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가성비 대체품 ‘듀프’ 급증 속 지식재산권 분쟁 확산
고물가로 인해 명품 대신 저렴한 대체품을 찾는 ‘듀프족’이 늘어나는 가운데, 캐나다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이 미국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Costco)를 상대로 디자인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배경과 핵심 쟁점
룰루레몬은 6월 2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코스트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룰루레몬은 코스트코가 자사의 인기 제품인 스쿠바 후디, 디파인 집업 재킷, 남성용 ABC 팬츠 등 최소 6개 제품의 디자인을 모방해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격 차이는 극명하다. 룰루레몬의 스쿠바 후드티가 118달러(약 16만원)인 반면,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유사한 디자인의 댄스킨(Danskin) 하프집 풀오버는 8달러(약 1만1000원)에 불과하다. 디파인 재킷(128달러)과 ABC 팬츠(128달러) 역시 코스트코에서는 20달러 내외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 혼동 가능성 제기
룰루레몬은 소장에서 코스트코가 “자사의 명성, 신뢰도, 그리고 노력의 결실을 불법적으로 이용해 허가받지 않은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코스트코가 자체 상표인 커클랜드 브랜드 제품의 제조사 정보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정품 공급업체에서 만든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룰루레몬은 “일부 고객들이 이러한 침해 제품을 정품 룰루레몬 의류로 잘못 믿고 있으며, 다른 고객들은 정품 룰루레몬 제품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침해 제품을 구매한다”고 주장했다.
듀프 문화의 급속한 확산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고급 브랜드 제품을 저렴하게 모방한 이른바 ‘듀프(dupe)’ 제품이 급증하고 있다. 듀프는 ‘복제’라는 뜻의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의 줄임말로,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1월 “그 후디가 룰루레몬인지 코스트코 듀프인지? 당신만 알면 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고, 소셜미디어에서는 #luludupe나 #lululemondupes 해시태그로 코스트코 운동복 제품들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도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타겟은 1000달러짜리 에르메스 오란 슬리퍼와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15달러에 판매하고 있고, 온라인 브랜드 퀸스는 2800달러짜리 보테가 베네타의 호보백과 유사한 가방을 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법적 쟁점과 전문가 의견
전문가들은 단순히 듀프라는 이유만으로는 불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다. 알렉산드라 로버츠 노스이스턴대 법학 교수는 “브랜드 로고나 상표를 똑같이 복제한 짝퉁과 달리 단지 외형이나 분위기만 모방한 ‘순수 듀프’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디자인 특허와 상표권, 소비자 혼동 가능성 등 복합적인 법적 쟁점들이 얽혀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유사 사례와 업계 전망
룰루레몬의 듀프 관련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홈피트니스 기업 펠로톤을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으나, 2년 후 두 회사는 관계를 개선해 5년간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룰루레몬은 현재 배심원 재판을 요구하며 손해배상과 해당 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코스트코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장에 미칠 파장
이번 소송은 단순한 법정 다툼을 넘어서 현대 소비 문화의 변화와 지식재산권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의 가성비 추구 욕구와 브랜드들의 혁신 보호 필요성 사이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룰루레몬의 한 대변인은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서 제품의 연구개발과 디자인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시행하는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소송 결과는 향후 듀프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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