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뉴스홈플러스 인수전, 연매출 3억 기업 도전장 내밀었는데

홈플러스 인수전, 연매출 3억 기업 도전장 내밀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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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통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뭐냐고 물어보면 단연 홈플러스 매각 건이다. 그런데 이번에 인수 의향서를 낸 기업들을 보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연매출 3억원짜리 회사가 7조 규모의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31일, 홈플러스 매각을 주관하는 삼일회계법인이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했다. 두 곳이 손을 들었는데, AI 핀테크 기업인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회사인 스노마드다. 일단 인수 후보가 나타났으니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인 셈이다.

도대체 어떤 회사들이 나섰을까

하렉스인포텍은 2000년에 설립된 회사로 유비페이라는 결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규모다. 지난해 매출이 고작 3억원이고, 영업손실은 33억원이나 됐다. 이 회사는 미국 투자자로부터 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8천억원을 끌어와서 홈플러스를 사겠다는 계획을 냈다고 한다.

스노마드는 2007년에 명선개발에서 떨어져 나온 부동산 회사다. 직원은 10명 정도 되고, 지난해 매출은 116억원이었다. 그런데 당기순손실이 73억원이고 누적 결손금은 무려 399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 모두 적자 상태인 중소기업이다.

홈플러스는 어떤 회사인가. 2024 회계연도 매출이 약 7조원에 달하고,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10만 명이 일하는 거대 기업이다. 물론 지금은 영업손실 3천억원, 당기순손실 5천억원이 넘는 심각한 적자 상태지만 말이다. 일부 점포는 공공요금 내는 것도 밀릴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유통업계 사람들은 이번 인수 후보들을 실질적인 후보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만 해도 3조 6천억원이 넘는데, 매출 3억원짜리 회사가 어떻게 인수한다는 건지 의아해하는 것이다. 게다가 두 회사 모두 대형마트나 유통업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26일에 투자 확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때 가면 이들의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21일까지 예비 실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6일까지 최종 입찰 제안서를 낼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다시 농협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

인수 후보가 이렇다 보니 시장의 관심은 다시 농협으로 쏠리고 있다. 농협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계속해서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훨씬 큰 실익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역 농축협 16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인수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물론 전체 농축협이 1110곳이니까 15% 정도만 조사한 셈이라 전체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농협도 사정이 녹록지 않다. 농협경제지주는 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을 통해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데, 2022년부터 매년 수백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국감에서 “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이 연간 800억원 적자를 내고 있고, 직원 2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며 홈플러스 인수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가 경영을 잘못해서 망한 회사를 농협이 공적 자금으로 떠안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점포 쪼개서 파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홈플러스 점포를 나눠서 파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인수하려는 쪽에서는 회사 규모가 작아지면 부담이 줄어드니까 접근하기 쉬워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좋은 입지에 있는 점포만 팔리고 적자 나는 점포는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홈플러스는 청산으로 가게 되고, 수만 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원들을 지키려면 홈플러스라는 브랜드를 살려야 한다. 점포를 쪼개 팔면 직원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협이든 누구든 홈플러스를 사게 하려면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슬림화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금부터 21일까지 두 회사가 예비 실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26일까지 최종 입찰 제안서를 낼지 결정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원래 12월 10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데, 인수 후보가 나타났으니 이 기한을 연장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무조건 매각이 돼야 한다. 농협이 통째로 인수하지 않더라도 인수에 대한 검토와 역제안이 있으면 전향적으로 M&A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매출 3억원 회사가 4조원짜리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다. 하지만 이번 공개 입찰 과정에서 다른 인수 후보들이 추가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앞으로 3주 동안 예비 실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결국 홈플러스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매각이 아니라 10만 명의 일자리가 걸린 문제다. 적절한 인수자를 찾아 브랜드도 살리고 고용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매각이 이뤄져야 할 텐데, 현실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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