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멘트 회사들이 수출을 엄청 늘리고 있다고 한다. 올해 시멘트 수출량이 작년보다 52%나 증가해서 45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데, 언뜻 보면 좋은 소식 같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한국시멘트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국내 시멜트 판매량이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거라고 한다. 작년보다 16.5%나 줄어든 3650만 톤 수준이라는데, 이 정도면 IMF 때만큼 안 좋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국내에서 팔 데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쌍용C&E부터 한라시멘트까지, 다들 수출 늘리는 중
쌍용C&E를 보면 상황이 확실히 보인다. 국내 매출은 2023년 1조 3887억 원에서 2024년 1조 2884억 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면 수출은 2023년 1002억 원, 2024년 1042억 원으로 조금씩이라도 올라가는 중이다.
한라시멘트는 아예 회장이 직접 긴급 경영전략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그동안은 페루나 칠레 같은 남미 쪽으로만 수출했는데, 올해는 카메룬이나 기니 같은 아프리카까지 판로를 넓혔다. 덕분에 올해 수출량을 작년보다 63%나 늘렸다. 삼표시멘트도 올해 2분기에 남미와 계약을 맺으면서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시멘트 수출은 남는 장사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멘트 수출이 그렇게 돈이 되는 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멘트는 워낙 무거운 물건이라 운송비가 엄청나게 든다. 가까운 동남아시아 시장은 중국이랑 베트남 회사들이 이미 다 차지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남미나 아프리카 같은 먼 곳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무거운 물건을 먼 곳까지 보내면 운송비가 얼마나 나올지는 뻔하다. 사실상 수익이 거의 안 남는다고 봐야 한다. 그나마 쌍용C&E나 한라시멘트, 삼표시멘트는 바닷가에 공장이 있어서 배로 바로 실어 보낼 수 있지만, 내륙에 있는 회사들은 육지 운송비까지 더해져서 수출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도 공장은 돌려야 한다
그럼 왜 돈도 안 되는 수출을 하느냐. 업계 관계자 말에 따르면 공장을 멈출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 경기가 IMF 때만큼 안 좋은데, 그렇다고 공장 문을 닫을 수는 없으니 쌓이는 시멘트를 일단 해외로라도 내보내는 것이다.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라는 설비는 계속 가동해야 탄소 배출권 할당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공장을 돌려서 고정비라도 건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수익은 별로 안 나더라도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고 최소한의 비용을 회수하는 게 목표인 셈이다.
건설경기가 살아나야 시멘트도 산다
시멘트 수요가 이렇게 떨어진 건 결국 건설경기 때문이다. 집도 안 짓고 건물도 안 올리니 시멘트 쓸 데가 없는 것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내년 시멘트 수요도 올해보다 1.3% 더 줄어든 3600만 톤 정도일 거라고 전망했다.
건설경기가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시멘트 회사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수출로 버티고는 있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이고, 결국은 국내 건설 시장이 살아나야 근본적인 해결이 될 것 같다.
지금 시멘트 업계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수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34년 만의 최악의 상황에서 공장 문을 닫지 않고 버티기 위한 선택이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 건설경기가 어떻게 될지에 따라 시멘트 업계의 운명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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