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방 건설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올해 분양보증 사고가 작년보다 69%나 줄었다고 한다. 숫자만 보면 지방 건설경기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데, 실상은 정반대다.
작년에는 분양보증 사고가 1조원 넘게 터졌는데 올해는 3천억원 정도로 줄었다. 그런데 이게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건설사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아예 사업 자체를 안 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숫자로 보는 지방 건설시장의 현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에서 분양보증 사고가 7곳에서 3,543억원 규모로 발생했다. 수도권은 경기도에서 1곳, 지방은 강원 2곳, 광주 1곳, 울산 1곳, 전북 2곳 이렇게 6곳이다.
2021년이랑 2022년에는 분양보증 사고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2023년에 갑자기 16곳에서 1조 2천억원, 2024년에 17곳에서 1조 1천억원 규모로 터지더니 올해는 확 줄어든 것이다.
수도권은 오히려 사고액이 352억원에서 720억원으로 늘었는데 지방만 1조 1천억원에서 2,822억원으로 쭉 빠졌다. 사고 건수도 15건에서 6건으로 절반 이하가 됐다.
분양보증이 뭐길래
분양보증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쉽게 말하면 건설사가 부도나거나 망했을 때 집을 사려고 계약금이나 중도금 낸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보험 같은 거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책임지고 집을 지어주거나 낸 돈을 돌려준다.
그런데 이 분양보증 사고가 줄었다는 게 왜 나쁜 소식일까? 지방에서 집 짓는 사업 자체가 확 줄어들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지방 분양시장, 얼마나 얼어붙었나
실제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지방에서 분양보증 받은 아파트가 4만 7천가구 정도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7만 9천가구였으니까 40%나 줄어든 셈이다. 보증금액도 33조원에서 22조원으로 31% 감소했다. 이게 2019년 이후 최저 수치라고 한다.
한창 부동산 시장이 좋았던 2021년에는 지방에서만 15만가구 넘게 분양보증을 받았었다. 그게 2022년 11만가구, 2023년 6만가구로 계속 줄더니 올해는 4만가구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관리하는 분양보증 업체도 작년 190개에서 올해 174개로 줄었고, 사업장 수도 951곳에서 810곳으로 감소했다. 실제로 지방에서 공급된 아파트도 작년보다 22.4% 적다.
광주 신창동 사례를 보면
작년 10월에 광주 신창동에서 ‘신창 유탑 유블레스 리버시티’라는 아파트 사업장에서 450억원 규모 분양보증 사고가 났다. 유탑건설이라는 시공사가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일이 지방 곳곳에서 일어나다 보니 건설사들이 겁을 먹은 것이다. 자금 여력이 있어도 선뜻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문제는 지방에 집은 많은데 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준공하고도 못 파는 미분양이 계속 쌓이고 있다. 그런데 건설 원가는 계속 오른다. 원자재값도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는데 집값은 못 올리니까 건설사 입장에서는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다.
건설업계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더 명확하다. “지방은 부산 해운대나 수영구처럼 바다 보이는 지역, 대구 수성구처럼 학원가 있는 특정 지역 아니면 시장 분위기가 안 좋다”고 한다. 수도권이랑 비교하면 교통도 불편하고 교육 환경도 떨어지니까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서 “지방에 전략적으로 인프라 갖추고 정부가 재원 지원해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일 이유도 없고 집 살 이유도 없다”면서 “지방은 그냥 집만 짓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인프라 개발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금 추세대로라면 지방 건설사들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 같다. 이미 여러 중견, 중소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부는 문을 닫았다. 분양시장 침체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방 건설시장을 살리려면 집 짓기 전에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교통 인프라도 깔고 좋은 학교도 유치하고 일자리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차원에서 돈 들여서 지방에 투자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될 문제다.
지방 건설사들이 “망할까봐 아파트 못 짓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분양보증 사고가 줄어든 게 시장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아예 사업을 안 해서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지방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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