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승진하면 당연히 좋은 팀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요즘 화제인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드라마 속 김낙수 부장은 영업 현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던 인물이다. 그런데 팀장이 된 후 팀원들은 그를 피하기 바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지 못한 리더
김 부장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성과 배분을 공정하게 하지 못한 것이다. 10년 넘게 승진하지 못한 동기 허 과장을 위해, 실제로 일을 잘한 막내 팀원에게 양보를 요구한다. “내후년에는 꼭 승진하게 해줄 테니 이번에는 허 과장에게 양보해달라”는 말과 함께.
막내 팀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자신이 일을 못했냐고 묻는다. 김 부장은 “잘했지만, 모두에게 고과를 똑같이 주면 티가 안 난다”고 답한다. 어쩔 수 없는 조직 상황이라고 둘러대지만, 막내 팀원의 마음은 이미 깊이 상한 상태다.
기여한 만큼 인정받지 못한다는 박탈감, 성과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평가를 결정하는 리더에 대한 원망, 이 불합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무력감까지. 이런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조직 정의 이론에서 말하는 세 가지 공정성이 있다. 김 부장은 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먼저 분배의 공정성이다. 성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보상이 분배되어야 하는데, 김 부장은 실제 성과를 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고과를 몰아줬다.
다음은 절차 공정성이다. 결정 과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하는데, 김 부장은 개인적 판단으로 점수를 매겼다. 당사자와 충분한 논의도 없었다.
마지막은 상호작용 공정성이다. 소통 과정에서 구성원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해야 하는데, 김 부장은 불편함을 피하듯 대화를 급히 끝냈다.
잡코리아가 전국 20~40대 직장인 1,2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흥미롭다. ‘연봉이 높아도 다니고 싶지 않은 회사’ 1위가 ‘비윤리적인 관리자가 있는 회사’였다. 34.5%가 이렇게 답했다. 이어서 ‘회사 운영 방식과 가치관이 맞지 않는 회사’가 33.9%, ‘보상 체계가 불공정한 회사’가 30.6%로 뒤를 이었다.
직장인들은 돈보다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조직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경청 없는 소통은 독백일 뿐이다
김 부장의 두 번째 문제는 진짜 소통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옆 팀 팀장이 팀원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김 부장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로 마음먹는다.
팀원과 차를 마시며 “경청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팀장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그런데 정작 팀원의 말은 계속 끊고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다. 대화가 오가는 게 아니라 훈수만 계속된다. 팀원은 ‘사무실에 돌아가서 일이나 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피곤함을 느낀다.
김 부장은 팀원의 멍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시간을 진작 가져야 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한다. 혼자만 만족하는 소통이다.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권력 거리가 멀수록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상사는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팀원은 말실수를 의식해서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리더가 대화를 독점하는 주된 원인은 ‘주관적 권력감’이라고 한다.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낄수록 ‘네 말도 맞지만 내 말이 더 옳다’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팀원을 점점 침묵하게 만든다. 리더가 팀원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점차 사라지고, 이는 리더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여론조사 업체 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팀원의 이야기에 항상 귀 기울이는 리더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팀원이 리더를 신뢰할 가능성이 네 배 이상 높았다. 반대로 팀원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리더는 신뢰를 얻기 어려웠다.
형식만 지적하는 피드백의 문제
김 부장의 세 번째 실수는 의미 없는 피드백을 준다는 것이다. 팀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한 신규 영업 전략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검토하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알아서 마무리하라고 했지만, 팀원이 최종 제출을 앞두고 검토를 요청하자 김 부장은 꼼꼼히 자료를 살핀다. 그런데 돌아온 피드백은 글씨 간격, 서체, 글자 색 같은 형식적인 부분뿐이다.
정작 내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팀원이 “부장님 바쁘실 텐데 그런 건 저희가 정리하겠다”고 하자, 김 부장은 말을 끊고 무심하게 답한다. “너희가 잘했으면 내가 안 바빴겠지.”
요즘 세대에게 자신이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은 중요한 동기로 작용한다. 의미 있는 피드백을 원하는 이유다.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 무엇을 잘한 건지 알고 싶어 한다. 성장을 위해서라면 건설적인 쓴소리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24년 5월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40대 직장인 2,282명이 꼽은 이상적인 상사 1위는 ‘피드백이 명확한 상사’였다. 42%가 이렇게 답했다. 나이가 적을수록 이런 요구는 더 뚜렷했다.
리더 입장에서도 효과적인 피드백은 팀을 성장시키는 최고의 투자다. 2024년 1월 갤럽이 약 1만 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일주일간 의미 있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답한 직원의 80%는 업무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였다. 몰입한 직원의 생산성은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14% 높았다.
리더가 어떤 피드백을 주느냐에 따라 팀의 몰입 수준과 성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진짜 리더십은 팀원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
드라마 원작 소설에서 김 부장의 상사는 이렇게 조언한다.
“너도 알지? 내가 팀장 달기 전에는 별로 인정 못 받았던 거. 내가 팀원보다 나은 게 없더라고. 그래서 팀장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뭔지 알아? 팀원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였어.”
세상에 완벽한 리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지금 당장 무엇부터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혼자 잘하는 것과 팀을 잘 이끄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명선수가 명감독이 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더십은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능력이다.
공정한 성과 분배, 진정한 경청과 소통, 의미 있는 피드백.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실천해도 팀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김 부장의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하다.
지금 팀장이거나 앞으로 팀장이 될 사람이라면, 팀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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