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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급등했지만 개인투자자는 여전히 해외주식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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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증시가 제법 괜찮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9월부터 10월 사이에 코스피가 무려 28.9%나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는 5.9% 상승에 그쳤으니, 수치만 보면 국내 증시가 훨씬 좋은 성적을 낸 셈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12월 23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23조원이나 팔아치우고 해외주식을 103억달러어치 샀다고 한다. 국내 증시가 잘 나가는데 왜 개인들은 오히려 해외로 돈을 빼돌린 걸까?

차익 실현하고 미국으로 간 이유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답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이 오르면 수익을 챙기고, 그 돈으로 미국 주식을 사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이나 2021년만 해도 국내 주식과 해외주식을 동시에 사들이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시중에 돈도 많이 풀렸고, 분산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양쪽 시장을 모두 공략했다.

하지만 2025년 들어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국내 주식을 팔면 해외주식을 사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쪽이 오르면 다른 쪽으로 갈아타는 식이다. 2025년 2월부터 7월까지 개인은 국내 주식 14조원을 팔고 해외주식 83억달러를 샀다. 7월부터 10월까지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핵심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 차이다. 오랫동안 미국 증시가 한국 증시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여왔다. 그래서 투자자들 머릿속에는 ‘장기적으로는 미국 주식이 낫다’는 생각이 박혀있다. 국내 주가가 단기적으로 팍 오르면 ‘지금이 팔 때’라고 판단하고 차익을 실현한다. 그리고 그 돈을 장기적으로 더 오를 거라고 믿는 미국 증시에 다시 투자하는 것이다.

환율이 부채질한 해외투자 열풍

여기에 환율까지 한몫했다. 요즘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나들고 있다. 달러가 비싸지면서 해외주식 투자의 매력이 더 커진 것이다. 주식 가격이 오르는 것만으로도 수익인데, 달러 가치까지 올라서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앞으로도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거라는 전망이 많다 보니, 해외주식 투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국내 주식과 해외주식을 동시에 보유하면 분산투자 효과가 발생한다”면서도, “미국 주식의 경우 국내 주식과 수익률 상관관계가 낮아서 분산투자 효과를 더 크게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주식은 일본이나 독일 주식보다도 한국 주식과의 상관성이 낮다고 한다.

2020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상황이 달랐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투자 규모는 2018년이나 2019년의 10배를 넘었다. 그런데 이때는 국내 주식도 동시에 대량으로 사들였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기였고, 투자자들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주식을 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돈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국내 주식 시장이 좋아지면 수익을 챙기고 해외로 빠져나가고, 반대로 해외 시장이 부진하면 국내로 다시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실증 분석을 해봤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해외주식은 단기 수익률이 오르면 투자자들이 더 사들인다. 이른바 추격 매수다. 반면 국내 주식은 단기 수익률이 오르면 오히려 투자가 줄어든다.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가는 것이다. 양국 증시가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도 국내는 팔고 해외는 사는 패턴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개인투자금을 국내로 돌리려면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다시 국내로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은행은 한미 증시 간 수익률 기대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본다.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도 장기적으로 괜찮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대감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됐다는 점이다. 며칠 또는 몇 달간 주가가 잘 나온다고 해서 투자자들의 생각이 바뀌진 않는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정책 확대 같은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당을 더 많이 주고,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고, 기업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 등의 노력이 쌓여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장기 성과와 안정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당분간은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계속될 것 같다. 환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고,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을 유지하는 한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 자체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같은 정책들이 실제로 성과를 내야 한다. 기업들도 주주를 더 챙기고, 투명하게 경영하고,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도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을 바꿀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분산투자가 여전히 중요하다. 국내와 해외 주식의 수익률 상관관계가 낮다는 건 리스크 분산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한쪽이 안 좋을 때 다른 쪽이 버텨줄 수 있다. 다만 무작정 흐름만 따라가기보다는 본인의 투자 목표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환율도 신경 써야 한다. 지금은 고환율이라 해외투자가 유리해 보이지만,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주식은 올랐는데 원화로 환산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환헤지 상품을 활용하는 등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장기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오늘 올랐다고 팔고, 내일 오를 것 같으니 사고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각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고 꾸준히 투자하는 전략이 결국에는 더 나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급등했을 때 개인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해외로 빠져나간 건, 어쩌면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장기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다르니까. 하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국내 증시는 더욱 힘을 잃게 된다.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결국 국내 증시가 스스로 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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