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짓는 제련소가 요즘 화제다. 11조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인데, 알고 보니 미국 정부가 최대 34.5%까지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고려아연이 100% 운영하는 공장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 정부가 정말 많은 권리를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주당 1센트, 그러니까 14원에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부터 시작해서 매년 1억 달러씩 받아가는 수수료까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복잡하게 꼬인 투자 구조
이번 프로젝트는 구조 자체가 좀 복잡하다. 제련소 합작법인이라는 게 하나 있고, 제련소 운영법인이라는 게 또 따로 있다. 합작법인은 미국 전쟁부(국방부)와 상무부가 최대주주로 들어가 있고, 운영법인은 고려아연이 100% 소유한다.
미국 전쟁부와 상무부는 합작법인에 각각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2억 1천만 달러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미국 정부가 3억 6천만 달러 정도 넣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고려아연 유상증자에도 참여해서 19억 4천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다. 현재 고려아연이 영풍과 MBK파트너스한테 경영권 공격을 받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백기사 역할을 해준 셈이다.
주당 14원에 지분을 산다고?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바로 신주인수권이다. 미국 전쟁부는 제련소 운영법인 주식을 주당 1센트, 우리 돈으로 14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최대 14.5%까지 살 수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나중에 제련소 가치가 150억 달러, 그러니까 22조원 정도 되면 추가로 20%를 더 살 수 있는 옵션도 받았다.
합치면 최대 34.5%다. 제련소가 잘 돌아가서 가치가 올라가면 미국 정부는 거의 공짜로 얻은 지분으로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다. MP머티리얼스라는 다른 회사도 비슷한 조건으로 미국 정부랑 계약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주당 14원이라는 가격은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매년 1억 달러씩 내야 하는 수수료
지분만 가져가는 게 아니다. 제련소 운영법인은 합작법인에 매년 최대 1억 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인허가 서비스를 받는 대가라고 하는데, 우리 돈으로 1470억원 정도 된다. 30년만 계산해도 3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고려아연 측은 이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한다. 미국에서 제련소 하나 짓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인허가 다 처리해주고 수요처까지 연결해준다면 충분히 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제련소가 2030년에 본격 가동되면 매출이 5조 6천억원, 영업이익이 1조 2천 5백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수익의 20%도 가져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련소에서 수익이 나면 그중 20%를 성과 보수로 합작법인이 가져간다. 사모펀드가 쓰는 방식이랑 똑같다. 투자는 적게 하고 수익은 두둑하게 챙기는 구조다.
게다가 테네시 제련소에서 생산하는 희소금속에 대한 우선 접근권도 갖는다. 더 놀라운 건 한국 울산 온산제련소랑 호주 제련소에서 나오는 광물에도 일부 우선권이 있다는 거다. 미국 공장 하나 짓는다고 허락했는데 한국 공장 생산품까지 우선권을 준 건 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에도 들어온다
미국 전쟁부는 고려아연 이사회에 사람을 보낼 권리도 받았다. 2026년이랑 2027년에 각각 1명씩, 총 2명의 이사를 지명할 수 있다. 고려아연 지분 10.59%를 갖고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미국 정부 눈치를 봐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고려아연은 왜 이런 조건을 받아들였나
그럼 고려아연은 왜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미국 정부를 끌어들였을까. 일단 경영권 방어가 급했다. 영풍이랑 MBK가 계속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라는 든든한 백기사를 얻은 건 최윤범 회장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미국 시장 진출을 생각하면 정부가 직접 파트너로 들어오는 게 나쁘지 않다. 미국에서 제련소 짓는 게 얼마나 까다로운데, 보통은 인허가만 10년 넘게 걸린다. 그런데 국방부랑 상무부가 직접 나서면 절차가 엄청 빨라진다. 수요처도 확실하게 확보되고.
전략광물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핵심 파트너가 되는 거다. 장기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투자자들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미국 상무장관 러트닉이 트위터에 “미국의 큰 승리”라고 올리는 걸 보고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고려아연한테 유리한 거래였으면 미국 장관이 저렇게까지 좋아할 이유가 있나 싶은 거다.
투자은행 쪽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제대로 공시되지 않아서 주주들이 정확히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특히 주당 14원짜리 신주인수권은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 정도 규모의 투자라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거 아니냐고도 지적한다. 온산제련소의 핵심 기술이랑 인력을 미국으로 보내는 건 사실상 회사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딜이다. 소액만 투자하고 엄청나게 많은 걸 가져갔다. 지분은 최대 34.5%까지 확보할 수 있고, 매년 돈도 받고, 수익도 나눠 갖고, 광물 우선권까지. 게다가 한국이랑 호주 공장 생산품에도 손을 뻗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략광물 공급망 안보를 확보한 게 크다. 중국한테 의존하던 희소금속을 이제 우방국 기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국방 산업이랑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들이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돈 주고도 못 살 가치가 있는 거다.
결국 잘된 건지 못된 건지
솔직히 지금 시점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단기적으로 보면 고려아연이 너무 많이 양보한 것 같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기업이 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가 될 수도 있다.
2030년에 제련소가 본격 가동되면 그때 좀 더 명확해질 거다. 고려아연 말대로 매출이 5조 넘게 늘고 영업이익도 1조 넘게 증가한다면 연 1억 달러 수수료쯤이야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반대로 예상만큼 수익이 안 나온다면 지금 맺은 계약들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실제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수익성은 어떻게 나오는지를 차근차근 확인해야 한다.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확실한 건 이번 딜이 고려아연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놓을 만한 큰 결정이라는 거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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