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 반도체 시장이 재미있다. 엔비디아 GPU가 독주하는 줄 알았는데, 구글이 만든 TPU가 제법 강력한 도전자로 나섰다. 그런데 이 싸움에서 진짜 웃고 있는 건 따로 있다. 바로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다.
구글은 브로드컴이라는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와 손잡고 텐서처리장치, 즉 TPU를 만들었다. AI 작업에 최적화된 칩이다. 엔비디아 GPU만으로는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구글뿐만 아니다.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도 각자 자기들만의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나온다. 이 TPU든 GPU든, 어떤 AI 칩이든 고대역폭메모리, 그러니까 HBM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TPU 하나에 HBM이 6개에서 8개씩 들어간다. GPU도 마찬가지다. 결국 누가 AI 칩 시장을 먹든, HBM을 만드는 회사들은 무조건 웃는 구조다.
그동안은 SK하이닉스가 이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엔비디아와 관계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AI 칩을 만드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한 회사가 이걸 다 공급하는 건 불가능하다.
여기서 삼성전자가 기회를 잡았다. 삼성은 내년에 HBM 생산량을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구글 TPU가 올해는 HBM3E를 쓰고, 내년에는 HBM4를 쓸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삼성이 이 타이밍에 맞춰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산 능력을 보면 한국 회사들이 압도적이다. HSBC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한 달에 15만장, SK하이닉스는 16만장의 HBM을 생산할 수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5만5천장 수준이다. 한국 회사 두 곳을 합치면 월 31만장인데, 이건 마이크론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업계 사람들은 구글 TPU 초기 물량은 SK하이닉스가 많이 가져가겠지만, 내년 연간 공급량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앞설 수도 있다고 본다. 결국 누가 얼마나 많이, 빠르게 만들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되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AI 인프라 수요 때문에 HBM을 찾는 곳들이 너무 많아졌다. 한 회사가 이걸 다 흡수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생산 능력을 가진 곳이 시장을 가져갈 것이다.”
재미있는 건 AI 칩 회사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한테는 더 좋다는 점이다. 고객이 한 곳에 몰리지 않고 여러 곳으로 분산되니까, 특정 회사에 종속될 위험이 줄어든다. 엔비디아한테만 납품하는 것보다 구글, 메타, 아마zon,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곳에 팔 수 있으면 훨씬 안정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흐름을 눈여겨볼 만하다. 2025년에 HBM 시장이 크게 성장할 거라는 전망이 많고, 두 회사 모두 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GPU와 TPU가 싸우든, 아니면 또 다른 AI 칩이 나오든, HBM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HBM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는 한국에 있다. “누가 이기든 한국 메모리 반도체는 웃는다”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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