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선호하는 투자지표가 있나요? 저에게 딱 하나의 지표만 사용하라고 하면 주저없이 ‘PEG’를 선택할 겁니다. PEG는 Price Earnings Growth 약자로, 주가이익증가율을 뜻합니다. 계산하는 방법은 PER을 EPS 증가율로 나눠서 구합니다.
PEG는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가 소개해 대중들에게 알려졌죠. 피터 린치는 ‘마젤란펀드’를 13년간 운용하면서 연평균성장률 29%를 기록한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예요. 그의 성공 스토리는 그가 워런 버핏과 함께 가장 유명한 투자 대가로 불리는 이유죠. 또, PEG라는 투자지표가 널리 알려진 이유기도 합니다.
PEG는 가장 대중적으로 쓰는 밸류에이션 지표인 PER의 단점을 보완해요. 일반적으로 PER이 낮으면 ‘저평가’로 여겨 투자매력이 크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실제 투자를 하다보면 “PER이 높은 종목이 더 잘나가는 현상”을 많이 목격합니다. 또, PER이 낮은 종목을 고르다 보면 ‘밸류 트랩(Value Trap)’에 빠지기도 하죠. 밸류 트랩은 한 마디로 “가격이 싼 것엔 이유가 있다”고 정의할 수 있어요. PER이 낮아 저평가인 줄 알았더니, ‘싼 이유’가 있었던 거죠.
PER이 낮은 종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정말 회사 가치보다 싼 종목(=저평가)이거나, 그만한 평가를 받을 만한 종목이죠. 우리는 ‘정말 저평가’를 받는 종목을 찾고 싶고요. 이를 위해서는 PER이 높은 이유와 낮은 이유를 따져보면 됩니다. 이를 위해 피터 린치는 ‘성장률’을 사용했어요. 그는 “성장률 높으면 PER이 높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즉, PER이 낮은 이유가 성장률이 낮은 거라면 정당하다고 해석할 수 있죠. 이는 우리가 찾는 ‘저평가’와는 거리가 멀고요. PEG가 탄생한 이유입니다.
이제 우리는 PER이 낮은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성장률과 비교하면 됩니다. PER과 성장률을 통해 4가지 투자 판단을 할 수 있어요.
① PER 낮다 & 성장률 낮다 = 적정한 평가
② PER 낮다 & 성장률 높다 = 저평가 = 우리가 찾는 종목
③ PER 높다 & 성장률 낮다 = 고평가
④ PER 높다 & 성장률 높다 = 적정한 평가
결과적으로 우리는 PER이 낮으면서 성장률이 높은 종목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런 주식이 진정한 ‘저평가’ 종목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PEG를 사용하면 저평가 종목을 쉽게 알아볼 수 있죠.
PEG는 PER을 성장률로 나누어 구합니다. PEG = PER / 성장률이죠. 우리는 PER이 낮으면서 성장률이 높은 종목을 찾으려고 합니다. 즉, PER이 낮고 성장률이 높으면 PEG가 낮아지죠. PEG가 낮은 종목이 ‘진정한 저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터 린치는 PEG가 0.5 이하면 저평가, 1.5 이상이면 고평가라고 말했어요. 그러나 아쉽게도 실제 피터 린치가 PEG를 사용하는 방법은 단순하지 않았어요. 지표 속에 숨어있는 ‘디테일’까지 챙겨야 PEG를 제대로 사용한다고 할 수 있죠. 피터 린치가 말하는 ‘디테일’까지 제대로 알고 싶다면 ‘피터 린치의 이기는 투자’를 읽어보세요.
이번 글에서는 PEG를 이용한 종목 발굴을 해볼거예요. 이를 통해 PEG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먼저, PEG에서 성장률(Growth)를 정해볼게요. 성장률은 종류가 다양합니다. 기본적으로 △매출액 성장률 △영업이익 성장률 △순이익 성장률이 있죠. 그리고 한 주당 순이익을 알려주는 EPS를 기준으로 EPS 성장률을 구할 수 있어요. 피터 린치는 EPS 성장률을 이용했어요.
EPS는 회사가 최종적으로 남긴 한 주당 이익(=순이익)을 나타내죠. 투자자인 주주입장에서 EPS는 “주식을 사면 회사가 나에게 얼마를 벌어주지?”에 대한 답입니다. 그리고 EPS 성장률은 “회사가 나에게 얼마를 ‘더’ 벌어주지?”에 대한 답이죠.
그런데 우리가 보는 EPS는 ‘과거’ 기록입니다. 실제 회사가 나를 위해 벌어주는 이익은 미래 EPS죠. 이에 우리는 ‘미래 EPS’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에 PEG를 계산할 때 ‘미래 EPS’를 기준으로 미래 EPS 성장률을 구해야 합니다. 실제 피터 린치는 미래 특정기간 동안 예상되는 EPS 성장률을 구한 뒤 평균 값을 구해 사용했습니다.
이제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미래 EPS 성장률’을, 그것도 특정기간 동안의 예상 성장률을 어떻게 구하냐는 거죠. 과거 EPS 성장률을 이용해 평균 값(또는 중간 값)을 찾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성장률이 미래에도 유지된다’는 가정은 합리적이지 않죠. 특히 과거 ‘고성장’했던 기업일수록 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평균은 결과값을 크게 오해하게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규모가 작을 때, 또는 처음 이익을 낼 때 ‘고성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후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을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피터 린치는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회사를 대상으로 미래 EPS 성장률을 구하고 사용했습니다. 결국 회사 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하죠. 더불어 ‘정확한 판단’도 해야 합니다.
첩첩산중입니다. 이정도면 PEG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조금 더 쉽게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투자 대가가 있습니다. 바로 ‘줄루 주식투자법’을 알려준 짐 슬레이터죠.
짐 슬레이터는 미래 EPS 성장률을 개인이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이에 ‘실적 컨센서스’를 이용하라고 알려줍니다. 실적 컨센서스는 증권사들이 내놓은 실적 예상치의 평균을 뜻합니다. 즉,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을 탐방하고 분석해 내놓은 예상치, 그 중에서도 평균 예상치를 사용해 EPS 성장률을 구하라고 말합니다.
물론, 전문가라고 해서 미래 실적을 정확히 맞추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실적 컨센서스를 이용하는 것은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죠. 그것보다 우리가 더 아쉬워해야 할 점은 증권사가 모든 종목을 분석해 실적 예상치를 제시하진 않는다는 점이죠. 즉, 정보의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추가로, 실적 컨센서스를 네이버페이 증권을 이용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페이 증권 사이트에 들어가 종목을 검색합니다. 이후 ‘종목분석 → 컨센서스’를 차례로 선택하면 컨센서스를 확인할 수 있어요.
추가로 짐 슬레이터는 미래 EPS 성장률과 미래 PER을 이용해 PEG를 구하라고 말합니다. 즉, 글을 작성하는 시점 기준 2025년 연간 실적 기준 EPS 성장률과 PER을 이용하는 거죠. 그러나 이렇게 할 경우 두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래 실적’은 모두 예상치입니다. 예상치는 ‘틀릴 수 밖에 없죠’. 그리고 틀릴 수 밖에 없는 값을 분모와 분자 모두에 사용하게 됩니다.
예상치에 대한 불안정감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는 건 PEG 값을 ‘더 좋게 꾸밀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PEG는 PER과 EPS 성장률로 구하는데요. 여기서 PER과 EPS 성장률 모두 미래 값을 사용한다면, PER은 더 낮게, EPS 성장률은 더 높아져 PEG 값이 더 좋게 부풀려집니다. 이는 EPS 성장률이 PER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PER은 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건데요. 여기서 순이익을 미래 실적 예상치로 바꾸면 PER이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주가 1000원, EPS 100원인 기업의 PER은 10배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다음해 EPS가 10% 성장해 110원이 된다고 가정할게요. 다음해 EPS를 PER 계산에 사용하면 PER은 1000 / 110 = 9.09배가 됩니다. 이로 인해 PEG값은 더 낮아져 ‘더 좋게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죠.
또, 주식투자자들이 실제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표는 현재 PER입니다. 미래 PER은 그 자체로 조금 더 현명한 지표로 차이를 만들 수 있죠. 그러나 현재 시장 상황을 더 많이 반영하는 지표는 현재 PER입니다. 이에 더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PEG를 구하기 위해 미래 PER이 아닌 현재 PER을 사용해 종목을 추려보겠습니다.
정리해볼게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현실적인 PEG를 구하는 방법은 현재 PER과 컨센서스를 이용해 EPS 성장률을 이용하는 거예요. 더불어 세부적인 기준들(예, PER 3배 이상 15배 이하 등)을 적용해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세부적인 기준들이 필요한 이유는 ‘아웃라이어(Outlier)’를 제거하기 위해서예요. 예를 들어 PER이 100배이며, EPS 성장률이 200%인 기업의 PEG는 0.5예요. PEG만 보면 ‘저평가’로 보이지만, PER이 절대적 기준으로 굉장히 높죠. 이런 종목은 PEG가 매력적이라도 다른 기준으로 인해 저평가라고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드디어 공개합니다. 오래 걸렸네요. PEG를 활용해 저평가 매력이 있는 18개 종목을 추려봤어요. 그 결과 △세경하이테크 △금호타이어 △세방전지 △에코마케팅 △에이치시티 등이 리스트에 포함됐어요.
[표] PEG로 찾은 저평가 성장주 18선

* 성장률: 24일 2025년 연간 실적 컨센서스 기준
** PER: 24일 종가, 2024년 3분기 연환산 실적 기준
(자료: 인리치타임스, 네이버페이 증권)
마지막으로 학문적으로 PEG에 대해 다양한 비판 목소리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PEG를 계산할 때 쓰는 PER과 EPS 성장률의 단위가 다르다는 이유예요. PER은 단위가 ‘배수’이며, EPS 성장률은 ‘퍼센트(%)’죠. 이렇게 단위가 맞지 않은 숫자를 나누어 구하는 값은 ‘오류’라고 지적합니다. 이 비판은 산술적으로 맞습니다. 그러나 PEG가 ‘수학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지표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해요.
사실 PEG는 결과값이 중요한 건 아니예요. PEG 결과값은 ‘비교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죠. 이에 투자자는 PEG를 조금 더 유연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리스트에 있는 세경하이테크가 금호타이어보다 PEG가 낮다고 절대적으로 매력이 큰 종목이라고 할 수 없어요. 그보다는 올해 순이익이 33%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이 현재 PER 5.4배에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해요. 성장성에 비해 밸류에이션 지표(PER)가 낮은 것 같지 않나요? 주식시장에서 세경하이테크를 저평가로 보고 있는지, 아니면 주가가 낮을 만한 이유가 있는지 확인하면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어요.
추가로 피터 린치와 짐 슬레이터는 PEG를 사용할 때 많은 ‘디테일’을 사용했습니다. 피터 린치는 ‘성장률’을 예상할 수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PEG를 사용했고요. 짐 슬레이터는 PEG와 더불어 주가상대강도라는 지표를 이용했어요. PEG가 비록 학문적으로 불안정한 지표지만, 사용자에 따라 아주 강력한 지표가 됩니다. PEG를 잘 사용해 한국의 피터 린치 또는 짐 슬레이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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