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 이어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 피터 틸까지 엔비디아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 AI 투자가 지나치게 과열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와중에 나온 소식이라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틸매크로, 석 달에 걸쳐 1470억 원어치 정리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피터 틸이 운영하는 헤지펀드 틸매크로는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보유하던 엔비디아 주식 53만 7742주를 전부 매도했다. 9월 말 종가 기준으로 따지면 약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1470억 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피터 틸은 페이팔과 팰런티어를 공동 창업한 인물로 미국 테크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이 AI 반도체의 대장주라 할 수 있는 엔비디아에서 완전히 빠졌다는 건 꽤 의미심장한 일이다.
소프트뱅크가 지난달 약 7조 8천억 원어치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처분한 직후라서 충격이 더 컸다. 블룸버그통신도 AI 열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 연이어 매도 소식이 나왔다고 짚었다.
금융권에서도 AI 리스크 대비 움직임
불안한 건 투자자들만이 아니다. 금융권에서도 AI 투자가 손실을 입을 경우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 사바캐피털매니지먼트가 최근 몇 달 동안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구글 같은 AI 인프라 투자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용부도스와프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쉽게 말해 이 기업들이 부도날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 상품인 셈이다.
도이체방크도 빅테크 대출 리스크를 방어할 방법을 검토 중이고,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마이클 버리는 빅테크들이 GPU 감가상각 기간을 과도하게 늘리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신호들이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AI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라는 해석
물론 이게 전부 비관적인 신호냐 하면 그렇게 단정 짓기도 어렵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를 판 이유가 오픈AI에 올인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틸매크로도 엔비디아는 팔았지만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른 테크 기업 주식은 오히려 새로 샀다. AI 자체에서 손을 뗀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가 909개 헤지펀드 공시를 분석한 결과를 봐도 그렇다. 올 3분기 기준으로 161개 펀드가 엔비디아 투자를 늘렸고, 160개 펀드가 줄였다. 사자와 팔자가 거의 비슷하게 나뉜 셈이다.
결국 관건은 3분기 실적
이런 상황에서 모든 시선은 11월 19일 발표될 엔비디아 3분기 실적에 쏠려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워싱턴 GTC 행사에서 올해와 내년을 합쳐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칩 주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기에 오픈AI와 맺은 1000억 달러짜리 거래가 포함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하고, 오픈AI가 그 돈으로 엔비디아 GPU를 사는 구조라면 실질적인 수요 증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10월 말 찍었던 사상 최고점 207달러에서 10% 가까이 빠진 186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실적 발표가 AI 투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 중 어느 쪽에 무게를 실어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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