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4월 전방위 관세가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파, 투자자들 뒤늦게 정책 우선순위 깨달아
탈미국 투자 본격화로 유럽 증시 36% 급등해 S&P 500의 19% 압도적 제치며 역전
AI 주가 ‘어리석은 단계’ 진입, 빅테크만 승리한 K자형 양극화 심화로 불평등 증시 고착
관세 폭탄이 뒤흔든 투자 지형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제임스 매킨토시 선임 칼럼니스트는 2025년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핵심 변수로 관세 정책, 미국에 대한 신뢰 상실, 인공지능(AI)을 지목했다. 그는 28일 기명 칼럼을 통해 “올해 시장이 이 파괴적 동력에 고초를 겪으면서 투자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잘했다는 평까지 나온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발동한 전방위 기본 관세는 시장에 예상보다 훨씬 큰 충격을 줬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나 규제 완화보다 관세와 이민 문제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는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고, 미국과 글로벌 경제는 전례 없는 혼란에 빠졌다.
매킨토시는 당시 증시 급락 국면에서 적극적인 매수 전략 대신 제한적 투자에 그친 ‘발 담그기(tiptoe)’ 전략을 자신의 실책으로 꼽았다. 또한 이른바 ‘타코(TACO: Trump Always Caves On·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패턴에 따라 관세 정책이 지연·완화되며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로 선언하며 193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전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에 충격파가 전달됐다. 그러나 시장은 개별 협상과 관세 재조정을 거치면서 극단적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탈출 러시, 유럽·일본이 승자로
2025년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탈미국 투자 흐름이었다. 유럽 증시는 독일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배당을 포함한 달러 기준 수익률이 36%에 달하며, 약 19% 상승에 그친 S&P 500을 크게 앞질렀다.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독일이 수십 년간 긴축 재정으로 유럽의 모범을 보이던 나라에서 1조 유로(약 1695조 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할 수 있게 된 것이 핵심 전환점이었다. 독일 의회는 지난 3월 헌법상 부채제동장치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이는 유럽 최대 경제국의 경제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사적 결정이었다.
유럽 전문 투자가들은 MSCI 유럽지수가 올해 들어 달러 기준 27% 상승하며 S&P 500지수의 12% 상승률을 2배 이상 앞섰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15년간 연평균 6.8%에 그쳤던 유럽 증시 수익률이 S&P 500의 절반에도 못 미치던 장기 부진을 끝내고 반등에 나선 것이다.
독일의 대규모 재정 투자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자본규제 완화는 향후 12년간 GDP의 1%를 약간 넘는 규모의 물리적·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이는 마셜플랜이 연간 GDP 1%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금융섹터가 유럽 증시 회복을 주도하고 있으며, ECB가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에 부과한 자기자본비율 15% 유지 요건을 1%포인트 낮출 때마다 1000억 유로(약 169조 원)의 신용 성장이 가능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증시 역시 탈미국 흐름의 수혜자였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5% 상승하며 선진국 주가지수 중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AI 열풍, 거품인가 혁신인가
AI 종목에 대해서는 한층 더 날선 평가가 나왔다. 매킨토시는 올해 AI 관련 종목 주가가 비싼 수준을 넘어 ‘어리석은 단계’에 이르렀다고 표현했다. 투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주요 AI 기업들이 당장의 수익 창출보다 인간 수준의 초고성능 AI 개발 경쟁에 몰두했고, 이 과정에서 과열 현상이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AI 거품이 부풀고 있다는 걱정을 계속 더 하게 됐고, 내 우려가 실제 정당했는지 이제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 주식 시장은 다우존스, S&P 500, 나스닥 지수가 각각 14%, 17%, 22% 상승하며 2025년을 마감했지만, 셜러 PER 비율은 시장이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상태임을 나타냈다. 이는 닷컴 버블 정점에 이어 두 번째 수준이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동등한 성능을 내는 모델을 공개하면서 업계는 첫 번째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소식에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17%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약 6,000억 달러 감소하는 사상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마이클 버리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하락 베팅을 걸며 ‘AI 거품’ 경고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버블은 닷컴 버블과 매우 비슷해 보이며, AI 산업 역시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 흐름, 기업 간 투자 구조가 과열되며 비슷한 형태로 거품이 쌓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3분기(2025년 8~10월) 매출이 전년 대비 62% 증가한 570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AI 투자 지속성 논란을 잠재웠다. 3분기 순이익은 319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93억 달러 늘었고,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이 22% 성장했다.
K자형 증시, 승자와 패자의 극명한 갈림길
매킨토시는 AI 붐이 부유층 자산만 빠르게 불리는 ‘K자형 증시’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빅테크 주가는 AI 열풍에 급등했지만, 그 외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해 시장 내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미국 증시 내에서도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7) 종목 주가는 평균 25% 오르며 전체 시장을 주도했다. 이들 7개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18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이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연간 GDP를 초과하는 규모다.
반면 소형주나 전통 산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투자 자금이 AI 관련 빅테크에 집중되면서 시장 전체의 건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6년, 변동성의 시대는 계속된다
2025년을 수놓은 가장 큰 이슈는 관세와 AI,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으로 요약된다. 4월부터 강력한 관세 폭풍 속에서 흔들리던 세계 경제는 개별 협상과 관세 재조정을 거치면서 극단적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26년에도 이러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 그리고 미국과 유럽 간 증시 주도권 경쟁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존 경제는 가스 가격 하락 등 에너지 비용 절감에 힘입어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고, 내년까지 독일의 국방비 지출을 중심으로 한 재정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이 성사될 경우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이제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 증시의 전통적 안정성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유럽과 신흥국의 성장 잠재력에 베팅할 것인가. AI 거품 우려 속에서도 기술 혁신에 계속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전통 산업으로 분산할 것인가.
2025년이 보여준 것은 명확하다. 과거의 투자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전략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 “코스피 6000시대 온다?” 매번 틀리지만 그래도 봐야하는 2026 증시 전망 총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