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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약 비만약 건강보험 적용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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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약과 비만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이 약 1,000만 명, 비만 인구가 약 1,800만 명이니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얘기다.

사실 탈모약이나 비만약은 지금 건강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 항목이라서 비용 부담이 꽤 크다. 비만약은 한 달에 3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들고, 탈모약은 어떤 약을 쓰느냐에 따라 1년에 1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든다. 특히 탈모약은 계속 먹어야 효과가 유지되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종로5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서울 종로5가 일대는 이른바 탈모약과 비만약 처방으로 유명한 곳이다. 평일 오전에 가봤더니 사람들이 꽤 많이 와 있었다. 그런데 진료 시간이 정말 짧았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의사가 “오뉴페시아로 드릴까요?”라고 물어보고, 환자가 고개만 끄덕이면 “나가시면 됩니다”라고 하더라. 5초도 안 걸렸다. 접수하고 결제하는 시간까지 다 합쳐도 2분이 채 안 걸렸다.

30대 직장인 한 분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릴 것 같아서 미리 처방받으러 왔다고 했다. 예방 차원에서 온 건데 이렇게 쉽게 처방이 나올 줄은 몰랐다면서 좀 놀란 표정이었다.

탈모는 병일까 미용일까

지금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탈모는 원형탈모 정도다. 스트레스나 자가면역 질환으로 생기는 원형탈모는 면역 질환으로 분류되어서 스테로이드 치료 같은 것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걱정하는 유전성 탈모, 즉 남성형 탈모는 건강보험이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전병도 유전에 의한 건데 이걸 병이 아니라고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사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긴 하다. 실제로 대통령은 20대 대선 때도 탈모 치료제 급여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탈모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예방 단계에서 관리하면 나중에 더 심각해졌을 때보다 치료비가 덜 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건강보험료는 꼬박꼬박 내면서 혜택은 별로 못 받는다는 불만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반대하는 쪽은 지금도 과잉 처방이 문제인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더 심해질 거라고 우려한다. 그리고 진짜 치료가 필요한 사람과 미용 목적인 사람을 어떻게 구분할 건지도 문제다. 무엇보다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크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비만약은 어떨까

비만약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지금도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 치료를 받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 약물은 비급여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만을 단순히 미용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만성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40%가 비만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비만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2024년 2월에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비만 치료제를 보험 급여에 포함시켰다. 다만 아무나 다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BMI가 35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합병증을 2개 이상 가진 경우에만 적용된다.

영국도 2024년 티르제파타이드를 승인하고 6월부터 단계적으로 급여화를 시작했다. 미국은 2024년 3월에 FDA가 위고비에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를 인정하면서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급여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남가은 교수는 비만을 개인의 나약함 탓으로 돌리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 유전적 요인, 사회적 환경, 정신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인데 한국은 아직도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거다. 그리고 GLP-1 계열 약물이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20% 이상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돈이 얼마나 들까

문제는 역시 돈이다. 탈모 인구 1,000만 명과 비만 인구 1,800만 명 중 절반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보험 부담률을 70%로 잡으면 연간 약 24조 원이 필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50년까지 건강보험료율을 법정 상한선인 8%까지 올려도 연간 44조 원 넘게 재정이 부족할 거라고 내다봤다.

종로5가에서 만난 한 약사는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도 고령화 때문에 심혈관질환이나 성인병 관련 건강보험 지출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젊은 사람들의 미용 목적 치료까지 건강보험으로 커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결국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서는 감당이 안 된다는 얘기다.

특히 비만약은 끊으면 요요 현상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장기간, 어쩌면 평생 먹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과잉 처방 문제도 심각하다. 지금도 종로5가 같은 데서 5초 처방이 나오는 판인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처방받으려고 할 거다. 한 직장인은 지금도 오남용 문제가 있는데 보험이 되면 더 쉽게, 더 많이 먹으려고 할 거라고 우려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남가은 교수는 다른 관점도 제시한다. 당장은 돈이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을 방치하면 심혈관질환, 당뇨병, 지방간, 수면무호흡 같은 합병증이 생기는데, 이런 걸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이 훨씬 더 크다. 미리 예방하면 결국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신중한 입장이다.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선별적으로 급여를 적용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예를 들어 비만대사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부담이 커서 못 받는 사람, 만성질환을 동반한 고도비만 환자,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부족한 사람들처럼 진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건강보험을 적용하자는 거다. BMI 같은 객관적인 의학적 기준을 정해서 그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적용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반응은 엇갈린다. 탈모 예방 목적으로 약을 먹고 있는 박모씨는 찬성 쪽이다. 탈모나 비만 모두 이미 심해진 다음에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 단계에서 관리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 부분적으로라도 급여가 적용되면 부담이 줄어들 거라고.

비만약을 처방받고 있는 이모씨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미용 목적과 치료 목적을 구분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BMI 같은 의학적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급여를 적용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직장인은 지금도 오남용 문제가 있는데 보험이 되면 더 쉽게, 더 많이 먹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라며 걱정했다.

어떻게 될까

탈모약과 비만약의 건강보험 적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만큼 재정 부담도 크고 부작용도 예상된다.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미용 목적과 치료 목적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어떤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단기적인 재정 부담과 장기적인 효과를 모두 따져봐야 하고, 과잉 처방을 막을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대부분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일본이나 영국처럼 고위험군부터 우선 적용하고 점차 확대하는 방식을 참고할 만하다. 횟수나 금액에 제한을 두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검토 지시 이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면서도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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