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반도체 사업 포기 아픔 딛고 AI 시대 핵심 장비로 재도전
2028년 양산 목표, 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과 치열한 경쟁 예고
LG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의 핵심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본격 나서며 64조원 규모의 글로벌 HBM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은 최근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개발 연구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2028년을 목표로 하이브리드 본더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의 반도체 시장 복귀
LG전자의 이번 도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LG그룹은 과거 럭키금성 시절부터 LG반도체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영위해 왔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현대그룹과의 ‘빅딜’ 과정에서 반강제로 반도체 사업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27년 만에 반도체 시장에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된 배경에는 AI 시대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HBM 시장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HBM 시장 규모는 467억 달러(약 6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2030년 중후반까지 연평균 25%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꿈의 장비’ 하이브리드 본더란?
하이브리드 본더는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적층해 HBM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 차세대 장비다. 기존에 사용되던 TC(열압착) 본더와 달리 칩과 기판의 구리 배선을 직접 연결해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발열을 낮출 수 있어 ‘꿈의 장비’로 불린다.
현재 HBM 제조에는 주로 TC본더가 사용되고 있지만, HBM5(8세대) 이상의 차세대 제품에서는 하이브리드 본더가 필수 장비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양산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치열한 시장 경쟁 구도
LG전자의 시장 진입으로 기존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미반도체는 1980년 설립 이후 40여 년간 반도체 후공정 장비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2017년 SK하이닉스와 공동으로 TC본더를 개발한 이후 현재 SK하이닉스에 100대 이상의 TC본더를 공급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1분기 매출 1,474억원, 영업이익 696억원을 기록하며 47%의 놀라운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6월 285억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7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2028년 플럭스리스 TC본더, 2029년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세미텍은 2020년 TC본더 개발에 착수해 불과 5년 만에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올해 3월 SK하이닉스에 210억원 규모의 TC본더를 첫 납품하며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그룹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전자 계열사인 세메스도 2000년대 후반부터 다이 본더 장비를 개발해 왔으며, 올해 TC본더 부문에서 전년(1,000억원) 대비 2.5배 늘어난 2,5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도 치열
해외에서는 네덜란드의 베시(BESI)가 하이브리드 본딩용 다이 어태치 장비를 양산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글로벌 첨단 다이 어태치 장비 시장에서 7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베시는 2020년부터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공동으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도쿄일렉트론과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도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정부 지원과 기술 협력
LG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을 위해 인하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하대 주승환 교수 연구팀은 산업통상자원부의 ‘HBM 고성능 반도체 초고집적 하이브리드 본딩 스택장비 혁신제품형 기술 개발 사업’에 선정돼 향후 45개월간 총 75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주 교수팀은 이미 하이브리드 본딩 헤드, 나노 단위 광학 시스템, 다이 성형 기술, 고속 겐트리 등 핵심 요소 기술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업계 전망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B2B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잡고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는 만큼, 수요가 명확한 반도체 장비 사업 진출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며 “다만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LG전자가 개발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선도 업체로 도약할 기회가 열릴 수 있다”며 “특히 국산화가 절실한 첨단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시장은 2023년 52억6,000만 달러에서 2033년 140억2,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의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성공 여부와 함께 2028년 이후 HBM 장비 시장의 경쟁 구도 변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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