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 코스피 9% 상승에도 2차전지 관련주는 제자리걸음, LG에너지솔루션·에코프로비엠 등 주요 종목 부진
- 연말 계약 해지 악재 연쇄 타격…LG에너지솔루션 12조원대, 엘앤에프 3조원대 계약 증발
- 공매도 압력 가중에 증권가 목표가 하향 러시…”미국 보조금 중단으로 전망 어둡다”
코스피 상승장에서 홀로 추락하는 2차전지
2026년 새해 들어 코스피가 5거래일 만에 9%나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지만, 2차전지 종목 투자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는 주요 배터리 관련주들이 시장의 상승 흐름에서 완전히 소외되며 횡보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3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36만원대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포스코퓨처엠 역시 같은 기간 제자리를 맴돌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에코프로비엠도 2%대 상승한 코스닥 지수와 달리 약보합 수준에 머물며 반등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건 산타도 못 살린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올 정도로 투심이 얼어붙은 상태다.
연말 터진 ‘계약 해지 폭탄’…조 단위 실적 증발
2차전지 관련주의 부진은 지난해 연말 연이어 터진 악재 때문이다. 계약 해지 공시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며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포드로부터 9조603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발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6일에는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와 맺었던 3조9217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마저 해지했다. 두 계약을 합하면 무려 13조원이 넘는 규모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셈이다.
2차전지 소재업체 엘앤에프의 상황은 더욱 극적이다. 지난달 29일 테슬라와 체결했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 규모가 3조8347억원에서 973만원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계약 금액이 사실상 증발한 것이나 다름없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러한 악재는 단순한 일회성 이슈가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는 평가다.
공매도 압력까지…대차잔고 상위권 ‘총집합’
설상가상으로 공매도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대차잔고에서도 2차전지 종목들이 상위권을 점령했다. 지난 6일 기준 대차잔고 상위 10개 종목 중 시가총액 대비 비중을 보면, 에코프로가 14%로 가장 높았고 에코프로비엠이 11%로 뒤를 이었다. 포스코퓨처엠은 9%, LG에너지솔루션은 3% 수준을 기록했다.
대차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간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물량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공매도를 하려면 반드시 주식을 먼저 빌려야 한다. 업황이 부진하거나 실적 전망이 악화되는 종목은 이 대차 물량이 실제 공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대차잔고 상위권 집중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2차전지 업종의 하락을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증권가, 잇따른 목표가 하향…”사실상 매도 의견”
증권가의 시각도 급격히 냉랭해졌다. 올해 들어 주요 증권사들이 앞다퉈 2차전지 관련주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61만원에서 52만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은 56만원에서 5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포스코퓨처엠 목표주가를 18만원에서 15만원으로, 다올투자증권은 30만원에서 27만원으로 낮췄다. NH투자증권도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를 21만원에서 19만원으로 조정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통상 매도 리포트 발간을 극도로 꺼리는 관행이 있어, 이 같은 목표주가 하향은 사실상 매도 의견에 해당한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미국 보조금 중단·테슬라 독주…구조적 위기 직면
증권가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배경에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전기차 판매량 전망 하향은 불가피하다”며 “테슬라 FSD(완전자율주행)는 전체 수요를 확산하기보다 테슬라 자동차에 수요가 집중돼 역설적으로 대중화를 가로막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성장세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며 2차전지 업계 전반의 성장 동력 약화를 경고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 시장을 주력으로 삼았던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2차전지는 한때 한국 증시를 이끄는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았다.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며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고, ‘동학개미’들의 핵심 투자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미국 정책 변화 등 악재가 겹치며 업황은 급격히 냉각됐다. 여기에 계약 해지라는 직접적 타격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2년째 물려 있는데 반등은커녕 바닥만 뚫고 있다”며 “증권사들도 목표가를 계속 낮추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2차전지 업종이 다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실적 개선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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