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테슬라가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를 대거 채택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중국산 배터리 대신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같은 K배터리 업체들과 손잡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에서 시작된 테슬라와 한국 배터리의 인연이 이제 ESS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이 변화 뒤에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있다.
삼성SDI, 테슬라와 조 단위 계약 논의 중
최근 증권가에서 삼성SDI와 테슬라의 ESS 배터리 계약 소식이 화제다. 계약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SDI 주가도 크게 움직였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ESS용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실 삼성SDI와 테슬라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2016년에 머스크가 직접 트위터에 삼성SDI가 테슬라 ESS용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니까 9년 전부터 이미 거래가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점령하면서 한국 배터리의 입지가 좁아졌다. CATL 같은 중국 업체들이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ESS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60%나 되는 높은 관세를 매기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한국 배터리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6조 원 규모 계약 확보
LG에너지솔루션은 한발 앞서 움직였다. 지난 7월에 테슬라로 추정되는 글로벌 기업과 5조 9,442억 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2027년부터 3년간 공급하는 이번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 연매출의 23%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지난해 매출이 25조 6,000억 원이었으니 단일 계약으로는 상당히 큰 금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월에도 델타 일렉트로닉스라는 글로벌 에너지 관리 업체와 4GWh 규모의 주택용 ESS 배터리 계약을 맺었다. 델타 일렉트로닉스는 테슬라와 애플 같은 대형 고객사들을 보유한 회사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시장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의 에너지 사업이 전기차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테슬라가 왜 ESS 배터리를 이렇게 많이 주문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답은 간단하다. 테슬라의 에너지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을 보면 에너지 생산 및 저장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4%나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34억 2,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 원이다. 반면 본업인 전기차 매출은 같은 기간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에너지 사업이 테슬라 전체 사업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전기차 회사로 시작한 테슬라가 이제 에너지 회사로도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론 머스크가 구상하는 미래 AI 사회에서 ESS는 핵심 솔루션이다. 일찍부터 ESS 시장에 뛰어든 머스크의 전략이 이제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 특히 ESS에 들어가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ESS 수요를 폭발시키고 있다
북미에서 AI 데이터센터용 ESS 프로젝트가 줄줄이 생겨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최대 10배나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그만큼 정전 위험도 크다.
ESS는 이런 데이터센터에서 정전을 방지하는 비상 전력 시스템 역할을 한다. 갑자기 전기가 끊기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형 배터리로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시장 전망도 매우 밝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2023년 185GWh에서 2035년 1,232GWh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12년 사이에 6배 이상 커지는 것이다.
이런 수요 폭발을 예상한 테슬라가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 대규모 계약을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테슬라는 배터리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재밌는 점은 테슬라가 배터리를 사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올해 6월에 테슬라가 미국 네바다주 스파크스에 건설 중인 LFP 배터리 공장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거대한 공장 외관과 내부 시설, 자동화 설비, 공사 현장 모습이 담겨 있었다. 테슬라는 “북미 최초 LFP 셀 제조 공장의 완공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가 만든 챗봇 그록도 이 게시물에 “이 공장은 수입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테슬라의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결국 테슬라는 한국과 중국에서 배터리를 사오는 동시에 자체 생산 능력도 키우고 있다. 공급망을 다각화하면서 배터리 자립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찾아온 기회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여러 호재가 겹쳤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60% 관세를 매기면서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졌다.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테슬라가 ESS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모두 미국에 생산 거점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느리게 성장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ESS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테슈라와의 협력 확대는 이런 흐름에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앞으로 AI 시대가 본격화되면 데이터센터용 ESS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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