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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성장의 92%가 AI 투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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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경제를 보면 참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가 올해 9월 분석한 내용을 보면, 2025년 상반기 미국 실질 GDP 성장의 92%가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투자에서 나왔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섹터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4%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AI 관련 투자를 빼면 미국 경제 성장률은 연율 0.1%로 거의 성장하지 않는 셈이다. S&P 글로벌 리서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는데, 2025년 상반기 미국 민간 최종 수요 증가분의 80%가 데이터센터와 AI 관련 투자에서 나왔다고 한다.

폴 그루엔월드 S&P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 지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가볍게 투자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전통 제조업처럼 중후장대형 투자를 하면서 경제 전체 지표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건설 붐, 숫자로 보면 더 실감난다

미국 전역이 지금 거대한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미국 상무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지출이 연간 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30%나 증가한 수치다.

미국 중앙은행 연구 노트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용량이 5.8GW 증가했다. 이게 얼마나 큰 규모냐면, 같은 기간 유럽연합 전체 증설량 1.6GW의 3.6배, 영국 0.2GW의 29배에 달한다. 현재 미국은 인구 1000명당 약 100대의 서버를 보유하고 있어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컴퓨팅 밀도를 기록하고 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구축에 전 세계적으로 5조에서 7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데이터센터와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재건이 21세기의 가장 큰 자본 시장 기회라고 강조했다.

의견이 완전히 갈린다, 산업혁명이냐 버블이냐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최근 콘퍼런스에서 수요가 미친 듯이 높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트 AI와 물리적 AI로 가고 있으며, 이건 수천억 달러의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산업혁명이라는 것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컴퓨팅 파워가 미래의 화폐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과소 투자의 리스크가 과잉 투자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반대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짐 코벨로 골드만삭스 리서치 헤드는 1조 달러를 투자해서 해결할 1조 달러짜리 문제가 도대체 무엇인지 반문한다. AI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기엔 너무 비싸고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AI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지금은 전형적인 골드러시 버블이라며, 과잉 설비가 확인되는 순간 성장형 불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서브라미니언 전략가는 닷컴 버블과는 다르지만 에어 포켓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 뚝 떨어지듯이, 막대한 자본지출에도 실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따라오지 못하는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력 수요가 문제다, 정말 큰 문제

블룸버그NEF는 이달 수정 전망치에서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5년까지 106GW에 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8개월 전 예측치보다 36%나 상향 조정한 수치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지인 버지니아주 라우든 카운티를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이곳은 데이터센터 세수만으로 연간 8억 9500만 달러를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송전망 용량 부족으로 신규 연결에 3년에서 7년이 걸리는 전력 절벽에 직면했다. 텍사스주 전력망 운영사 ERCOT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력망 연결 대기 중인 대용량 부하의 77%가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였다.

로이터통신은 데이터센터 붐이 지방 정부 세수에는 도움이 되지만 급증하는 전력 수요로 일반 가구의 전기요금 상승 압박과 송전망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능 AI 데이터센터는 1MW 용량당 27톤에서 33톤의 구리를 쓴다고 한다. AI가 전기를 먹는 하마라면 데이터센터는 구리를 먹는 괴물인 셈이다.

한국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이 상황이 양날의 검이다. 지난달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172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8.5% 증가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서버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 폭증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지출 계획에 종속된 파생상품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AI 투자가 계속되면 우리도 좋지만, 만약 버블이 터지거나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피터 베레진 BCA리서치 수석전략가의 말처럼 AI 붐이 없었다면 미국 경제는 이미 침체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AI 붐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이게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PGIM의 2025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를 보면 2024년 4분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미국 실질 GDP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데이터센터 투자라는 단일 요인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과거 닷컴 버블이나 주택 시장 붐 때보다도 훨씬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이 흐름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다. 지금은 분명 기회지만 동시에 위험 신호이기도 하다. 단순히 부품 공급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만의 AI 생태계를 만들고, 혹시 모를 충격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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