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 정부, 제약바이오 육성 위해 전담조직 신설·1500억 임상3상 펀드 조성 발표
- 제네릭 약가 53.55%→40%대 인하안에 업계 “연 3.6조 매출 손실” 반발
- 여야 모두 “재정논리만 앞세워선 안돼” 속도조절 필요성 제기
정부의 두 얼굴, 육성책과 규제 동시 추진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업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인하 정책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차관은 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신년교례회에서 “올해부터 제약바이오 산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1500억원 규모의 임상 3상 복합 펀드를 새롭게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K-바이오 백신 펀드도 추가 확충하고,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한 메가 프로젝트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견 제약업계에 호재로 보이는 이 발표가 업계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부가 한쪽 손으로는 1500억원의 ‘당근’을 내밀면서, 다른 손으로는 연간 3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 감소를 초래할 약가 인하라는 ‘채찍’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네릭 약가 40%대 인하, 업계는 “생존 위협”
논란의 핵심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이다. 정부는 복제약(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에서 40%대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조치로 연간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는 이것이 단순한 수익성 악화를 넘어 연구개발 투자 위축, 고용 감소, 나아가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은 산업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예고한다”며 “채산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의 공급 불안으로 보건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속도 조절 필요” 한목소리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한 비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은 제네릭 의약품인데, 사용량이 늘었다는 이유로 약가 수준을 더 낮추는 것은 생산 포기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 논리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국민 부담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현장의 우려가 큰 만큼 제도 세부 내용과 추진 속도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약가제도 개편을 단순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 차원이 아니라 제약산업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지원과 규제의 딜레마, 균형점 찾아야
정부의 고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약제비 지출 증가는 부담스러운 요소다. 특히 제네릭 의약품 사용 확대로 관련 지출이 늘어나면서 약가 조정 필요성이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15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보다 3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 방지가 훨씬 절박한 문제다. 더구나 이번 약가 인하가 단행되면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축소돼 정부가 육성하려는 혁신 제약바이오 생태계 구축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진정으로 육성하려 한다면, 지원책과 규제 정책 간 정합성을 높이는 것이 선결 과제다. 한쪽에서는 돈을 주고 다른 쪽에서는 더 큰 돈을 빼앗는 모순된 정책으로는 업계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약가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면, 그 속도와 방법에 있어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업계와 충분히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와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면, 1500억원의 당근도 3조6000억원의 채찍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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