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물가가 이렇게 오르는데 애슐리퀸즈는 어떻게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지 궁금했던 적 있지 않나. 알고 보니 이랜드그룹이 엄청난 기술을 숨겨두고 있었다.
충남 천안에 있는 이랜드 패션물류센터가 최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2014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였는데, 올해 1층에 약 4000평 규모의 로봇 물류센터를 새로 열었다. 그냥 로봇 몇 대 들여놓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물류센터 전체를 로봇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사람 대신 로봇이 일하는 물류센터
이 물류센터에 가보면 일반 물류센터와 확연히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지게차가 거의 없고, 사람도 많지 않고, 종이박스도 거의 안 보인다. 대신 200대의 로봇이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물건을 나르고 있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물건이 들어오면 로봇이 자동으로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서 13층 높이의 선반에 올려놓는다. 로봇 한 대가 45kg까지 들 수 있다고 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물건을 다시 꺼내서 작은 로봇에게 전달하고, 그 로봇이 주문별로 분류한다. 이 모든 과정을 AI 시스템이 관리한다.
연간 1800만 장의 옷을 처리한다고 하니 규모가 상당하다. 지금은 SPAO 온라인 주문을 전부 여기서 처리하고 있다.
물류비가 절반으로 줄었다
이랜드패션 온라인 물류 팀장의 말에 따르면 로봇을 도입한 후 효율성이 최대 3배 이상 올라갔고, 물류비용은 기존 대비 50%나 감소했다고 한다. 비용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차이다.
지게차가 없으니 안전사고 위험도 확 줄었고, 실내 공기도 훨씬 깨끗해졌다. 플라스틱 박스를 재활용하니까 종이박스 사용량도 급격히 줄었다. 환경에도 좋고 비용도 절감되는 일석이조다.
놀라운 건 이 프로젝트를 2023년 말에 시작해서 1년 6개월 만에 완성했다는 점이다. 물류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굉장히 빠르게 진행한 셈이다. 게다가 운용 시스템을 외부에 맡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애슐리퀸즈의 가성비 비결은 AI였다
이랜드그룹이 로봇과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로 승부하기 위해서다. 애슐리퀸즈가 합리적인 가격에 뷔페를 운영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기술 덕분이다.
2023년 초부터 애슐리퀸즈는 모든 매장에 AI 좌석 배정 시스템을 적용했다. 예전에는 직원이 빈자리를 확인하고 손님을 안내했는데, 이제는 AI가 그 일을 한다. 직원은 다른 중요한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식자재 주문도 AI가 한다. 매장별로 재료 사용량 데이터를 분석해서 적정 발주량을 자동으로 계산한다. 아르바이트 인력 관리까지 자동화했다고 하니, 사실상 매장 운영의 핵심 부분을 AI가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기술 덕분에 애슐리퀸즈는 매장 운영 비용을 동종 업체 평균보다 30~4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저렴한 가격에도 품질 좋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마케팅도 AI로 자동화한다
이랜드리테일도 가만있지 않았다. 올해 12월부터 AI 기반 실시간 홍보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 검색량과 내부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떤 상품이 트렌드인지 자동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숏폼 영상 같은 홍보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마케팅 담당자가 일일이 트렌드를 찾아보고 콘텐츠를 기획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랜드리테일 측에서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업무 효율이 50% 이상 높아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비용 절감이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결국 핵심은 이거다. 물류비, 운영비,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여서 그만큼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이런 혁신이 필요하다.
패션 물류는 특히 복잡하고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옷은 사이즈도 다양하고 시즌도 있고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런 분야에서 전 공정 자동화에 성공하고 시스템까지 자체 개발했다는 건 상당한 경쟁력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대규모로 최신 기술을 도입한 물류센터”라며 “이 정도로 물류센터를 자동화하고 전 시스템을 내재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자동화는 흔치 않다.
앞으로 유통업계와 외식업계는 이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있고, 물류비도 만만치 않다. 기술로 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기업이 비용을 절감한 만큼 우리는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까. 다음에 애슐리퀸즈에서 식사하거나 SPAO에서 쇼핑할 때, 그 뒤에서 200대의 로봇과 AI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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