 강세라는 사실이 미래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AI 열풍이 만들어낸 밸류에이션, 그 안에 이미 다음 사이클의 씨앗이 심어져 있을 수 있다는 것.

투자자도, 직장인도, 기업도 지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AI와 함께 올라탈 것인가, 아니면 AI에 올라타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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