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배당’하면 가을이 생각합니다. 최근 분기 또는 반기 배당을 주는 기업이 많이 늘어났지만, 아직까지는 1년에 한 번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면 남들보다 뛰어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가을이 오고 배당주에 대한 기사가 도배될 때는 ‘좋은 배당주’를 싸게 사기는 힘들어집니다. 남들보다는 배당주를 조금 더 빨리 살펴보려는 이유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는 배당 정책을 장기적 관점에서 정한 기업은 없습니다. 미국과 같이 배당금 지급이 잘 구조화되어있는 나라는 배당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이에 예상 배당금을 바탕으로 더 현실적인 배당주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미국 자본시장과 주식시장이 괜히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머네요.
비록 ‘예상 배당금’을 기준으로 배당수익률(DY)을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작년 배당금을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을 계산하고 투자전략을 짜는 건 여전히 유효합니다. 단, 예상 배당금을 사용하지 않은 만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지표들을 살펴보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됩니다.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배당수익률 기준 살펴볼 만한 배당주 26개를 정리해보았습니다. 배당금은 작년(2023년) 연간 배당금을 기준으로 했고요. 주가는 20일 종가를 사용했습니다. 즉, 배당수익률(DY)은 지난해 연간 배당금을 20일 종가로 나누어 구했습니다. 투자지표인 PER(주가순이익배수), PBR(주가순자산배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분기 연환산 기준 실적을 활용했습니다. 참고로, 연환산이란 최근 실적 기준으로 직전 3개 분기를 추가로 더해서 구합니다. 가장 최근 실적은 2024년 1분기인데요. 1분기를 기준으로 직전 3개 분기인 2023년 4분기, 3분기, 2분기를 더한 것을 ‘연환산’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투자지표는 대부분 연환산 또는 연간인데요. 중요한 사실은 “어떤 방식이든 4개 분기 합”을 기준으로 투자지표를 계산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래 26개 배당주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순서대로 정렬했습니다. 가끔 ‘배당수익률이 높은데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 이는 순이익 변동 폭이 너무 커 배당주 취지에 맞지 않는 경우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또, 밸류에이션 투자지표인 PER 또는 PBR이 비이상적으로 높은 종목도 리스트에서 제외됐습니다. 물론 제외한 종목이 투자매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배당주 투자’와는 결이 맞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특별한 종목은 일반적인 기준이 아닌 ‘특별한 기준’으로 다뤄야 하기 떄문에 이번 글의 취지 및 목적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배당수익률은 20일 기준 우리나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인 3.274%보다 높은 종목만 남겼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태생적으로 채권보다 투자 위험도가 높습니다. 이에 ‘그만한 대가’가 필요합니다. 배당주라는 아이디어에서는 ‘배당수익률’이 가장 핵심 지표이며, 최소 우리나라 국채 10년물 수익률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추가 기준을 사용해 종목 리스트를 추렸습니다.
여러가지 생각과 기준을 정리한 후 추려낸 26개 종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국내 상장주 중 유명한 배당주 중 하나인 ‘한국쉘석유’가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쉘석유는 작년 주당 2만5000원을 배당으로 지급했습니다. 20일 주가는 29만65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이에 배당수익률은 8.43%(=25,000/296,500)입니다. 이밖에 광주신세계, 동국홀딩스, 한양증권, 동국제강, 신영증권, AJ네트웍스, 인천도시가스, 동방아그로, 엠브레인 등이 리스트에 포함됐습니다. 전체적으로 ‘재미없는 종목’이 포함됐네요.
[표] 배당수익률 높은 배당 매력주 26선
① 주가: 6월 19일 종가 기준
② 배당금: 2023년 연간 배당금 기준
③ 투자지표: 올해 1분기 연환산 기준
④ DY(배당수익률) = 배당금 / 주가
⑤ DY 높은 순 정렬
(자료: 인리치타임스)
작년 배당금을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을 계산하는 한계를 다른 지표를 추가로 살펴보며 극복해보겠습니다. 먼저, 배당성향입니다. 배당성향은 회사가 번 이익 중 얼만큼 배당으로 사용했는지 계산한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쉘석유의 경우 1년 동안 번 돈 중 약 87%를 배당금으로 지급했습니다. 다시 말해 100원을 벌면 87원을 배당으로 나눈 것입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들입니다. 기업은 ‘계속 존재하며 돈을 벌어야’ 합니다. 기업이 계속 돈을 벌기 위해서는 번 돈을 어느정도 남겨놔야 할 겁니다. 사무실 월세도 내야하고, 비품도 사야하고, 기타 존재만으로도 들어가는 돈이 있기 때문입니다. 리스트 중에서는 플랜티넷을 주의깊게 봐야합니다. 플랜티넷은 지난해 번 돈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했습니다. 즉, 돈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결정을 한 추가적인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번 돈을 다 지급했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지속성은 무시한 채 이익을 모두 빼낼려는 목적이 숨어있다면 문제가 될 것입니다.
[표] 배당 매력주 정보
① 배당성향: 2023년 기준
② 배당총액: 2023년 기준, 억원
③ 순현금: 2024년 1분기 기준, 억원
(자료: 인리치타임스)
배당총액과 순현금을 함께 본 이유는 회사가 올해 돈을 제대로 못 벌어도 배당 지급을 계속할 여유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쉘석유는 지난해 32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우리는 이 배당금을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을 계산했습니다. 즉, 배당수익률이 유효하려면 올해도 최소 325억원을 지급해야할 것입니다.
한국쉘석유는 올해 1분기 기준 순현금으로 882억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급한 배당총액보다 2.7배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할 여력이 충분한 것입니다. 물론, 회사가 남은 3분기 동안 현금 관리에 있어 큰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합니다. 리스트에 있는 대부분의 배당주는 작년 배당총액을 충분하 감당할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당총액과 총현금을 볼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먼저, 한양증권과 신영증권, 에이티넘인베스트과 같은 금융주입니다. 금융주는 소위 ‘현금 장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순현금을 이용해 배당주 투자를 판단하는 것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이밖에 순현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회사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스트 중에는 △동국제강 △AJ네트웍스 △한일현대시멘트 △경농 △하나제약 △무림페이퍼입니다. 이런 회사들은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한 후 ‘찐’ 배당주가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제약을 보겠습니다. 하나제약은 1분기 기준 순현금이 -91억원입니다. 과거 순현금 흐름을 보면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영업이익으로 연간 300억원 가까이 꾸준히 벌었으며, 금융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리하면, 순현금이 마이너스지만, 영업이익으로 약 300억원을 꾸준히 벌며 보유한 금융자산이 225억원으로 작년 총 배당금 88억원 정도는 충분히 지급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표] 하나제약 추가 검토 정보
* 단위: 억원
(자료: 인리치타임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하나제약은 배당을 지급할 충분한 여력은 있으나, 주당 배당금이 2021년 이후로 증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배당 성장 매력’은 부족합니다. 또, 영업이익 또한 최근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 실적 성장 매력도 의문이 듭니다. 주가가 하락세 지속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지요. 현재 주가 수준에서 하나제약에 투자하면 배당수익률로 4%대의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또, 주식을 매수 후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자본손실로 인해 배당수익이 빛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주가가 최소한 더 떨어지지 않을 안전장치는 있는지, 또, 주가가 반등할 돌파구는 있는지 살펴본다면 더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지표와 데이터를 기준으로 배당 매력주 26개를 확인해보았습니다. 또 배당주를 제대로 투자하기 위해 살펴보고 고민해봐야 할 부분을 살펴봤습니다.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결국은 ‘쉬운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배당주가 비록 단기간 ‘대박’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차근차근 자산을 불려나갈 수 있는 투자전략이라고 판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