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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올라서 좋다던데 대기업들은 왜 난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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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율이 많이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475원까지 올라가면서 뉴스에서도 연일 환율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재밌는 건 예전 같으면 환율 오르면 수출 대기업들이 좋아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겪은 일

LG에너지솔루션 이야기부터 해보자. 2023년 3월에 미국 애리조나에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투자 금액은 55억 달러.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7조 1,775억원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환율이 계속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내년 상반기 공장이 완공될 때쯤이면 실제 투자 금액이 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오르는 바람에 투자비가 당초 계획보다 10% 이상 늘어난 셈이다.

물론 환헤지를 해놔서 당장 손해를 본 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원화로 짠 사업 계획이 틀어진 건 분명하다.

배터리 회사들의 고민

배터리 회사들이 요즘 특히 환율 때문에 고민이 많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이렇게 배터리 3사를 보면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회사들의 전체 생산 능력이 579GWh인데, 이 중에서 한국에서 만들어서 수출하는 건 겨우 37GWh밖에 안 된다. 비율로 따지면 6.4%에 불과하다. 나머지 93.6%는 전부 해외에서 생산한다. 그중에서도 미국에서 만드는 게 185GWh로 3분의 1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 회사들이 지금 미국에 공장을 열심히 짓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만 봐도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과 애리조나에 7조 9,545억원을 투자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에 2조 3,421억원, SK온은 테네시와 조지아에 1조 8,878억원을 쏟아부었다.

미국에서 배터리 팔아서 번 달러로 투자하긴 하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해서 결국 달러 빚을 내야 한다. 환율이 10% 뛰면 배터리 3사의 투자금이 원화로 환산했을 때 1조원 이상 늘어나는 구조다.

업계 사람 말로는 환헤지를 해놔서 당장은 괜찮은데, 환율이 계속 오르면 헤지 비용이 늘어나서 미국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다.

반도체 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골치 아픈 게 바로 인건비다. 미국 구직 플랫폼을 보면 오스틴 공장 생산직 연봉이 많게는 21만 5,825달러라고 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3억 1,600만원이다.

환율이 오르니까 미국 직원들 임금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계속 올라간다. 그러면 한국에 있는 생산직 직원들과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니까 국내 인력 관리도 어려워진다.

SK하이닉스도 2028년까지 인디애나에 38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해서 HBM용 패키징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장비가 워낙 비싸니까 감가상각을 줄이려면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는데, 미국에서는 3교대 근무할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걱정한다.

부품 사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가 미국 퀄컴 같은 데서 스마트폰 AP칩을 사는 데 지난해 10조 9,326억원을 썼다. 환율이 10% 오르면 여기서만 1조원 넘게 추가로 나간다.

산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국내 ICT 대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0.29%포인트 떨어진다고 한다.

자동차 회사는 아직 괜찮다

그래도 자동차 회사들은 사정이 좀 다르다. 현대차와 기아는 여전히 환율 오르는 게 좋다. 한국에 있는 협력사한테 원화로 부품 사서 해외에 달러로 파니까 환율이 오를수록 이득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의 순외화수지가 360억 달러, 기아가 270억 달러였다. 환율이 1%만 올라도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2,830억원 늘고, 기아는 2,120억원 는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예전에는 한국에서 만들어서 해외에 파는 구조였다. 그러니까 환율이 오르면 수출 대기업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달러를 받아도 원화로 바꾸면 더 많이 받는 것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이랑 관세 협상하면서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에 1,500억 달러, 원화로 약 220조원을 직접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글로벌 공급망을 만들다 보니까 해외에서 사오는 부품이랑 장비도 엄청 늘었다.

최근에 한 대기업에서 CEO랑 전략, 재무, 생산 담당 임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고 한다. 최근 5개월 사이에 환율이 9.2%나 뛰었다. 6월 말에 1,350원이던 게 11월에는 1,475원이 됐다. 달러로 내야 하는 현지 투자비, 인건비, 원자재비가 그만큼 불어난 것이다.

수출로 버는 돈도 원화로 환산하면 늘어나니까 손해 본 건 아니지만, 고환율이 계속되면 급하게 늘리고 있는 해외 공장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고 한다.

한국은행도 고민이다

11월 23일에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에서 경제 전문가 20명한테 물어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할 것 같냐고. 전문가들이 전원 다 금리를 동결할 거라고 답했다.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게 바로 고환율이었다. 서강대 이윤수 교수는 급격한 원화 약세가 가져올 환율이랑 물가 불안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결국 바뀐 건 기업 구조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환율이 오르는 게 수출 대기업한테 좋다는 건 옛날 얘기가 됐다. 물론 완성차 회사처럼 여전히 환율 상승이 좋은 곳도 있긴 하다.

하지만 해외에 공장 짓고, 해외에서 생산하고, 해외에서 부품 사오는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환율 오르는 게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게 됐다. 환헤지로 당장은 버티지만, 고환율이 계속되면 헤지 비용도 늘어나고 글로벌 생산 시스템 효율도 떨어진다.

6월 말에 1,350원이던 환율이 5개월 만에 1,475원이 됐다.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한국 대기업들의 사업 구조가 바뀌면서 환율을 보는 시선도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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