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 에르메스·샤넬·롤렉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2026년 연초부터 평균 5~20% 가격 인상 단행
- 환율 상승·금값 급등·인건비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나, 매출 전략 차원의 ‘배짱 인상’ 논란도 제기
-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 전 ‘패닉 바잉’에 나서며, 명품 브랜드들은 역대 최고 매출 경신 전망
연초부터 시작된 명품 가격 인상 러시
2026년 새해가 밝자마자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섰다. 에르메스는 지난 1월 5일 ‘피코탄’ 가방을 517만원에서 545만원으로 약 5.4% 인상하며 포문을 열었다. ‘에블린’은 330만원에서 341만원으로, 스카프 라인은 최대 11% 가격이 상승했다. 신발 제품군도 3~5% 인상되며 에르메스의 전방위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도 1월 1일부터 제품 가격을 5~7% 인상했다. 인기 모델인 ‘서브마리너 오이스터 41㎜’는 1470만원에서 1554만원으로, ‘서브마리너 데이트’는 2711만원에서 2921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산하 브랜드 튜더는 일부 모델을 9.6%나 인상하며 더욱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탈리아 하이주얼리 브랜드 부첼라티는 1월 27일부터 일부 제품을 최대 20%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인기 제품인 블라썸 컬렉션 노다이아 링은 81만원에서 96만원으로 18.5% 올랐고, 다이아몬드 세팅 제품은 105만원에서 120만원으로 14.2% 인상됐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순 샤넬과 루이비통의 가격 인상도 예고되고 있다.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하이엔드급 명품 브랜드들의 연쇄 인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인상의 명분과 숨은 전략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치솟은 환율과 금값, 인건비 상승을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국제금값은 온스당 약 4000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52%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명품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의 가격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명품 브랜드들이 매출 전략의 일환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러 브랜드가 연초뿐 아니라 연중 수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자체 기록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넬은 지난해에만 총 5차례에 걸쳐 가격을 올렸고, 루이비통과 롤렉스도 각각 3회, 2회 인상을 단행했다.
에르메스는 지역별 수요를 반영해 가격을 책정하는데, 한국 시장의 높은 수요를 고려해 지난해 1월과 6월 두 차례 10~15%씩 인상했다. 주력 모델인 ‘피코탄 18’은 1년여 만에 137만원이 올라 33%가 넘는 누적 인상률을 기록했다. 가격이 오를수록 희소성이 커지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는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베블런 효과’와 역설적 소비 심리
샤넬의 필립 블론디오 최고재무책임자는 “비쌀수록 구매욕구가 증가한다”는 베블런 효과를 언급하며 명품 업계의 확신을 드러냈다. 가격표 앞자리가 바뀔수록 선망의 강도는 세지고, 브랜드의 격이 더욱 공고해진다는 논리다.
영국 브랜드 평가 컨설팅 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25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샤넬은 브랜드 가치 379억달러(약 55조원)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수치로, 루이비통과 에르메스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샤넬의 초고가 전략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을 무너뜨리며 오히려 인기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2025년 약 410달러(약 55만원)를 넘어서며, 미국과 중국을 압도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집계된 325달러보다 25% 이상 증가한 수치로, 한국 소비자들의 명품 열풍을 실감케 한다.
‘오늘이 가장 싸다’ 패닉 바잉 현상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패닉 바잉’에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샤넬 25백이 입고된다는 소식을 듣고 가서 드디어 구매했다”, “고민하는 분들은 다음주 내로 정리(구매)해라” 등의 후기가 쏟아졌다.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에 따르면, 주얼리처럼 가격대가 높은 하이엔드 제품군의 거래가 늘면서 보고구매 서비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고가 상품일수록 실물 확인이 구매 의사결정의 핵심 단계가 됐고,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 전에 제품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소비 심리를 파고든 명품 업계는 올해도 역대급 매출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에르메스코리아가 가격 인상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이 최대 1조2000억원에 달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샤넬 코리아도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첫 2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됐다.
불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명품 시장
소비 위축이 장기화된 가운데서도 명품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2021년 2942억 달러에서 2025년 약 3947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시장도 2022년 19조6908억원에서 2024년 21조8150억원 규모로 꾸준히 성장했다.
중고명품 시장에서는 브랜드별 거래총액 순위가 에르메스-샤넬-롤렉스-까르띠에-루이비통 순으로 집계됐다. 반복적인 가격 인상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브랜드와 달리, 희소성이 높은 브랜드는 중고 시장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온라인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친화적인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컬리, R.LUX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명품 구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샤넬은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세계 최초로 온라인에서 주얼리를 판매했고, 메종 마르지엘라는 쿠팡 R.LUX에 단독 입점하며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을 펼쳤다.
소비자 불만과 시장 전망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 “도대체 누가 사는 거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어지고 있다. 명품 대신 ‘듀프 브랜드’라 불리는 합리적 가격대의 대체 상품이 주목받고 있으며,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금값은 2026년 3분기 평균 5055달러까지 상승하고, 2028년에는 6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고려하면 명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브랜드 파이낸스 프랑스 지사장은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던 시대는 끝났으며, 럭셔리 브랜드는 관련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제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늘날의 고객들은 물질적인 상품보다 여행이나 의미 있는 사회적 순간과 같은 프리미엄 경험을 점점 더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배짱 인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을지가 2026년 명품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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