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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60원 시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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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율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1460원, 1470원… 숫자만 봐도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2025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올해 연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때보다 높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원·달러 환율 평균은 1460.44원을 찍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평균을 내보니 1418.29원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 기록했던 1394.97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12월까지 계산하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환율 상승은 뭐가 다를까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를 떠올려보면, 주로 외부 충격 때문에 환율이 급등했다. 그런데 이번엔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 문제의 핵심은 ‘내국인 수급 쏠림’이라는 구조적 변화에 있다.

쉽게 말하면 한국 사람들이 달러를 너무 많이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도, 기관도,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해외 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달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하다. 2024년 9월 말 기준으로 자산운용사, 보험사, 증권사 같은 주요 기관들의 외화증권투자 잔액이 4902억 달러를 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만 해도 695억 달러가 늘어났다.

국민연금도 해외 주식 투자를 크게 늘렸다. 올해 1~3분기 동안 245억 달러를 해외 주식에 투자했는데, 작년 같은 기간보다 92%나 급증한 수치다.

서학개미 열풍과 환율의 관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환율이 크게 뛴 10월과 11월에 각각 68억 달러, 55억 달러를 해외 주식에 쏟아부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오르니까 불안해서 달러를 더 사고, 달러 수요가 늘어나니 환율이 또 오르는 구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내국인에 의해 해외 주식투자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한 방향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다.

왜 다들 달러를 사는 걸까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달러를 찾는 걸까. 근본 원인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구조에 있다. DB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한국인의 해외투자 증가는 저성장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수출로 번 돈을 자국에 재투자해야 경제가 성장하는데, 요즘은 그 흐름이 끊겼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국내 투자 여건이 나빠지자 수년 전부터 투자처를 미국 쪽으로 옮기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나은 수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국민연금의 투자 방식을 재조정하는 ‘뉴 프레임워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수출 기업들과 증권사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2026년 환율은 어떻게 될까

내년에도 고환율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NH선물 위재현 이코노미스트는 “수급을 해결할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가 주식에 과도하게 쏠린 구조적 문제, 미국 투자 합의로 인해 수출 기업들이 환전을 미루는 현상 모두 환율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달러 자체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이주원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고, 유동성 환경이 개선되면 달러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도 원·달러 환율은 수급 문제 때문에 달러인덱스와 따로 놀면서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달러는 내려가는데 원화는 더 약해지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로 정책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여지가 있고, 11월쯤에는 미중 갈등과 관세 이슈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위재현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와 성장률이 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있어 한쪽이 뚜렷한 방향을 보일 때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본적인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단기 처방보다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세대 김정식 명예교수는 “신산업 투자로 산업경쟁력이 높아지고 고용이 늘어나야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국내로 전환되고 외국인 자금 유입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조세와 노동 부문에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부동산이나 투자 관련 정책도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을 높여야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재현 이코노미스트는 한 가지 더 짚었다. “수급으로 인해 움직이는 환율은 고무줄과 같아서 올라가는 만큼 내려갈 때 반등 압력도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한쪽으로 쏠려 있지만, 언젠가는 반대 방향으로 큰 힘이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환율 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개인 투자자든 기업이든 이런 환경에 맞춰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다. 다만 환율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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