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부터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1만 2000명 정도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하니 교통 혼잡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분명히 얼마 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같은데, 왜 또 파업을 하는 걸까?
문제의 핵심은 바로 성과급이다. 철도노조는 정부가 성과급 정상화를 약속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애초에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양측의 주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코레일만 80%라는 게 무슨 말일까
철도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정상화라는 게 뭔지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 현재 32개 공공기관 중에서 코레일만 유일하게 성과급을 기본급의 80% 기준으로 받고 있다고 한다. 다른 공공기관들은 모두 기본급 100%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는데 코레일만 예외라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냐면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가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라고 지침을 내렸는데, 코레일이 다른 기관보다 약 10개월 늦게 이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그래서 페널티를 받게 됐고, 그게 지금까지 15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코레일보다 더 늦게 임금체계를 개편한 공기업들도 있는데, 그쪽은 짧은 기간만 페널티를 받고 지금은 100%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2018년 합의는 뭐였나
사실 이 문제는 2018년에 한 번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당시 코레일 노사가 성과급 100% 지급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1년에 감사원이 이게 정부 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2022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다시 80%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다만 갑자기 80%로 낮추면 충격이 크니까 2022년 96%에서 시작해서 매년 4%포인트씩 낮춰서 2026년 이후에는 80%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결정이 작년 말과 올해 파업의 원인이 됐던 것이다.
올해는 합의했다고 하지 않았나
철도노조는 올해 임금교섭 과정에서 정부가 성과급 정상화를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일단 잠정합의를 했는데, 나중에 기획재정부가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흥정 시도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성과급을 100%로 원상복구하겠다고 약속하거나 제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지침이 노사합의보다 법적으로 우위에 있고, 코레일만 예외를 인정하면 다른 공공기관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침을 무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한다.
국토부와 기재부가 진행한 정책 연구용역 결과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노조는 용역 결과 성과급 100% 지급 근거가 마련됐다고 하는데, 정부는 아직 최종 결론도 나오지 않았고 100% 같은 수치를 특정해서 논의한 적도 없다고 한다. 현재 검토 중인 90% 방안도 정상화가 아니라 그냥 조정 검토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기재부 조직개편이 영향을 줬다?
재미있는 건 기재부의 내부 사정도 이번 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기재부가 내년 1월에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될 예정인데, 아직 기획예산처 수장도 정해지지 않았고 조직구성이나 인력배치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조직 내 누가 어느 부서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철도파업을 막을 수도 없고, 성과급 합의를 책임지기도 애매했을 거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일단 파업을 막기 위해 유연한 신호를 줬다가 나중에 원칙론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소통이 안 됐던 건 아닐까
이런 입장차가 생긴 원인 중 하나로 소통 구조 문제도 지적된다. 기재부는 국토부하고만 이야기하고, 국토부는 코레일과 이야기하고, 코레일이 노조와 이야기하는 구조다. 이렇게 일방향으로 소통하다 보니 성과급 합의에 대한 입장차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급하게 파업 봉합 결론을 냈고, 결국 재파업 위기까지 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코레일 경영진도 정상화 요구
흥미로운 건 코레일 경영진도 이번에는 성과급 정상화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보통 파업 상황에서 경영진이 노조 편을 드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말이다. 코레일 경영진은 성과급 지급 기준 문제가 15년간 쌓여서 경영 정상화와 조직 안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불편하겠네
결국 이런 갈등의 피해는 시민들이 보게 생겼다. 코레일은 파업이 현실화되면 수도권전철과 광역전철 운행이 평시 대비 약 25%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필수운행률 이상은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경강선이나 대경선, 동해선, 경의중앙선 같은 일부 노선은 배차 간격이 40분에서 최대 1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12월 말 연말 분위기에 교통이 불편해지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질 것 같다. 정부와 노조가 빨리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는데, 양측 모두 강경한 입장이라 쉽지는 않아 보인다.
15년간 쌓인 문제라니 하루아침에 풀리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왔으면 한다. 공공기관 간 형평성도 중요하고, 정부 지침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투명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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