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뉴스"밤샘 게임은 이제 지겹다"… 1년 새 4조원 증발한 K-게임의 위기

“밤샘 게임은 이제 지겹다”… 1년 새 4조원 증발한 K-게임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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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요약

  • 빅7 게임사 시총 1년 새 4조원 증발, 27조원대로 급락하며 K-게임 성장 공식 붕괴 신호
  • 게임 이용률 50.2%로 역대 최저, 이용자들은 OTT·영상 콘텐츠로 대거 이탈
  • MMORPG 중심 모델 한계 도달, 방치형·저몰입 장르로 전환하는 방어적 대응 본격화

30년 성장 신화, 1년 만에 무너지다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어온 ‘빅7’ 게임사들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시프트업,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등 주요 게임사 7곳의 시가총액 합계는 27조635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31조4190억원 대비 12%, 금액으로는 약 4조원이 증발한 수치다.

문제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는 점이다. 증권가는 “신작 성과의 불확실성과 주력 IP의 매출 둔화가 구조화되고 있다”며 잇따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과거 ‘히트작 하나면 반등한다’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면서, 게임 업종 전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래 할수록 강해진다”는 전제가 무너졌다

위기의 본질은 이용자 이탈과 몰입도 하락이라는 두 축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이용률은 50.2%로, 전년 59.9% 대비 9.7%포인트 급감했다. 2015년 첫 조사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탈한 이용자들의 선택이다. 무려 86.3%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TV·영화·애니메이션 등 영상 시청’을 대체 활동으로 꼽았다. 게임이 더 이상 여가의 1순위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헤비 유저마저 “피곤하다”

남은 이용자들조차 변했다. 과거 장시간 플레이를 미덕으로 여기던 헤비 유저들마저 이제는 짧고 가벼운 콘텐츠를 선호한다. “오래 할수록 강해진다”는 전제로 성장해온 MMORPG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변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장시간 플레이가 미덕이었지만, 지금은 오래 붙잡는 게임이 피로하다는 반응부터 나오고 있다”며 “몰입을 전제로 설계된 게임이 오히려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사들의 절박한 체질 개선

“제로 베이스에서 재설계한다”

위기를 감지한 주요 게임사들은 일제히 전략 전환을 선언했다. 김택진·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신년사에서 “2026년은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설계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성장과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기존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며 근본적인 체질 전환을 주문했다. 30년간 이어진 성장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업계 전반에 형성된 결과다.

방치형 게임, 1.7%에서 16%로 급증

대형 게임사들이 찾은 당장의 해법은 방치형 장르 확대다. 플레이어의 직접 조작 없이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성장하고 재화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저몰입 트렌드에 부합한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방치형 게임의 국내 모바일 시장 비중은 2020년 1.7%에서 지난해 16%로 급증했다. 반면 MMORPG 비중은 같은 기간 78.8%에서 56.2%로 대폭 줄었다.

넥슨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메이플 키우기’ 흥행 이후 ‘바람의나라’ IP를 활용한 방치형 RPG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했다. 넷마블은 ‘킹 오브 파이터즈 AFK’를,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아이들 어드벤처 플러스’를 내놨다. 슈팅, 서브컬처, 캐주얼 등 진입 장벽이 낮은 장르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방어인가, 성장 전략인가

다만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를 장기 성장 전략이 아닌 손익 방어용 대응으로 평가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변화는 시장을 키우기 위한 공세라기보다 줄어드는 이용자 속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방어적 선택에 가깝다”며 “근본적인 해법은 새로운 이용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주가 역시 이런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등 주요 게임사 주가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신작 성과가 단기 반등을 이끈 경우도 있었지만, 이용자 기반 축소와 장르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가 상단을 눌렀다.


K-게임, 새로운 설계도가 필요하다

장시간 접속과 반복 과금을 전제로 한 MMORPG 모델은 이용자 수 확대와 몰입도 유지가 전제돼야 성립한다. 하지만 이용 환경과 여가 소비 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이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K-게임이 다시 성장하려면 단순히 장르를 바꾸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왜 게임을 떠나는지, 무엇이 그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방치형 게임이 임시 처방이라면, 진짜 치료제는 아직 찾지 못한 셈이다.

30년 성장 신화의 다음 장은 과거의 성공 공식이 아닌, 전혀 새로운 설계도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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