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급격한 실적 하락에 충격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30% 급감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샤넬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로 전년 대비 대폭 감소했다. 매출 역시 187억달러(약 26조1000억원)로 전년 대비 4.3% 줄었으며, 순이익도 같은 기간 28% 감소한 34억달러(약 4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샤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장 문을 닫았던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던 명품 시장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중국 시장 침체와 전 세계적 럭셔리 브랜드 위기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는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의 부진이 꼽힌다. 샤넬의 전체 매출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해 매출은 92억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전년보다 7.1% 감소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4.2% 감소했고, 유럽에서는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실적 하락은 샤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져있다.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는 가장 큰 사업부문인 패션·가죽 부문에서 올해 1분기 매출이 5% 감소했으며, 이는 시장 추정치인 0.55% 감소를 크게 밑도는 실적이다.
HSBC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은 지난 20년 중 럭셔리 섹터에서 6번째로 최악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럭셔리 시장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5%에서 2.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가격 인상과 소비자 신뢰 하락

최근 명품 브랜드들의 지속적인 가격 인상도 소비 위축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HSBC 분석에 따르면 샤넬의 대표 제품인 클래식플랩백 가격은 2019년 이후 두 배 이상 올라 현재 1만유로(약 1560만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명품업계의 평균 제품 가격 상승률인 5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코로나19 이후 단순히 ‘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인상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탐욕 인플레이션)’이 유럽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감소시켰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럭셔리 산업의 또 다른 악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관세 정책은 럭셔리 브랜드에 추가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는 EU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현재 90일간 10%로 일시 인하), 스위스에는 31%, 중국에는 34%의 높은 관세를 적용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전 세계 럭셔리 시장 매출의 약 21%를 차지하는 중요한 고객층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많은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서 미국 내 럭셔리 제품 구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에르메스는 5월 1일부터 미국 시장에서 10%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다른 브랜드들도 가격 조정을 검토 중이다.
브랜드별 영향: 희비가 엇갈리는 럭셔리 시장

럭셔리 시장 내에서도 브랜드별 성과는 크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에르메스는 독점적인 버킨백과 켈리백의 지속적인 인기에 힘입어 2024년 2분기에 13.3%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구찌의 매출이 19% 감소하고, 버버리가 20% 하락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에르메스의 성공 비결로 ‘품질로의 도피’ 현상을 꼽는다. 에르메스 CEO 악셀 뒤마는 “어려운 시기에는 고품질 제품을 찾는 소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이 로고를 노출하는 제품보다 품질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LVMH와 케링 같은 대형 럭셔리 그룹들은 중국 시장의 침체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LVMH의 주가는 최근 한 달간 19.9% 하락했으며, 케링은 26.3% 급락했다.
불확실한 미래와 럭셔리 브랜드의 대응

필립 블롱디오 샤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가 경기 변동 주기를 겪는다면 조직 구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을 면밀히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넬은 올해 인력을 동결할 계획이며, 이미 미국에서 70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맥킨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럭셔리 산업은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연간 1~3%의 성장만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9%의 성장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둔화된 수치다.
희망의 불씨: 미국 시장의 가능성
LVMH와 같은 일부 럭셔리 그룹은 미국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트럼프 재선 이후 주식 시장 강세와 달러 강세, 암호화폐 랠리 등이 미국 부유층의 소비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Bank of America는 2025년 미국 소비자들이 전 세계 럭셔리 매출 성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럭셔리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며: 전환기를 맞은 글로벌 럭셔리 산업
글로벌 럭셔리 산업은 현재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샤넬을 비롯한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실적 부진과 시장 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에르메스와 같이 독점적 가치와 높은 품질로 차별화에 성공한 브랜드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럭셔리 시장은 단순한 로고와 트렌드보다 진정한 가치와 품질을 제공하는 브랜드들이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및 다양한 지역 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럭셔리 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또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가치와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참고사항: 샤넬은?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샤넬(Chanel)은 1910년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파리에서 설립한 이래, 패션, 향수, 핸드백, 화장품 등으로 글로벌 명품 시장을 선도해왔다. 샤넬 No.5 향수와 클래식 플랩백 같은 상징적 제품으로 유명하며, 단순함과 우아함을 강조한 디자인 철학으로 사랑받는다. 2023년 약 18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아시아, 북미, 유럽에서 강력한 입지를 유지하고, 지속 가능성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현대적 가치를 추구하는 샤넬은 럭셔리 산업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타겟, “불매운동·관세 직격탄” 1분기 실적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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