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다들 고평가됐다, 조정 온다, 말이 많은데 워런 버핏이 오랜만에 큰 손을 놀렸습니다. 그것도 7400억원이나 되는 돈을 한 종목에 쏟아부었다고 하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셰브론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유회사죠.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분기에 셰브론 주식 350만주를 추가로 매입했다고 합니다. 현재 버크셔의 셰브론 지분율은 7%에 달한다고 하네요.
사실 버핏은 지난 몇 년간 계속 주식을 팔았습니다. 애플도 많이 정리했고, 다른 종목들도 꾸준히 비중을 줄여왔죠. 그래서 현금을 엄청나게 쌓아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그 현금을 꺼내든 겁니다. 그것도 에너지 주식에 말이죠.
버핏은 셰브론을 언제부터 샀을까
버핏과 셰브론의 인연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로나19로 시장이 폭락했을 때 주당 80달러 정도에 처음 매수를 시작했습니다. 전형적인 버핏 스타일이죠. 남들이 공포에 떨 때 과감하게 들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이후의 행보입니다. 2021년 초에는 지분을 절반 넘게 팔아버렸다가, 같은 해 말부터 다시 사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1분기에는 무려 1억 2100만 주를 대거 매입하기도 했죠.
최근까지는 또 팔았습니다. 지난 7개 분기 중 6개 분기 동안 매도가 매수보다 많았다고 하니까요. 그러다가 이번 분기에 갑자기 다시 350만주를 샀습니다. 뭔가 버핏이 타이밍을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 시장 상황에서 셰브론이 매력적인 이유
현재 S&P500 지수를 보면 평균 PER이 31배입니다. 장기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죠. 쉽게 말해서 시장 전체가 비싸다는 겁니다. 그런데 셰브론의 PER은 19배밖에 안 됩니다. 상대적으로 싸다는 뜻이죠.
버핏은 항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입니다. 좋은 회사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게 그의 투자 철학이니까요. 지금처럼 시장 전체가 고평가된 상황에서는 저평가된 종목을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셰브론은 나름 합리적인 가격대에 거래되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셰브론은 배당을 4.5%나 줍니다. 요즘같이 확실한 수익을 찾기 어려운 시기에 이 정도 배당수익률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매출 성장은 주춤하지만 현금은 꾸준히 잘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석유회사라고 다 같은 석유회사가 아니다
셰브론이 단순히 땅에서 석유만 파내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정유 사업도 하고, 화학 제품도 만들고, 요즘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에너지 생산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꽤 다각화돼 있는 편이죠.
석유 산업은 원래 순환성이 강합니다. 유가가 오르면 돈을 벌고, 떨어지면 힘들어지죠. 그런데 셰브론은 오랫동안 이런 사이클을 잘 관리해왔습니다. 비용 통제도 잘하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유가가 낮을 때도 어느 정도 수익을 유지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석유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2026년까지는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고 하니 석유 파는 회사들한테는 좋은 환경은 아니죠. 그래서 셰브론 주가도 2022년 이후로 계속 횡보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도 셰브론을 사야 할까
이건 투자자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버핏처럼 가치주를 찾고 있고,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원하고, 혹시 모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하고 싶다면 셰브론이 괜찮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중동 정세가 불안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도 여전하고, 세계 곳곳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유가가 튀어 오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죠. 그럴 때를 대비한다면 에너지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일부 담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유가가 본격적으로 오르지 않는 한 주가도 크게 오르기 힘들 테니까요. 배당 받으면서 천천히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한 투자입니다.
버핏의 투자에서 배우는 것
버핏의 이번 투자를 보면서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타이밍입니다. 시장이 과열됐을 때는 팔고, 기회가 왔을 때 사는 거죠.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버핏은 몇 년 동안 꾸준히 주식을 팔면서 현금을 쌓았고, 지금 자신이 보기에 적절한 시점에 다시 매수에 나선 겁니다.
둘째는 화려함보다는 본질입니다. 요즘 시장은 AI, 반도체, 빅테크 이야기로 시끌시끌합니다. 그런데 버핏은 묵묵히 에너지 주식을 삽니다. 성장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사업 모델이 확실하고, 현금을 잘 벌고, 배당도 주는 회사를 선택한 겁니다.
셋째는 장기 관점입니다. 버핏은 95세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장기 투자를 생각합니다. 단기 유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셰브론이라는 회사의 본질적 가치를 믿고 투자하는 거죠.
물론 버핏의 투자를 무조건 따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투자 목표도 다르고, 투자 기간도 다르고, 리스크 감내 능력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그의 투자 철학과 접근 방식은 분명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결국 투자는 남들 따라하는 게 아니라 자기 나름의 기준을 갖고 판단하는 겁니다. 버핏의 셰브론 투자는 그런 면에서 좋은 케이스 스터디가 될 것 같습니다. 시장이 뜨거울 때 냉정함을 유지하고, 모두가 외면할 때 가치를 발견하는 안목. 그게 바로 투자의 귀재가 95세까지도 여전히 현역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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