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설비 증설·경기 침체 이중고로 업계 전반 실적 악화
LG화학 2Q 영업익 28%↓·롯데케미칼 1Q 1300억 적자 기록
전문가들 “구조적 변화 필요…2025년까지 어려움 지속” 전망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중국의 설비 증설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이중고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 전반의 실적 악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요 기업 실적 ‘빨간불’
1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2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미 1분기에 565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LG화학은 여수 공장 부지 일부 매각을 계획하는 등 자산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LG화학의 2분기 실적은 LGES의 서프라이즈를 제외하면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양극재와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케미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1분기 적자만 약 1,3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고, 9년 만에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공고 사직 형태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 3분기 매출액 5조 2,002억 원, 영업손실 4,13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수요 회복 지연 및 환율하락에 따른 제품 스프레드가 하락, 해외 자회사 부분보수로 인한 일회성 비용과 해상운임비 상승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가 확대되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1분기 4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그룹 사장단은 연봉을 최대 30% 반납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 직격탄
업계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무분별한 설비 증설이다. 중국의 에틸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 증설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에틸렌 생산 능력은 중국이 전 세계 1위이며, 폴리프로필렌은 전 세계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의 약 40%를 차지했던 중국 시장에서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한국 제품의 판매가 급격히 줄고 있다. 폴리에틸렌의 경우 중국 자급률이 2018년 60%에서 2023년 80%까지 상승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작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 수출 증가율이 -11%를 기록했으며, 수출 단가도 톤당 1,200달러에서 1,000달러로 하락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로 인한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도 업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탄소 중립 및 탈플라스틱 정책 등 친환경 이슈가 석유화학 산업에 추가적인 페널티로 작용하고 있다.
현장 체감도 ‘최악’
현장에서는 작년 4분기부터 물량 감소와 출하량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전한다. 연장 근무 및 주말 근무가 현저히 줄어들어 직원들의 수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어려움”이라며 “단순히 경기 순환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 변화에 직면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증권가 “회복 더딜 것” 전망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2024년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석유화학, 철강 등 소재산업은 전년 수준 횡보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4년 국산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수출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출단가 하락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횡보하며 점진적으로 업황 회복국면으로 진입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에서는 희망적인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2025년 석유화학산업 전망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스프레드가 소폭 회복되며 생산시설 가동률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2025년은 국내외 대규모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 신증설 계획은 없고, 오히려 유럽 지역 내 노후 생산설비가 폐쇄되며 글로벌 시장 내 공급과잉 압력은 다소 약화될 전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들 ‘자구책’ 모색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에셋라이트 전략 방향성에 따라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 청산을 결정했으며, 해외 법인 지분 매각을 통해 총 1.4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해 공장 가동 최적화 및 원가절감을 위한 “Operational Excellence 프로젝트”를 상반기 여수 공장에 이어 하반기 대산 공장까지 확대 실시하고 있다.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 등 신흥국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인도는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화학시장은 초과 수요인 상황이다. 최근 국산 자동차용 소재 및 건축자재용 화학제품 수요에 확대되어 PVC, ABS 제품의 인도향 수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정책 지원 필요성 제기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사업재편지원제도(기활법)」을 활용해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다운스트림 분야에 진출하는 전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의 신성장동력기술 내에 화학 신소재, 스페셜티 제품, 친환경공법 활용 소재 등을 포함시킴으로써, 다운스트림 분야에 진출한 국내 석유화학기업이 신산업 진출 기업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구조적 변화 불가피”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단순한 경기 순환적 어려움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고 분석하고 있다. 동아시아 석유화학시장 내 공급 과잉 현상은 2025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점진적으로 수요가 회복되고 있으나, 최대 시장인 중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며 초과 공급상황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중국의 부상, 환경 규제 강화, 에너지 전환 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메가트렌드”라며 “기존의 범용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 친환경 소재 개발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체질 개선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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