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 2025년 실적 악화 속 ‘현금흐름 최우선’ 경영 선언: 적자 전환에도 흑자 현금흐름 유지, 재무건전성 사수 방침
-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단계적 매각: 5년간 70% 수준까지 유동화, 재무 여력 확보 본격화
- 석유화학 구조조정과 보수적 투자: 캐펙스 1조7000억원으로 대폭 축소, 고부가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숫자로 본 LG화학의 현주소
LG화학이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45조9322억원, 영업이익 1조18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5% 증가하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석유화학 업황 침체 장기화 및 전지소재 사업 부진 영향으로 연간 순손실 977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년 5150억원의 당기순이익에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4분기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1조1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4133억원으로 적자 폭이 58.3% 확대됐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1조5728억원으로 전년보다 74.9% 늘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LG화학 본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팜한농을 제외한 매출은 2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약 203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
석유화학, 언제까지 버텨야 하나
석유화학 부문의 구조적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신흥국 중심의 완만한 수요 증가에도 중국 및 선진국의 건설경기 불황이 수요 확대를 제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6년에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2026년 비우호적인 업황이 지속되면서 일부 업체들은 신용도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다. 범용 제품의 가격은 내려가는데, 중국발 증설 물량은 멈추지 않았고, 에너지·고정비 부담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LG화학도 업황 회복에 대해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측은 “동북아 지역 신증설이 지속되며 시황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고부가 제품 중심의 매출 확대와 라인 운영 최적화,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도 본격화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국내 정유사와의 협업 모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석유화학 사업 재편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현재 협업 파트너 및 정부와 구체적인 실행 일정을 논의 중이다.
배터리 소재, 하반기가 관건
전지소재 부문도 상반기 고전이 예상된다. LG화학은 “올해 양극재 출하 물량이 전년 대비 40%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상반기 일부 고객사 가동 중단 영향으로 급격한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적인 출하 확대는 하반기에 이뤄지며 연간 기준 ‘상저하고’ 흐름이 예상된다.
전지소재 시장 자체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LG화학 첨단소재 부문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382억원과 영업이익 73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2%와 94.7% 감소한 규모였다.
현금흐름 사수, 선택 아닌 필수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은 ‘현금흐름 최우선’ 전략을 분명히 했다. 차동석 CFO 사장은 “급변하는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석유화학과 전지소재 등 주요 사업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면서도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추진과 엄정한 시설투자 집행, 보유 자산 유동화를 병행해 흑자 기조의 현금흐름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 2조9000억원을 집행한 데 이어 올해는 테네시 공장 투자가 마무리되며 캐펙스(CAPEX)를 약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줄인다. 향후 2~3년간 연간 투자 규모는 2조원 이하로 관리할 방침이다.
LG화학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와 가용 재원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자금 조달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재무 안정성을 우선에 두고 구조 전환과 주주가치 제고를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전략 자산 활용 본격화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활용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 3일 LG에너지솔루션 575만주(2.46%)를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2조원에 처분했다. 3년 뒤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기준가격(34만7500원)보다 내리면 LG화학이 손실을 보존해주고,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LG화학이 차익을 받는 방식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 계획이다. LG화학은 향후 5년간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7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유동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되는 재원을 재무 건전성 강화 및 주주환원에 나눠 활용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현재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가치는 약 90조원대(최근 주가 기준)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약 20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분 매각이 LG에너지솔루션 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다. 모회사인 LG화학의 LG엔솔 지분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며, 대량 매각은 공급 증가로 이어져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버티기의 끝은 어디인가
LG화학의 ‘버티기’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긍정적 시나리오도 있다. 감산은 시기가 늦어질수록 업계 전체가 감내해야 할 손실이 커지며, 전환은 먼저 움직이는 기업이 레퍼런스와 표준, 공급망을 선점하게 된다는 전망처럼, 선제적 구조조정과 고부가 전환이 중장기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석유화학 업황이 저점을 통과하는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과 OPEC의 증산은 유가 하락을 야기하여 나프타 기반 석유화학 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유 산업에는 호황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불확실성도 크다. 석유화학 업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유가에 따른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올해 대비 6.1%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며, 오는 2026년부터 2030년 중국을 중심으로 또 한차례의 대규모 증설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LG화학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효과적으로’ 체질을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금흐름 사수, 보수적 투자,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활용이라는 3대 축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그리고 석유화학 업황 회복과 배터리 소재 반등이 실제로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차동석 사장의 말처럼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각 사업 부문별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며 고부가 산업 구조의 전환 기반을 공고히 하는” 2026년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은 LG화학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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