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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토, 13년 만에 적자 탈출…메타가 주목한 번역 데이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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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문을 연 플리토라는 회사가 있다. 요즘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곳인데, 사실 이 회사는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연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25년 들어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됐다.

집단지성으로 번역하는 앱, 그게 뭔데?

플리토가 처음 나왔을 때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에도 구글 번역 같은 게 있긴 했지만, 번역 품질이 그리 좋지 않았던 시절이다. 플리토는 AI가 아니라 사람들의 힘을 빌렸다. 전 세계 사용자들이 직접 번역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2013년에 나온 플리토 앱은 이렇게 작동했다. 사용자가 번역하고 싶은 문장을 올리면, 회원들이 실시간으로 번역해준다. 빠르면 1분 안에 수십 개의 번역이 올라오고,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고르면 끝이다. 단순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음성도 올릴 수 있었다. 지금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2013년 당시로서는 꽤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당연히 주목을 받았다. 2013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창조경제 대표기업으로 선정됐고, 스타트업 1위에도 올랐다. 2014년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글로벌 창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대만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화려한 시절이었다.

너무 빨랐던 상장, 그리고 긴 터널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플리토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DSC인베스트먼트 같은 벤처캐피털로부터 수십억 원을 투자받았다. 중국과 일본에 법인도 세우면서 해외 시장도 공략했다. 번역 서비스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2019년, 플리토는 설립 7년 만에 상장에 도전한다. 당시만 해도 상장이라는 건 설립 10년은 넘고 수백억 원의 매출과 이익을 내는 회사들이나 하는 거라는 인식이 있었다. 플리토는 사업모델 기반 특례 상장 제도를 활용했다. 기술력이 있으면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였다.

하지만 실적은 좋지 않았다. 2018년 매출은 35억 원이었고 영업손실은 17억 원이었다. 상장 첫해인 2019년에는 오히려 매출이 20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은 57억 원으로 더 커졌다. 상장 이후 플리토는 비상장 시절의 화려함과는 달리 주목도가 크게 떨어졌다. 매년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도 좋지 않았다.

AI 시대가 온 2025년, 드디어 반전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1분기에 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2분기에는 24억 원, 3분기에는 28억 원을 벌어들였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54억 원이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 전환이 확실해 보인다.

왜 갑자기 실적이 좋아진 걸까?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최근 음성 인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시간 번역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올랐고, 그러면서 실제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특히 올해 데이터 사업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고품질 번역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플리토는 지난 13년간 집단지성을 통해 엄청난 양의 번역 데이터를 모아왔다. 이 데이터가 이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플리토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도 바로 이 데이터 때문이다.

두 가지 사업으로 성장 중

플리토는 현재 두 가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는 번역 데이터 판매이고, 다른 하나는 실시간 번역 솔루션 공급이다. 13년간 모아온 번역 데이터는 AI 학습에 필수적인 자산이고, 음성 인식과 AI 기술을 결합한 실시간 번역 솔루션도 경쟁력이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플리토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집단지성으로 모은 번역 데이터는 품질이 높고, 실시간 번역 기술도 수준급이다. 여러 국가에 법인을 두고 쌓아온 현지화 노하우도 강점이다.

앞으로 3~4년, 언어장벽을 완전히 없애는 게 목표

플리토는 2012년 설립 때부터 언어장벽 해소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이정수 대표는 완전한 언어장벽 해소까지는 3~4년 정도 남았다고 본다. 지금도 언어적으로는 많은 부분이 해결됐지만, 번역 속도와 문화에 대한 이해 같은 부분은 아직 개선할 여지가 많다.

이정수 대표는 언어장벽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은 그 나라의 문화가 번역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쓰는 단어가 다르고 선호하는 표현도 다르다. 이런 것들까지 모두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이렇다. 요즘 사람들이 화상 회의를 할 때 당연하게 줌을 실행하듯이, 다른 나라 사람과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플리토를 켜서 각자 자기 언어로 대화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13년을 버틴 끈기의 힘

플리토의 이야기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13년간 한 우물을 팠고, 그 과정에서 모은 데이터가 결국 핵심 자산이 됐다. AI 시대가 오면서 플리토가 쌓아온 기술과 데이터가 비로소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

만년적자 기업에서 빅테크의 러브콜을 받는 기업으로 변신한 플리토. 앞으로 3~4년 후 이들이 진짜로 언어장벽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지, 전 세계 사람들이 플리토를 켜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날이 올지 지켜볼 만하다.

지금까지 보여준 끈기와 집요함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다. 13년을 견딘 회사에게 주어진 보상이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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