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800선을 넘어서면서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런데 증권가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수는 역대 최고인데, 밸류에이션 지표를 보면 아직 과열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10월 20일 기준으로 코스피의 PER은 17.62배, PBR은 1.28배를 기록했다. 이게 높은 건지 낮은 건지 감이 잘 안 올 수 있는데, 2021년 4월에 코스피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그때 PER은 33.35배였고 PBR은 1.31배였다. 지금 지수는 더 높은데 PER은 절반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2021년에는 코로나19 이후 풀린 돈이 너무 많아서 주가만 급등했던 시기였다. 기업 실적은 그만큼 좋아지지 않았는데 주가만 올라간 것이다. 지금은 다르다. 반도체 대장주들을 중심으로 기업 이익이 실제로 크게 개선되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다. 같은 고점이라도 훨씬 건강한 상승이라는 뜻이다.
PBR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준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스피 PBR은 0.9배 수준에 머물면서 저평가 논란이 계속됐다. 1보다 낮다는 건 회사를 청산하면 받을 수 있는 돈보다 주가가 싸다는 의미니까, 확실히 저평가된 상태였던 것이다. 지금은 1.28배로 올라왔지만, 그래도 2021년 고점인 1.31배보다는 낮다.
재미있는 계산을 해볼 수 있다. 만약 PBR이 2021년 수준인 1.31배를 회복한다면 코스피 지수는 3903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100포인트 정도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더 중요한 지표가 있다. 바로 선행 PER이다. 일반 PER은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하는데, 선행 PER은 앞으로 1년간 예상되는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주식시장은 미래를 먼저 반영하기 때문에 선행 PER이 더 정확한 지표로 여겨진다.
2024년 말 코스피의 선행 PER은 8.16배였다. 그런데 10월 현재는 11.78배로 올라왔다. 밸류에이션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그래도 2021년 전고점인 14.74배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상상인증권 황준호 연구원은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실적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장주들의 이익 추정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대형주들도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화되면 실적 전망치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교보증권 김준우 연구원은 현재 증시 레벨에서 일시적인 조정이 올 수는 있지만, 연말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10월 17일 기준으로 선행 PER은 11.27배, PBR은 1.25배 수준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증시 방향을 가늠할 핵심은 실적 컨센서스가 어떻게 움직이느냐다. 실적 예상치가 계속 올라가면 주가가 비싸 보여도 실제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줄어든다. 게다가 원래는 올해 3분기를 실적 정점으로 봤는데, 최근 전망치가 상향되면서 피크아웃 시점이 내년 3분기로 미뤄졌다.
이 말은 실적 모멘텀이 내년 3분기까지는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 4분기까지는 반도체, 2차전지, AI 인프라 관련 업종의 이익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점들을 들어 코스피가 4000선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올 수 있고, 글로벌 경제 상황도 계속 봐야 한다. 하지만 PER과 PBR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를 보면, 지금 코스피는 2021년처럼 과열된 상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핵심은 실적이다. 기업들이 실제로 돈을 잘 벌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2021년처럼 돈만 풀려서 오르는 게 아니라, 실적 개선에 기반한 건강한 상승이라는 점에서 이번 랠리는 의미가 다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적 컨센서스 변동과 밸류에이션 지표를 계속 체크하면서 대응하는 게 좋겠다. 반도체, 2차전지, AI 인프라 같은 실적 개선 섹터에 주목하되, 단기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접근하는 게 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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