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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세대가 말하는 저출산 해법 “결혼 바우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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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뉴스에서 정말 많이 나온다. 그런데 정작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당사자인 청년들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정부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재미있는 시도를 했다. 10대와 20대 청년 250명을 모아서 직접 물어본 것이다. “너희들은 뭐가 필요해?” 하고 말이다.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건 결혼 바우처였다

지난 13일에 열린 성과보고회에서 청년들이 가장 많이 뽑은 정책은 바로 ‘결혼 준비 바우처’였다. 결혼할 때 드는 초기 비용을 지역화폐 같은 걸로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요즘 결혼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아는가? 예식장 대관료,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신혼여행, 혼수까지 합치면 적게 잡아도 수천만 원은 기본이다. 신혼집까지 생각하면 1억, 2억은 우습게 넘어간다.

청년들 입장에서는 “아이를 낳으라고 돈 줄게”보다 “일단 결혼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줘”가 먼저라는 것이다. 결혼도 못 하는데 출산은 무슨 출산인가.

대학교에서 저출생 수업을 필수로?

두 번째로 나온 제안도 흥미롭다. 대학교에서 ‘저출생과 미래사회’라는 과목을 필수로 듣게 하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는 저출산 문제가 우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그냥 뉴스에서 “출산율 0.7″이라는 숫자만 보고, “심각하긴 한가 보다” 정도로만 느낀다.

청년들이 인구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 있는 집에 집을 먼저 주면 어떨까

세 번째 제안은 주거 문제에 관한 것이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 주택 공급 우선권을 주자는 아이디어다.

지금은 청약 점수나 무주택 기간 같은 걸로 집을 분배하는데, 여기에 ‘자녀 수’라는 요소를 강하게 반영하자는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좋은 집에 살 확률이 높아진다면, 무자녀 부부들도 출산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논리다.

실제로 신혼부부들이 아이를 안 낳는 이유 중 하나가 “좁은 집에서 아이 키우기 힘들어서”라고 한다. 집이 넓어지면 아이를 가질 마음도 생길 수 있다.

지방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 교통비 지원

네 번째 제안은 좀 더 구체적이다. 지방에 살면서 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에게 교통비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서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렇다면 경기도나 인근 지방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선택지를 현실적으로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교통비가 부담되지 않는다면 지방 거주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지방 경제 활성화에도 좋고, 신혼부부는 넓은 집에서 살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시니어도 계속 일할 수 있게

마지막 제안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것이다. 경험 많은 시니어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맞춤형 경력 매칭 시스템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시니어 전문인력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 중소기업과 연결하고, 기업 규모에 따라 고령자 고용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작은 기업은 1%, 큰 기업은 3% 이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는 문제도 같이 풀어야 한다. 시니어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면 경제 활력도 유지할 수 있다.

청년 250명이 1년 동안 활동한 결과

미래세대 국민위원회는 올해 처음으로 10대와 20대로만 구성됐다. 250명의 청년들이 발대식부터 시작해서 토론회 2번, 현장 방문 1번, 온라인 토론 6번까지 총 10번의 활동을 했다.

그 결과 나온 정책 제안이 무려 400개가 넘는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아이디어 8개를 최종적으로 선정한 것이다.

중요한 건 이 제안들이 책상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앞으로 결혼할 세대가 직접 “이게 필요해”라고 말한 것들이다.

정부는 어떻게 할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은 “이번에 건의된 과제들은 관계 부처와 함께 검토해서 인구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저출산 예산으로 쓴 돈이 수백조 원인데도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다. 이번에는 당사자들이 직접 말한 것이니만큼 좀 더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이번 제안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청년들은 거창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할 때 초기 비용만 좀 덜어주세요” “집 걱정 없이 아이 키울 수 있게 해주세요” “지방에 살아도 출퇴근할 수 있게 교통비 좀 지원해주세요”

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이다. 추상적인 미래 비전이나 막연한 정책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을 말하고 있다.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청년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아이 낳으라고 돈 줄게”보다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결혼식 비용, 신혼집 마련, 출퇴근 교통비 같은 현실적인 장벽만 낮춰줘도 결혼율은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결혼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출산율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물론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선택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다.

이제는 청년 목소리를 들을 때

그동안 저출산 정책은 주로 전문가나 공무원들이 만들었다. 물론 그들도 열심히 고민했겠지만, 정작 결혼하고 아이 낳을 당사자인 청년들 이야기는 빠져 있었다.

이번 미래세대 국민위원회 활동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년들이 직접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해법들은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정부가 이 목소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낼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청년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결혼 바우처 하나만 제대로 시행해도, 결혼을 망설이던 수많은 커플들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저출산 문제를 푸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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