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뉴스식품주 투자하려는데, 원자재 가격만 보면 안 되는 이유

식품주 투자하려는데, 원자재 가격만 보면 안 되는 이유

Published on

요즘 식품업계 상황이 좀 묘하다. 원자재 가격은 분명히 떨어지고 있는데, 정작 식품 회사들 실적을 보면 다들 좋아진 건 아니다. 오히려 회사마다 희비가 확 엇갈리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코코아, 버터 같은 식품 원재료 가격이 엄청 올랐었다. 그래서 식품 회사들이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렸던 기억이 날 것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반전됐다. 코코아는 1월에 톤당 1만 달러가 넘었는데, 지금은 6천 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버터도 30% 넘게 떨어졌고, 탈지분유 같은 것도 15% 정도 내렸다.

당연히 증권가에서는 식품 회사들 실적이 좋아질 거라고 예상했다. 원재료 값은 떨어지는데, 제품 가격은 이미 올려놨으니까 마진이 두둑해질 거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환율이 발목을 잡았다

문제는 환율이었다.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거의 다 상쇄돼버린 것이다. 작년 12월 계엄령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는데, 최근에는 1430원대까지 올라갔다. 미국이랑 중국 사이에 관세 전쟁도 있고,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약해진 것이다.

식품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원자재는 대부분 달러로 사야 하는데,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더 많은 원화를 줘야 한다. 코코아 가격이 달러 기준으로는 반토막 났어도, 원화로 계산하면 그만큼 싸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가 한 말이 와닿는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건 좋은데, 원화 가치가 떨어지니까 이익률을 높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적 좋은 회사는 따로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잘나가는 회사들이 있다.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니까, 3분기에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 식품사가 딱 세 곳이다. 삼양식품, 농심, 오리온이다.

특히 삼양식품이 눈에 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56%나 늘어날 거라고 한다. 1362억 원 정도 될 거라는 전망이다. 농심은 18% 증가한 445억 원, 오리온은 4% 늘어난 1423억 원을 벌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실적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도 있다. 빙그레는 작년보다 20% 넘게 떨어질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6.8%, 오뚜기는 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답이었다

그렇다면 뭐가 다를까? 답은 간단하다. 해외 시장이다. 실적이 좋은 회사들은 하나같이 수출을 많이 하는 곳들이다.

삼양식품하고 농심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라면을 열심히 팔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베트남 같은 곳에도 제과를 수출한다. 이런 회사들은 환율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해외에서 번 돈을 원화로 바꿀 때 더 많이 받게 되니까.

게다가 요즘 K-푸드 열풍이 대단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농수산식품 수출이 100억 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라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24.7%로 가장 높았다. 미국이 관세를 올린다고 난리였는데도 말이다.

반면 내수 시장에만 집중하는 회사들은 고전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봤자 환율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고, 국내 소비도 살아나지 않으니 판매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투자할 때 뭘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앞으로 식품주에 투자하려면 반드시 해외 시장 진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은 비싸게 사 온 원료로 만든 제품이 쌓여 있을 수 있어서, 길게는 내년 1분기까지 실적 추이를 더 봐야 한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이 원화 가치 하락에 가려진 상황은 확실하다. 앞으로 식품주 투자할 땐 반드시 해외 시장 확장 여부를 살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재고로 쌓여있던 비싼 원료를 다 소진하고 나면, 그때부터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해외 시장이 있는 회사들이 더 유리하다는 건 변함없다.

투자은행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지금 수준을 유지할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수출 기업들에게는 계속 좋은 환경이 되는 셈이다.

결국 정리하자면 이렇다. 요즘 같은 시기에 식품주를 볼 때는 단순히 “원자재 가격 떨어졌네, 실적 좋아지겠네” 하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 회사가 해외에서 얼마나 팔고 있는지, 특히 북미나 아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물론 이건 정보 제공일 뿐이고, 실제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식품업계 지형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국내에서만 장사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느냐가 실적을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 “왜 그랬어?” 이이경 배우 논란으로 본 엔터주 투자 리스크

👉 “Hologic 183억 달러 인수, GM·GE 실적 호조, 헬스케어·전기차 배터리 투자 열풍

최신 글

은퇴 후 5억으로 25년 버티는 법, 4통장 전략으로 노후 준비하기

요즘 평균 수명이 83세를 넘어섰다고 한다. 60세에 은퇴하면 최소 2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는...

코스피 3800 돌파, 이번엔 버블일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진짜 이유

요즘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뜨겁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이거 버블 아냐?'라는...

미국 증시에 드디어 찾아온 변동성, ‘바퀴벌레 한 마리’ 의미는?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2025년...

한화 김동관 부회장, 루마니아서 4조원대 레드백 세일즈 나섰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이 요즘 유럽을 정말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폴란드 들렀다가 이번엔 루마니아로 넘어갔는데,...

이노벤트-다케다 114억 달러 협력, 넷플릭스 광고 매출 2배 목표, AI 인프라 투자 급증

요즘 글로벌 주식 시장을 보면 정말 다이나믹하다. 바이오 회사들은 엄청난 규모로 손잡고 있고, AI...

“왜 그랬어?” 이이경 배우 논란으로 본 엔터주 투자 리스크

최근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던 배우 이이경 씨의 논란! 단순히 가십거리로 치부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

코스피 3800 돌파했는데, 아직도 싸다고?

코스피가 3800선을 넘어서면서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런데 증권가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고...
Enrich Times | 부자가 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