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이 요즘 유럽을 정말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폴란드 들렀다가 이번엔 루마니아로 넘어갔는데, 목표는 하나다. 바로 레드백 보병전투차량 수출이다.

루마니아가 지금 보병전투차량을 대량으로 구매하려고 하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일단 246대 정도를 사려고 하는데, 금액으로 따지면 약 4조에서 5조 정도 된다. 여기에 훈련 시뮬레이터랑 초기 군수 지원까지 포함이다. 그리고 2031년 이후에 50대 정도 더 살 수도 있다고 하니까 총 300대까지 늘어날 수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김 부회장은 지난 10월 21일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 도착했다. 혼자 간 게 아니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끄는 특사단이랑 같이 움직였다. 강 비서실장은 이재명 대통령 친서까지 들고 갔다고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재일 대표도 동행했다.

이들이 만난 사람들만 봐도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일리에 볼로잔 총리, 비우 이오누츠 모스테아누 국방부 장관, 미르체아 아브루데안 상원의장까지. 루마니아 정부 고위층을 거의 다 만난 셈이다.

사실 한화가 루마니아랑 완전 처음 하는 건 아니다. 작년 7월에 이미 K9 자주포 54문이랑 K10 탄약운반차 36대를 1조 4천억 원어치 팔았다. 그러니까 이미 한국 무기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쌓여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이번에 레드백까지 팔게 되면 루마니아는 한화의 단골 고객이 되는 거다.

그런데 이 시장이 만만치 않다.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 시스템즈,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 유러피언 랜드 시스템즈 같은 글로벌 방산 대기업들이 다 뛰어들었다. 루마니아가 NATO 회원국이라 유럽산 무기를 선호할 가능성도 있고 말이다.

그럼 한화의 승산은 뭘까. 일단 빠른 납기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유럽 방산업체들 생산라인이 거의 꽉 찬 상태다. 주문해도 언제 받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한화는 상대적으로 빨리 줄 수 있다. 전쟁 중인 나라 입장에서는 이게 정말 중요한 포인트다.

두 번째는 현지 생산이다. 한화가 내년 1분기에 루마니아에 공장을 짓는다. 거기서 K9이랑 K10을 만들 예정인데, 레드백 수출이 성사되면 레드백도 거기서 만들 수 있다. 루마니아 정부 입장에서는 기술 이전도 받고 일자리도 생기니까 나쁠 게 없다.

가격도 한화의 강점이다. 성능은 비슷한데 가격은 더 저렴하다는 평가가 많다. 방산 업계 관계자 말을 빌리면 “NATO 회원국이라 유럽 무기 도입 가능성이 크긴 한데, 납기랑 가격 따지면 한화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이번 건에 정말 적극적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0월 20일에 루마니아 경제부 장관 만나서 레드백이랑 현대로템 K2 전차 좀 봐달라고 했다. 정부랑 기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팀 코리아 방식이다.

김 부회장의 유럽 출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루마니아 끝나고 노르웨이 오슬로로 간다고 한다. 거기서는 방산이랑 조선 세일즈를 할 예정이다. 노르웨이는 이미 K9 자주포를 쓰고 있고 국방비도 계속 늘리고 있어서 추가 수출 기회가 있다. 게다가 한화가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가 추진하는 1조 3,800억 원짜리 LNG 운반선 건조 사업도 노리고 있다.

한국 방산이 요즘 정말 잘나가고 있다는 게 실감난다. 몇 년 전만 해도 K방산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는데 이제는 유럽 시장에서 글로벌 방산업체들이랑 당당히 경쟁한다. 폴란드 수출 성공하고, 루마니아에서도 K9 팔고, 이제 레드백까지 노리는 거다.

루마니아 레드백 수출이 성사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정말 큰 성과다. 동유럽 시장에서의 입지가 더 확고해지는 건 물론이고, 현지 생산 공장까지 갖추게 되면 장기적으로 이 지역 방산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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